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프랑스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 겸 사진 작가인 소피칼의 젊은 시절 겪었던 이별의 아픔을 꽁꽁 감추어 두었다가 세상에 그녀의 기억의 흔적을 공개하는 사진 에세이집인 [시린 아픔]

우선 책의 크기부터 일반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강렬한 붉은 컬러의 타이틀과 하드커버로 만들어진 [시린 아픔]은 한손에 쏙들어오는 크기지만 폭은 굉장히 좁고 상하로 길고, 고급 광택지로 두께도 어느정도 두터워서 책을 활짝 펼치기는 조금 어렵다. 마치 아픈 과거를 함부로 오픈해서 들어내놓지 않으려고 애쓰듯이....

더구나 책을 펼치면 보이는 블랙 컬러의 속지와 사진들이 가득한 본문 페이지의 테두리는 반짝이는 붉은 금속질감 코팅으로 책 한권 자체가 저자 소피 칼의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다. 어쩌면 가슴 속 깊이 숨겨진 붉은 심장을 책의 형태로 형상화 해놓았는지도 모를정도로 굉장히 독특한 미학적인 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그녀가 사랑 하던 남자와의 이별에 대한 3개월간의 이야기를 사진들과 함께 담아 두고 있는데, 시간의 설정을 헤어지는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이전의 시간부터 역으로 D-day 카운트 다운 해나가고 있다.

1984년 늦가을에서 시작을 해서 1985년 1월에 이별을 하기까지 그녀의 일상을 일기처럼 담아두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당시의 이야기가 아닌 이별 후 회상을 하며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예견된 결말을 돌이켜 보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사진 작가인 그녀의 사진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채우고 있는데, 일상의 모습들이라기 보다는 그녀가 묶었던 호텔이나, 전화기, 기찻칸등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변의 일상 소품들을 가득 담아두고 있다. 그리고, 그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당시 그녀의 일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나 빨간 전화기를 통해서 그녀의 가슴 아픈 이별에 대한 심정을 고스란히 전이하고 있어서 책의 표지에도 상징적인 매체로 표현한다.

3개월 동안 외무부 장학금으로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는 그녀의 3개월간의 축복받았던 일정이, 그녀도 모르게 가슴 시린 이별의 여행이었다는 충격의 기억은 이별이라는 주제만큼이나 안타깝다. 그리고, 이별 후에 점점 사그러지는 아픔과 이별에 대한 기억들도 검은 색의 페이지로 담아두고 있는데 그 우측 페이지에는 주변의 이별에 대한 고통을 나누고자 사연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서로 마주보는 이별의 고통을 상쇄하고 있는 독특하고 멋진 프로젝트인 듯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이별의 과정을 읽고 그 내용에 공감을 구하기 보다는 아픔을 담은 반복되고 동일하지만 점점 짧아지고 있는 문구들. 기억의 시간별 그 남자에 대한 이별의 원인을 찾아 본인에게 자책하는 듯한 문구들이며, 점점 흐릿해지는 감정을 대변하는 글자 수, 배열 등 책 한권의 형태와 색감 모든 것이 그녀의 도려낸 심장을 하나씩 해부해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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