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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의 환상적인
판타지 동화 이야기는 대부분 어린시절에 익히 듣고 읽었던 동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원작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이야기에서는 목수
'제페토'의 따뜻한 부성애와 주변 장난꾸러기 아이들보다도 더 사람 같은 선한 마음씨를 가진 '피노키오'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역경을 헤쳐가는
꿈과 희망을 전달해주는 이야기 였다.

2009년 '앙굴렘 국제 만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빈슐뤼스'의 새로운 [피노키오] 이야기는 정반대로 세상의 추악한 모습과 뒤틀린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들을 하나 하나 꼬집어 가며 어두운 이야기를 다소 강한 성인 취향의 그림체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피노키오'는 발명가 '제페토'가 군수업자로
군대에 납품을 하기 위해 개발한 살인 병기로 만들어 지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기계적 결함이 일어난 '피노키오'를 가사 노동에 부려먹기도
하고 욕정의 대상으로 사용하던 '제패토'의 부인은 '피노키오'의 오작동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고 '피노키오'는 세상 속으로 홀로 떠나게
된다.

굉장히 강한 선이 보이는 그림체와 살육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 소년의 '피노키오'가 아니라 전쟁 병기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는 본인의 능력을 채 알지도 못한채 고장난 채로
서커스 궁전에서 납치당하기도 하고 인신매매에게 팔아넘겨지기도 하는 흉악한 범죄들 속에서 여러 인간 말종들의 추악함들을 고발 하고
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차용한 장면에서는 일곱 난장이들이
장기 밀매를 하는 인신 매매범으로 등장을 해서 '백설공주'의 장기를 추출하기 위해 가두어 두고 있는 범죄 조직단 설정으로 그려진다. '발명가
제패토' 역시 '피노키오'를 되찾아서 다시 군대에 납품해서 큰 목돈을 얻기 위해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전개 되고 있다. 기존 동화 속 이야기들을
비비 꼬아서 아름다운 동심을 찾아 보는 희망의 메세지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우리 그림자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들을
폭로하는 이야기들이다.

전체적으로 대화 형식의 전개는 없이, 하나의 무언극을 보듯이
그림으로만 상황들이 전개되고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서로 얽혀가면서 연결되어 있다.
동화 속 '피노키오'의 길안내자 였던 귀뚜라미 대신에 등장을
하는 실직을 하게된 바퀴벌레 '지미니'는 실직 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나서다가 우연히 '피노키오'의 몸 속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모든 사건의 발단이 시작 되게 된다. 중간 중간 바퀴벌레의 시선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에서는 꽤나 수다 스럽게 말풍선이 등장하면서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고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역할로 그려지고 있는 듯 하다.
화면 곳곳에서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잔인한 장면들이
거북하기도 한 장면들로 점철이 되어 있지만, 늘어지는 장황한 설명 없이 그림속 캐릭터들의 거침없고 과감한 행동 표현만으로 독자들에게 블랙 유머
형식의 메세지를 구사하고 있다.
어린 동심의 환상을 떠올리는 '피노키오'는 아니라, 반대로
환상을 깨버리는 현실의 어둡고 쓸쓸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늘어 놓는 버림받은 '피노키오'의 여정은 꽤나 강하게 우리의 심부를 찔러대고 있는
바늘과도 같은 차디찬 강철 로봇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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