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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여전히 무언가 옛 향수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남아있는 듯 하다. 아마도 눈으로 보지 못하는 세상을 귀로 듣고 머릿 속에 그려내는 일련의 과정의 연상 작용이 기억 속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 놓게 하는 마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술
라디오]는 20년 동안 라디오 피디로 일해온 <정혜윤>씨의 지나온 세월 동안 취재를 하면서 혹은 일상에서 만나온
사람들 속에서, 정말 마술처럼 그런 지나간 기억의 이야기를 하나 씩 꺼내어 편하게 차 한잔 하듯이 이야기 하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 시스템에서 녹음을 하면서
사용해야 했던 테잎들을 편집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되돌려 보면서 직접 잘라내고 붙여나가는 고된 작업을 해야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디지털 환경으로
제작시스템이 바뀌면서 어렵고 힘들게 했던 편집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고 정확히 원하는 위치를 찾기도 수월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의 수작업 편집 작업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잘못 녹음 되었거나, 필요하지 않은 잡음과 소리들이 들어간 부분들을 일일이 직접 귀로 듣기를 반복하면서 묘한 동질감과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따로 잘라 버려진 테잎들을 모아서 하나의 테잎으로 만들어 간직하게 되었다는데, 우리들에게도 지난 날의 어설픈
실수나 아쉬움등도 이렇게 모아서 가슴 속 한 구석에 남아 있지 않은가 싶다.
[마술
라디오]를 열면 그녀가 편집실에서 고된 작업 끝에 속에 담은 이야기를 풀어 놓듯이 편한 구어체 문장으로 "~ 했어." 라는
어투로 대부분의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편한 정겨움으로 다가 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의도적인듯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먼저 다가와서
오히려 불편한 문체로 느껴진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같은 구어체라도 조금은 다양한 어미를 썼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책의 겉 표지 처럼 속 내지도 노란 색지로
시작을 해서 뒷 페이지로 넘어갈수록 하얗게 밝아지는 색으로 무척이나 인상깊은 과거로의 여행길을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속 오즈의 에메랄드
성으로 인도하는 노란 벽돌길 처럼 이끌고 있는 듯 하다.
가슴아픈 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이야기 와
어려웠던 전란 시절의 일본 히롬시마에서 원폭을 받아 가족의 커다란 상처를 온 몸으로 가져야 했던 사연, 그리고 누구나 한번 즈음은 겪었을 법한
첫사랑의 애절한 이야기들을 여러 지인들과 마주 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여러 고전 문학과 음악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마치 라디오의
사연을 소개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전달하고 있다.
열네가지의 여러 인물 군상에 대한 가슴
저린 이야기와 가슴이 따스해지는 여러 세대에 걸친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다시 한번 저자가
라디오 피디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취재를 하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하던 모습과 어쩔수 없이 방송 사고를 내게 되었던 과정이며 방송 업무의 고단했지만
가슴 깊이 남아있던 사색의 감성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방송과 청취자에 대한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상상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인데, 상상력의 있음의 반대는 상상력의 없음이 아니라 무시라고 하는 점이다. 라디오를 통해서
청취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건 이렇듯 청취자 개개인 각자의 상상력을 끌어내도록 꿈의 전파로 내보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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