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주로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출판물로 친숙한
황금가지에서 작년말 발매한 스카사키시로 작가의 [무명인]이란 책을 읽어 보았다.
원제는 [Genome
Hazard]로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원제에서 얼핏 떠오르는 '게놈
프로젝트' 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생물 과학이 가미된 이야기임을 암시하고 있다.
[무명인]이란 타이틀은 살짝 중국 무협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이기에
오히려 원제가 솔직히 조금 더 책의 내용을 드러내 놓고 있지 않나 싶다.

...미유키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손발이 축 늘어진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p13
그럭저럭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도리야마 도시하루 가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 아내가 아무런 이유없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있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단순한 미스터리 추리물인가? 싶었는데, 바로 이어지는 내용에서 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다.
...틀림없는
미유키 목소리다. 미유키는 죽지 않았다. 살아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고 나서, 나는 수회가를 놓고 뒤돌아 보았다.
p15
눈 앞에서 죽어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고,
바로 그 순간 전화 통화를 한 목소리 역시, 주인공의 아내임을 확신하고 있는데,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 연출이 되어서 초반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찾아오는 낯선 이들의 정체는
알수 없고, 그를 도와 주고자 하는 이의 연락과 마주치게 되는 주변인들의 관계 속에서 도리야마는 점점 그의 기억이
흐려지고, 알고 있는 내용 조차 뒤죽 박죽 되어버리면서 집 안에서 죽어있는 아내 뿐만 아니라, 본인 조차도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욱 미스터리한 상황에 빠져버리게 된다.
주인공 또한 알수없는 괴한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면서, 본인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곳으로 도망을 치지만, 그가 알고 기억하고 있는 곳들의 이름과 장소가 전부 뒤바뀌어 있고, 연락하고자
하는 지인들 대신에 낯선이들만 그를 맞이하게 되는데~....
과연 그가 기억하고 있는
진실은 무엇이고, 어떠한 상황이 이렇게 극한에 그를 내몰고 쫒기게 만들었는가?

단순한 미스터리물에서 숨막히는 추격전까지
그려지면서, 순간 순간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들로 흥미진진한 재미를 더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또하나, 앞서 원제목에서도 풍기던 뉘앙스와 같이
근미래 과학의 SF소재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면서, 다양한 장르 속에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이미 작년에 한일 합작으로
김성수 감독 의 영화화 되어서, 일본에선 이미 개봉을 하였고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도 소개 되어서 올해 초 국내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이야기의 흡입력은 하나의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극적인 요소들과 반전의 흥미를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군데 군데 오자가 좀 보이고, 조금
이해가 안가는 문맥이 몇군데 보이는데 재판시에는 수정 되지 않을까 한다.
아부키는 감청색
스웨터에 진 소재 상의를 걸치고, 테이블 구석에 여고생이 휴일에 약속한 시간보다 5분 정도 빨랐지만, 이부키가 마시고 있는 커피 잔은 거의 비어
있었다... p198
주인공의 절친인 아부키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나가 그를 마주하는 장면에 대한 내용인데, 느닷없는 여고생 이야기가 무슨 이야긴지 이해가 안가는 대목 중 하나
였다.
실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고생을
지칭하는 이야기 인지? 일본식 '이디엄' 인지? 원서 내용의 직역으로 보이는 문제 일듯 싶은 조금 엉켜 있는 문맥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생략하고
읽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숨가쁘게 넘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크게 거슬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추리물 속에 현실과 기억을 오가는
혼잡한 전개 속에서, 작은 주석이나 내용 풀이 도움이 있었으면 조금 읽기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한다.
책의 마지막 한장을 마져 덮고 나서는 정말
영화 한편을 빠르게 본 듯, 짜임새 있는 구성과 본문 내용 곳곳에 남겨 놓은 단서들 속에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멋진
이야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