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레너드 피콕'. 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도 없고 생일을 기억해주는 친구들 조차 함께 하지 않는 외로운 생일날이고,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얼마전 TV 뉴스에서 미국 내에 총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점점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구나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총기류 홍보 마케팅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개를 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원천적으로 총기 사용이 금지된 우리 나라에서는 더더욱 공감이 가기 어려운 뉴스였다. 

이야기 속에서도 한인이 용의자였던 대학 및 그 외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도 언급하면서 점점 학내 총기 사고 문제가 새삼 스럽지도 않고, 더이상의 도덕적 관심의 도를 넘어선 사회 현상처럼 보일 정도로 너무나 큰 미국의 주요 문제일 것이다.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에서는, 2차 대전 당시 나치를 상대로 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P-38 권총을  들고, 그의 절친했던 친구를 살해하고 본인 스스로도 방아쇠를 당겨서 그에게 더이상의 의미 없는 세상을 떠나려고 하는 상황이 이제는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공감에 문득 소름이 끼친다. 그만큼 어린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쉽게 손에 닿을 수 있는 무기류에 대한 소홀한 관리와 사용이 미국 내에서 뿐아니라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지는 듯 하다.

단순히 무기에 대한 이유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기에 느낄 수 있는 자아 정체성의 혼란과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원만하지 못한 유대 관계가 만들어 내는 상실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시기의 당사자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힘겨운 투쟁으로 보인다.

이야기 속 '레너드'는 햄릿을 외울 정도로 완독을 하고 각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과 그만의 정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아이로 그려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남에게 그의 속내를 내비추지 못하고 극단적인 표현을 하게 되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불편한 가족 관계 속에서 소외 되고 있는 현대 가족 구성원의 문제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1등 만을 대접해주는 관료주의적 사회와 학교의 성적 지상 주의 평가들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한 학생들의 문제에 대한 이슈는 어찌보면 알면서도 해답을 찾기 어려운 과정으로 외면하고 있는 진실이 아닌가 싶다.

'레너드'의 생일 하루 동안 올드 무비를 함께 보며 우정을 싹트이고 있는 이웃집 할아버지와 학교 선생님, 예전 친구도 만나면서 지나온 일상을 정리도하고 거사를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을 그의 입을 통해서 들어보는 하루 동안의 일기이다.

그리고, 이야기들 중에 별도의 주석이 달려있는데, 어렵거나 특이사항에 대한 추가 설명이 아닌, '레너드'만의 개인 생각이나 예전 일화를 떠올리는 독백과 회상에 대한 내용을 하단에 남아 놓고 있어서, 조금 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웃집 할아버지와 험프리 보가트의 비정한 남자세계를 그린 영화들을 보면서, 오랜 필름 속 주인공의 중절모를 뒤집어 쓰고, 과거의 유령에 사로 잡힌 듯 현실 속의 무력함을 과거의 그림자 속에 숨으려고 하는 하나의 필사적인 제스춰를 독자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떠한 이유로 권총까지 쥐어들고 '레너드'는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렇게 학교와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아이의 문제는 그 아이만의 문제인 것일까?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 이렇게나 아픈 것인지? 해결되지 않는 오랜 숙제를 다시 한번 극한 상황 속에 놓여있는 위태 로운 아이의 손끝을 통해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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