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소설
익명소설 작가모임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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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유명해진 작가들 외에도 여러 작가들이 그들의 이름을 내걸지 않은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작품만으로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전 다시 읽어 보았던 유명한 문학작품 중 하나인 <데미안> 역시 '헤르만 헤세'가 가명으로 발표했던 명작이었던 점을 보면, 유명 작가들에게도 그들의 기존 작품에 길들여진 고정 관념에 대해 색다른 변화를 추구하려는 많은 고민과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익명소설]은 역시 기존의 선입관이나 너무 획일화된 문단에 대한 ​실험적인 도전으로 만들어진 단편집이다. 각 작가들에 대한 프로필은 철저히 가려져 있고, 추후에 공개된다 하지만 책의 서문등에서 보여진 내용을 보면 젊은 신진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보인다.

각 짦은 단편의 저자들은 영어의 이니셜로 본인의 소개를 대신하고, 각 이야기들 역시 거침없이 과감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느정도 표현이 자유로워진 요즈음 문제작으로 여길 정도의 심각한 주제나 노골적인 내용들은 절대 아니다.​

솔직히 그들이 익명으로 하면서까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에는 조금 더 자극적이거나 세태를 직설적으로 꼬집고자 하는 도전적인 문제작을 나름 기대를 했었다. 그렇다고 각 이야기들이 평이한 주제의 전개는 아니었지만 요즈음 처럼 실제 현실의 모습들이 오히려 더 드라마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세태에 길들여져 있어서 일까? 기대했던 것 만큼의 크게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각 이야기들의 무척 재기 넘치고 독특한 구성은 오래전 TV 시리즈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많은 시청률을 보였던 <환상특급 (Twilight Zone)>의 판타지와 같은 에피소드들과 많이 닮아 있다.

다분히 서구적 사상에 기인 했던 그 TV 시리즈와는 달리, 지극히 한국적이고 우리네 정서에 맞는 ​공감가는 스토리와 사회적 문제들을 동화나 판타지처럼 환상적인 전개로 풀어나가고 있다. 에피소드 중 죽은 영혼들의 살아 숨쉬는 듯한 모습들을 표현한 격정적인 장면들은 다른 이야기들 보다도 크게 여운이 남는 장면들 중 하나 이다.

헐리웃 영화 중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헐리웃 대작들이 아닌 의도적인 B급 영화들을 제작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고 매니아 층을 만들고 있다. 서구 문학계에서도 오래전 부터 하이틴 로맨스물에서 추리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르들이 사랑을 받아왔던 점을 비교해보면, 우리네 문학은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어려운 문법이 존재하는 고상한 책읽기만을 강요해 온 것은 아닌가?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

과연 예술과 문학에서 A급과 B급이라는 경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있다면 누가 그 판단을 내리고 분별에 책임을 지고 대중에게 공표를 할 수 있는 것일까? ​

어쩌면 우리 서민들과 함께 해왔던 '마당놀이'나 '판소리'처럼 저잣거리에서 살아가며 숨쉬던 일상 생활 속에서 예술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알던 우리들에게 문학은 너무나 높은 지적인 잣대를 재면서 보이지 않는 담을 쌓아오지 않았나 싶다.  

[익명소설]에서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도 있고, 끝 매음새가 다소 매끄롭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각 단편들 마다 개성 넘치고 <환상특급>처럼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B급 구성이라 더욱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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