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 일본에서 발생했던 '동일본대지진'은 2만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고, 강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해안가 도시들을 모드 휩쓸어 버렸고, 수도권에 원전 피해로 방사능 누출사고까지 발생한 엄청난 재앙이었다.

 

 

커다란 자연 재해 아래에 어느 누구도 힘이 없이 속수 무책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재앙인 '동일본대지지진'​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상상 라디오]. 이 소설의 저자 '이토 세이코'는 재해에 대한 원망이나 해결 방법에 대한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수 많은 영혼들의 주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처음은 엄청난 쓰나미에 떠밀려 높은 삼나무 꼭대기에 걸쳐버린 DJ 아크라는 인물이 라디오 방송을 하겠다는 안내로 시작 된다. 물론 그 역시 이미 숨이 끊어진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누군가와 의사 소통 자체도 불가할 뿐 더러 그 어디에도 방송을 위한 마이크나 어떠한 전파 발송 장비조차 없다. 단지, 그 스스로 머릿 속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을 보내겠다는 의지로 마치 텔레파시 보내듯이 상상 속의 방송을 전달하고 있다.

조금씩 그의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청취자들은 그에게 사연을 보내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상상  라디오'는 점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 물론 그들 역시 이번 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고, DJ와 마찬가지로 그저 상상속의 목소리와 사연을 전달하면서 서로 공유하게 된다.

이미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의사 소통도 모자라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독특하다. 보통 누군가를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게 되면, 남아 있는 자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망자에 대한 그리움을 키우고 있는데, 여기서는 반대로 죽은 자들이 그들의 기억을 찾아가며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삶에 대한 추억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문학, 영상,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의 경력을 바탕으로 라디오 방송과 음악에 대한 적잖은 전문 지식도 간간히 소개 하고 있기에 실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는 DJ의 원고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주인공은 본인의 이야기와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소개 하면서, 중간 중간 노래와 음악들을 실제 DJ 처럼 내보내고 있는데,   ​'The Monkees' 의 'Daydream Believer', 'Antonio Carlos Jobim'의 'Águas De Março' 등 대부분 오래된 곡들이 많은데 작가 본인의 음악적 취향과 소개하고 있는 사연의 이야기에 부합하는 잘짜여진 방송을 듣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 장면을 상상하듯이 글을 읽는 우리도 상상의 음악을 연상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익숙치 않은 곡들이기에 쉽게 떠올리기 어려워서 실제 인터넷으로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책의 내용을 읽어 보았더니, 더욱 라디오 부스의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 책의 본문 중에 DJ가 소개한 음악들,,.

Daydream Believer - The Monkees
The Boomtown Rats - I Don't Like Mondays
Frank Sinatra, Gene Kelly - Take Me Out to the Ballgame
Michael Franks - Abandoned Garden
Corinne Bailey Rae - The Sea
Bob Marley-Redemption Song
Mozart - Requiem
마츠자키 시게루 -사랑의 메모리
Stravinsky - Petrushka

 

 

종종 일본 문단의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도서들을 보면, ​내용의 완성도나 대중의 인기를 떠나서 그렇게 자유롭고 독창적인 사고의 발상에 감탄하게 된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억지스러움을 보이는 이야기들과 만화 같은 유치함을 보이는 작품들도 종종 보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도전하는 작품들은 더 많은 독자들과 흥미로운 소통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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