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레, 살라맛 뽀
한지수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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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레, 살라맛 뽀] 책의 제목을 보면 무슨 암구어나 주문 처럼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는 단어로, 과연 무슨 뜻일까? 궁금증도 컷었는데, 이야기 속 종종 입버릇 처럼 등장하는 단어인 이 말의 뜻은 필리핀어로 "친구, 고마워."라고 한다.

필리핀어로 된 제목 처럼 이야기의 주된 배경은 필리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채 아기의 어머니 역시 버리다 시피 할머니 손에 내맡겨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은 운명처럼 순탄치 않은 세상의 풍파 속에 그 역시 다른 이들에게 사기를 치면서 어두운 그늘의 삶 속에 놓여있게 된다.

요즈음은 많은 자정 활동으로 예전보다 덜한건지, 아니면 더이상 언론의 관심을 못받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필리핀에서 잠시 머물다 간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려진 현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매스컴에서도 크게 연일 보도 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주변의 미군 부대에서 미군들과 얽히고 섥히면서 살았던 어린 기억과, 현재 우리가 외국 필리핀에 가서 남기고 있는 유사한 씁쓸한 잔해들을 비교하면서 알리고 있는 듯 하다. '친구'란 정의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게 된다. 남의 나라에 돈을 벌러 오거나 의무감에 오거나, 각기 다른 사연들이 있겠지만 그들과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함께 섞이면서 어울리는데, 서로 다른 그들이 어디까지 '친구'의 손을 내밀고 있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의 내용은 그렇게 심오하게 복잡한 국제 정세나 인종 간의 문제까지 파헤치고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배경에서는 충분히 곱씹어 보게 되는 사회 문제들 역시 던지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너무 가볍게만 표현하려고 해서 인지 번번히 실패하는 노인 살해 계획과 갑작스러운 뜻뜨미지근한 동정심이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기본 플롯은 젊은 시절 사기를 당하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마당발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던 주인공에게 나이든 시아버지를 납치해서 살해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 되는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건달들과 뇌물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관료들로 돈으로 세상을 속이고 살아가는 모습들 속에서 의뢰받은 노인을 납치해서 살해하려는 시도가 번번히 무산되는 어리버리한 블랙코미디의 내용이다.

실제 필리핀에서 벌어진 한인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는데,  최근에도 몸값 요구 납치 사건이 보도​되었고, 모 TV 방송에서 심각하게 한인 관련 사고 보도가 끊임없을 만큼 자국내 불안한 치안과 부패된 공권력에 대하여 웃어 넘길만한 부분은 아닌 듯 싶다.

 

돈을 쫒아 가는 현대 자본 주의의 잘못된 인간상들의 모습들과 외국에서 불법 체류자라는 불안한 신분까지 더해지면서, 아슬 아슬한 이야기들을 숨가쁘게 연결하고 있어서 한숨에 책을 다 읽어 볼 수 있었다.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미모사 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생존해내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정작 세상을 속이고 힘없는 국민을 외면하는 더 큰 사기꾼들에게 작은 일침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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