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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반짝이는 햇살을 머금은 옥빛 바다와 따뜻한 바닷
바람 사이로 좁고 구비진 산비탈길을 자전거 두 바퀴로 돌아 보는 그러한 곳. 작고 나즈막하지만 오랜 전통과 기품이 느껴지는 건물들 사이로 융통성
없어 보이는 고집스러운 현지인들의 모습도 그려지는 상상 속의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아직은 가본 적은 없지만, 영화에서 혹은 여러 여행 소개
미디어를 통해서 나름대로 조각 조각 맞추어 그려낸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나만의 장면이다. [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달]은 저자 '우치다 요코'가
20대에 이탈리아에 유학을 간 후 30 여년을 현지에서 보내면서 주변의 인물들의 삶에 대한 모습을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이 솔직하고 담백한
표현으로 그리고 있다.
저자의 첫번째 이탈리아에 대한 에세이 집 <까사 디
지노>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 솔직히 전작을 읽어 보지 않았기에 저자에 대한 정보 역시 없었던 터라, 이 두번째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가 함께 하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그대로 일본인인 저자가 그들과 어울려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게 된다.
역자의 후기 해설에도 담아 놓았듯이, 저자의 에세이 이지만,
본인의 상념 보다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건과 그들의 생활 모습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저자의 모습은 그렇게 눈에 뜨이게 드러나지
않아서, 남성인지 여성인지 조차 가늠이 안된다. 현지 취재원의 신분으로 이야기의 첫 머리 부분에 펍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우연히 만난 대학 교수와
아름 다운 테라스를 가진 집을 나누어 계약하는 무모함을 보면서 당연히 남자로 생각 하고 있던 저자의 모습이,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딸을 가진
엄마와의 친분을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면 다시금 저자가 작고 아담하지만 당찬 모습의 멋진 중년 여성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저자의 성별이 바뀌어 버리면서 앞서 읽었던 이야기
속에 그려진 저자가 함께 들어있는 장면의 모습이 마법처럼 여성으로 바뀌면서 다른 느낌이 든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저자의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서 밝힌바와 같이 저자의 존재는 그저 나레이션을 읊어주는 존재감으로 밖에 존재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 읽어 내는 세상이 이렇듯 나만의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제각각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해 보게 되니 다시금 책이라는 문자 매체가 흥미롭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의 방문한
지역과 거주하고 있는 집의 묘사등 바람 소리 하나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기에 하나의 퍼즐 처럼 햇살 가득한 장면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아직 방문해보지 못한 너무나 멀리 동떨어진 장소로
밀라노와 시칠리아의 나라 이탈리아에 대해서 이렇듯 공상으로 밖에 그려 볼 수 없던 모습이 글로 접하는 세상 속에서 더욱 상상력이 극대화되지
않나 싶다.
멋진 패션과 명품들로 떠올리게 되는 그 곳이 아니라,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는 우리와 같은 반도의 땅덩어리 속에서 가난 하지만 깊은 산 속 두꺼운 돌로 지은 성벽과 같은 저택에서 나름 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고집스러움을 지니고 있던 지인, 가진 것 없이 철도원 역사에서 서로의 사랑만으로 아름다운 바닷가를 벗 삼아 지내는 두 부부의
이야기 등. 우리네 주변 서민들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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