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특별히 시집을 골라서 읽는 경우는 참 드물지 않나
싶다. 너무나 바쁜 생활 속에서 짧은 몇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 한편이 담숨에 읽기에는 너무 편할 듯 한데, 함축적인 언어로 단어 한자 한자
문장의 의미를 하나씩,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새기고 마음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다보니 오히려 더욱 많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한
장르라 생각이 든다.

<광수생각>의
만화가로 너무나 잘알려진 박광수의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에서는 그의 삶 속에서 힘이 되어주고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주었던 시들중 100편을 골라서 엮은 책으로,
간결하고 소탈한 그의 일러스트들과 함께 꾸며져 있다.

크게 <당신, 잘 지내나요?>,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내 곁에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로 목차를 나누어서, 각 챕터별로 작가가 공감을 얻었던 국내외의
싯구들을 소개하고 있고, 서두에는 만화가 박광수가 아닌 인간 박광수로 살아오면서 후회하기도 하고 인생의 굴곡을 겪었던 작은 에세이를 담고
있다.
크게 성공한 만화가로만 기억에 남아 있던 작가의 지난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역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상처를 주기도 했을것이고, 또 그들에게서 상처도 받으면서
인생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던 작은 한 사람일 뿐인 것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면서 작가와 마찬가지로 지난 추억의 회상이
더욱 그리워 지고, 어린 시절의 순박하고 철없던 시절 역시 웃음짓게 만드는 이유는 점점 세월 속에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어서 일
것이다.
예전에 살던 집이 식당으로 개조되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던
작가의 옛집에서 느끼는 야릇한 감정 또한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제는 다시 되돌려 볼 수 없는 과거의 소중한 기억은 어머니의 품만큼이나
깊이 간직하게 되는 듯 하다.
즐겁고 유쾌한 시간 보다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방향을 잃고
해메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크게 다가 오곤 한다. 그렇게 내 기분에 따라 혹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어깨를
찾을 때마다, 작은 시집에 쓰여진 짧은 싯구가 그때 마다 다른 얼굴로 위로해 주는 묘한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내 곁에 있는 당신, 고맙습니다' 라는 이야기 속에서
털어놓는 어머니의 기억은, 누구라도 불효자 일 수 밖에는 작가의 굴곡진 삶이 어쩌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욱 코끝이
찡하게 된다. 그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사업에 실패도 하고,때로는 지탄을 받는 이슈 메이커 였었어도 그의 속내를 들어보는 이야기와 함께 위로와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시의 내용 속에서 잔잔한 과거로의 회상의 즐거움과 안타까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