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겨보는 이야기...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시 하는 복지 선진 국가의 어두운 미래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어떤 소송>.

 

2013년 토마스 만 상을 수상한 독일의 신지식인 '율리 체' 의 2009년도 발표 작인 <어떤 소송>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답문하고 있는 이야기 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아'는 생물학 전공자로서, 범법자로 수감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남동생 '모리츠;의 흔적을 쫗아가며, 법정 투쟁을 통하여 동생의 무죄를 부르짖으며, 가식적인 현행법 체제의 모순에 대해 불응하고 적대시하는 고독한 혼자만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저자 '율리 체' 에 대한 소개글에서도 보이 듯이 법학을 전공한 배경 답게, 21세기 중엽의 가상의 근 미래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건강을 최우선 가치와 인간 존재의 목적으로 두고 만든 새로운 법률과 용어들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체제의 변화에 따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함께 바라보는 시각 또한 편견지어 지는 모습이 섬뜻해진다.

 

 

 ▶ 쉽지만은 않은 문체와 용어..

쉽지 않은 주제와 독일 문학의 난해함에, 다른 책에 비해서  이 책을 손에서 놓기까지 정말이나 많은 시간이 걸린 듯 하다.

더군다나 현실에는 없는 단어 이자 볍률 용어는 문맥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고, 우선은 독일어를 한글화 하면서 파생되는 언어의 맛(?) 에 대한 변질이 쉽게 적응 하는데, 어려운 내용 전개에 더욱 발목을 붙잡는 부분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문학적 용어들을 번역 하다 보니, 어쩔수 없는 한자 조합의 단어들..

예를 들어 이 사회에서 인간의 건강을 최대한 수호하고, 그에 반하는 어떠한 사적 자율성은 무시되는 체제인  "Die methode" .

특별한 고유 명칭이 아닌 그저 하나의 방법론적인 해법 과 같은 의미의 이 단어를 '방법' 이라고 번역을 할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지만, 우리가 흔히 "차 수리 하는 방법" 등등 과 같이 너무 가볍게 쓰는 단어가 체제의 용어로 쓰이다 보니, 원 저자 또한 의도한 바 겠지만 한자와 혼용되어 쓰여지는 우리나라 말의 어감에서는 더더욱 쌩뚱맞게 적응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병원 치료 용어로 흔히 알려진 'M.R.I' 검사와 같은외래어 조차도 한글로 풀어서 '엠알아이'로 번역 되어 있다 보니, 이 것이 작자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용어 인지 내가 알고있는 용어 인지 조차도 혼동이 되었다.

죽은 동생과 동생의 상상 속 여자 친구 '이상적 애인'.

실존 인물과의 접근 허용도 쉽지 않은 차에, 죽은 동생과 그리고 적절한 이름도 없이 너무나 문어체적인 설명적 명칭 '이상적 애인'이란 존재는 더욱 어려운 문체와 한글 표현의 괴리 속에서 더 앞으로의 진행을 더디게 붙잡았다.

어려운 문체 속에 등장 인물들의 대화 또한 상상과 현실이 마구 혼재 되어 함께 유령과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건데기도 하며, 과거와 현실의 시간 개념도 불분명하게 진행 되곤 한다. 다소 연극 무대와 같이 객석에서 그들을 바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글을 살펴 보니 <어떤 소송> 이 장편 소설은 역시 희곡으로 먼저 쓰여져 2007년에 초연 되었다고 한다.

 

 

 ▶ 삶의 본질은 나에게서...

정부에서 정해주는 식단과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알몸으로 된 모든 신체 정보를 모조리 공개 되는 사회.

하물며 감염의 우려로 자연 속의 생활이나 손수 잡은 먹거리도 일체 금하고 있고, 서로간의 신체 접촉도 일체 금하는 등.

인간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개개인의 자유와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건강을 위해 개개인이 신경 써야 할 부분들도 정부가 매일 건강 진단을 하면서 운동량도 지정해 주는 한낱 숨쉬는 인형으로 시험관 속에 가두어 버리는 듯한 사회 생활.  

궁극적인 인간의 원하는 유토피아 속에서 체제의 유지와 보안을 위해 개개인이 감수해야 하고, 억압 받아야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근 미래가 아닌 현 시대에서도 안전을 위해 공항 검색대에 온 몸을 그대로 스캔하는 스캐너와 IC 칩에 모든 개인 신상을 담아 버린 여권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체제에서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 체제 속에서 늘 강조하는 완벽한 체제와 법률의 오류는 절대 없음을 강조하며, 'DNA' ( 책 본문에서는 이또한 '디엔에이' 한글 표기가 되어 있다.) 검사로 인한 범법 판단의 100퍼센트 신뢰를 강조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동생 '모리츠'는 하루 아침에 범법자로 수감 되어 지는데, 주인공 '미아'는 누구나 완벽하다고 믿고 있는 자료 근거의 오류와 그 판단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법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과의 인삿말이 "상테!" (santé :건강)이라는 인삿말로 주고 받는 사회. 철저히 병원균과 차단되어 질병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세상. 우리가 추구하는 100세 건강 사회 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 된다면? 체제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면?

참으로 어려운 난제에 대하여 함께 살아가고  숨쉬는 세상을 다시 바라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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