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주변에서도 흔히 운동좀 할라치면, 헬스클럽에서 러닝 머신 위를 달리거나 운동장을 돌아 보기를 권유할 만큼 현대인들이 몸을 움직여서 다니는 일이 극히 드물어진 까닭일 것이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펴낸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 은 2002년에 이미 [걷기예찬]이라는 '걷기'를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책 이후, 다시 '걷기'에 대한 두번째 책이라고 한다.

[걷기 예찬]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걷기'에 대한 저자의 편집증적일 정도로 몰입하고 연구하여 두 권의 책까지 만들어내는 열정은 정말 대단하게 여겨진다.

 

점차 사회가 서구화 되어가고, 도심 속 건물들이 자연의 경치나 흙냄새를 덮어버리는 아스팔트가 늘어나면서, 더욱 길을 걸어간다는 의식 적인 행위 자체가 많이 없어진 듯 하다.

자동차나 지하철에 내려서, 오로지 약속 장소를 위한 발걸음이나 직장을 가기위한 출근 길의 바쁜 움직임이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걷기'는 아닐 것 이다.

걸을 때 중요한 것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걷는 매 순간 일어나는 일, 느낌, 만남, 내면성, 유연성, 한적하게 거니는 기쁨 등 그저 존재한다는 기쁨과 그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p36

저자의 '걷기' 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실제 여행을 통해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걸어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만의 논지 외에도 '장 자크 루소'와 중국 명나라의 지리학자 '서하객'에 이르기 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수의 철학자, 소설가, 정치가 등 여러 인물들의 일화와 그들의 주장한 바를 함께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기에 '걷기' 에 대한 방대한 백과 사전 처럼 한치의 흐트럼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주장하고 있다.

본문 내용 중에는 스위스의 여행 작가 '니콜라 부비에'가 한국의 제주도를 찾아서 느꼈던 한라산 산행의 묘미를 담은 글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 어쩌면 이렇게 많은 자료 조사를 했는지 책 뒤 참고 문헌 목록 리스트를 보면서 10년의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와 집필 기획을 했는지 가늠케 하기 충분하다.

 

서울 시내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우리도, 어지간한 거리조차 이제는 마을 버스나 자가용으로 이동을 할 정도로 걷는 다는 것에 대해 어쩌면 꽤나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버스 정류장, 지하철에 가는 여정 또한 돌이켜 보면 나름의 운치가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도시화가 되어 갈 수록 우리가 걸으면서 느끼는 고유의 감성과 주변 풍경과의 교류가 없어짐에 무척이나 애석해하고 있으며, 보도블럭 사이 사이로 똑같은 상점이 들어서고 대도시화가 되어 가면서 전세계가 특유의 역사와 고유 색을 잃어버리고 있기에 더이상의 도심 속 걸음에서 얻을 수 잇는 즐거움이 없어지고 있음을 개탄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인구가 집중 되고, 저자가 안타까워 하듯이 특색있는 상점들마저 사라지고 찍어내듯 똑같은 모습들이 세계 대다수의 도심에서 보이고 있지만, 도시에서 태아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도시 속 보도블록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모험이자, 걷는 장소가 아닐까? 한번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자연과 여행에 친숙한 저자의 입장에서는 도시는 흉물 스럽기 그지 없겠지만, 도시형 아이들에게는 작은 걸음도 참 어려운 세상이 된 것 처럼 보인다. 물론, 자연의 모습을 좀 더 가꾸고 키워 나가면 더없이 좋겠지만, 우선은 도시의 각 고유 색이라도 지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조금은 멀리 떨어진 학교에 오가기 위해 길을 걷다가 맛있는 동네 빵집 앞에서 군침도 흘려 보고, 때로는 동네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노랫 가락에 가던 길을 멈추고, 과연 저 노래 제목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하기도 하며 골목 어귀에서 마음속에 담아둔 그녀가 지나쳐가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저자의 대부분의 걷기에 대한 이야기는 가벼운 산책도 예를 들었지만, 도심을 벗어난 자연과 여행의 실천을 조금은 더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느끼는 풍경 과 자아의 물아 일체를 꿈꾸면서 말이다.

너무나 바쁘고 급하게 목표 만을 바라보면서 전진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조금은 더 필요한 요소임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내용 중 걷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한다. 우리는 가까운 정류소 조차 두발로 찾아가지 못하는 요즈음 그만큼의 인내력 조차 지니려고 하지 않기에 점점 삭막해져가는 사회와 이웃간에도 쉽사리 얼굴을 붉히고 주먹다짐을 하게 되지나 않았나 싶다.

저자가 얘기하는 바와 같이 길을 따라 가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짐을 내려 놓고 걸음을 걸으면서 우리가 만들어 내는 길이 하나의 목적이 되고, 그렇게 우리가 주변 풍경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차근 차근 서두르지 않는 여정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보고, 때로는 비바람의 몰아치는 순탄하지 않은 여정 속에서도 홀로 고독감을 온 몸에 휘감고 사색의 풍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걷는 것은 자신의 길을 되찾는 일이다. 돌연히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질병과 슬픔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이다.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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