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죽은 뒤 7일마다 불경을 외면서 재를 올려, 죽은 이가 그동안 불법을 깨닫고 사후의 안녕과 좋은 곳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제례 의식인 '49재'.

[영영이별 영이별]은 죽은이를 기르는 49일 동안의 시간 동안,​ 세상을 등지고 질기고 모진삶을 살아야 했던 '정순왕후'의 혼백이 그녀의 지아비이자 비극의 운명을 지녀야만 했던 '단종'에게 회환속 삶의 한켠 한켠을 되돌아 보면서 속내를 터놓으며 전개 되고 있다.

​'정순왕후' 라는 역사 인물에 대해서도 무척 낯설었지만, 소설의 전개를 주인공인 '정순왕후'가 스스로 편지를 전하듯, 어린 시절 궁에 들어와 짧은 왕후로서의 삶을 마치고 유배와 비구니로서의 삶에 이르기까지 파란 만장한 그녀의 이야기를 혼백의 모습으로 독백체의 문장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차츰 당신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애당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던 여든두 해는 세간에 슬쩍 부려두고 떠나려는데, 긴 목숨만큼이나 질기고 모진 추억이 갖풀처럼 끈끈하게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p117

​역사 속에서 왕위 권력을 잡고자, 친 인척은 물론 형제 부모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배척하고 밟고 올라서야만 했던 암투와 핏발 서린 칼날의 세월들 속에서 여인들의 삶은 더 없이 피폐해지고 한 낱 등불과도 같았을 것이다.

권력의 힘을 등에 없고 내방의 온갖 술수로 탐욕과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했던 여인들도 있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더욱 비참한 결과로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만큼, 권력자의 힘 앞에 한 낱 촛불처럼 유약하기만 했을 듯 하다.

책의 서문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선 왕조 계열을 정리 해놓고 있어서, 굳이 조선 시대 역대 왕들과 왕후비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접하는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배려가 돋보인다. 역사 소설이기는 하지만, 한 여인의 비운의 삶에 대한 주요한 이야기 이기에 역사에 대해​ 익숙치 않은 독자들이 이야기를 따라 가기에 어려움이 없게 해준다.

독특한 독백의 문장 구조로 직접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친밀감은 들지만, 주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에는 제 삼자의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기에 화자가 경험하거나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에는 무척이나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연산군의 분노에 찬 패악과 세조의 왕위 즉위에 이르는 살육의 사건들 속에서15세의 어린 나이의 왕후의 우여 곡절의 삶의 모습은 연옥의 삶이었을 것이다.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한채 혹독한 여름과 겨울을 보내며 모질고 질긴 팔순이 넘는 삶을 살면서 보낸 조선 왕조의 뒤안길을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박팽년의 여식이자 세조의 후궁인 근빈 박씨는, 세조가 박팽년을 모진 고문을 가하며 죽음에 이르게 하였음에도 지아비를 섬기며 가슴에 송곳 보다 더한 아픔을 묻고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인의 삶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았음을 이야기 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단면이 이토록 이해 할 수 없는 전개가 이루어 지고 있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한다.

그렇기에, 상당 부분을 조선 왕조의 역사적 사건들과 왕위 쟁탈을 둘러싼 친족과 함께 하는 여인들의 이야기 까지 할애를 하고 있어서 정작 '정순왕후' 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와 고찰은 조금 부족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본인의 입으로 본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습도 그녀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일화들에 촛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듯 보인다.

... 당신과 내가 영영 이별하였다 하여 영영 건넌 다리라고 부른답니다. 애초의 영미교란 이름 대신 그토록 슬픈 별칭을 얻게 된 이 다리를, 문자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건너가신 다리라 하여 영도교(永渡橋)라고 하더이다... 중략... p232

영도교에서 헤어진 단종과의 이별 뒤로 모진 삶을 살아야 했던 '정순황후'.

조금은 더 사적인 비밀 스러운 이야기와 다리에 얽힌 애닮은 사연들이 중심이 되서 그녀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 조선 왕조 사상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운의 왕비에 대한 죽음보다도 못했던 안타깝고도 불운한 삶에 대해 재조명 해보는 좋은 기회였고, 독특한 문체와 전개 방식은 기존의 역사 소설과는 차별화된 무척이나 새로운 느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