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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호조 기에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꽤 독특한 제목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인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어린 소녀와 범죄라는 조합도 심각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암시를 받을 수 있었다.
신간 서적의 띠지 소개에는 아직은 어린 소녀와
아무런 행위를 할 수 없는 형체 없는 유령과의
이인삼각 공조 미스터리 이야기로 조금은
색다른 상상력이 가미된 일본 장르 소설이었다.
유령이 된 형사와 같은 TV 시리즈물도 종종
보아왔기에, 어쩌면 조금 익숙한 설정이기도 했다.
2019년 이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한 데뷔를 했던 호조 기에가 작가의
신작 소설로 여러 일본 미스터리 랭킹에
동시 노미네이트된 베스트셀러 작품이었다.
526페이지나 되는 무척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지만,
마치 퍼즐처럼 풀어가는 범죄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서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소설의
도입은, 실체가 없이 사건을 의뢰받아 대행해 주는
'완전 범죄 청부사'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인물인
30세 구로하 우유로 본인의 사고로 시작을 한다.
구로하는 나쁜 일을 벌이는 범죄자라기보다는,
법으로는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고 뻔뻔하게
살아가는 질 나쁜 나쁜 놈들에게 대신 복수의 응징을
대신해서 갚아주는 자경단 같은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 역시 불법적인 방법과 살인까지도 감수하는
범법 행위를 하고 있기에, 경찰에게 요주의 인물로
사회 절서를 해치는 범법자임은 다를 바 없었다.
구로하는 허름한 옥상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지상으로 떨어졌는데, 또 하필 아래에 설치된 동상에
꼬치구이처럼 꽂혀버리는 추락 사고를 당했다.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기는 했지만, 4개월 넘게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으로 중증 환자가 입원하는
집중치료실 ICU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그 자신이 아니라 형체가
만져지지 않는 유령이 되어서 자신을 마주해야 했다.
구로하는 사건 당일에 그와 미팅을 하기로 했던
의뢰인과의 약속을 떠올리고, 당시 만나기로 했던
외딴 산기슭의 버려진 빈집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가 낡은 빈집의 어둠 속에서 도끼를 휘두르면서
마주한 상대는 너무나 어린 소녀 오토하였고,
그 아이는 어찌 된 영문인지 유령을 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잔혹한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어린 소녀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은 살짝 가볍고 때로는 황당하기도 했다.
범죄자 본인이 누군가에게 떠밀림 사고를 당했고,
부모가 기괴하게 살해당했던 끔찍한 사건의 복수를 위해
유령에게 사건을 의뢰한 어린 소녀와의 기묘한 조합은
TV 시리즈로 제작해도 될 정도로 꽤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유령이 된 후 칠일 이후에는 소멸이 되기에
그 짧은 기간 내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했고,
완전 범죄로 미해결되었던 사건을 해결하면
또 다른 사건이 마치 연결 고리처럼 꿰어 나왔다.
심각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졌었지만, 유령이 된
베일에 가려진 범죄자와 어린 소녀가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퀴즈나 퍼즐을 풀어가는
방식처럼 그려졌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도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추리 애니메이션인 "명탐정 코난" 시리즈처럼,
도저히 범죄 수법을 찾을 수 없는 밀실 사건과 같던
각 사건들의 숨겨진 비밀을 추리해 내는 과정과 해법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묘한 흥분을 즐길 수 있었다.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제목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남기지 않는 완벽한 범죄를 계획했던
구로하가 오히려 새로운 퍼즐의 당사자가 되어 버린
상황 역시 촉박한 시간과 함께 긴장감도 높아졌다.
자신과 소녀가 얽혀있는 사건을 계속 파면 팔수록
그 연결이 꼬이고 꼬이면서 엄청난 사건들의 파장이
이어졌고, 우리가 진실이라 여겼던 추리도 무너뜨리며
조금도 예측할 수 없었던 반전의 연속이 거듭되었다.
이야기 전개도 사건이 발생한 그 행위 자체보다는,
사후에 독특한 콤비 인물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그 사건의 진실을 추리해가는 전통적인 미스터리
추리 소설 과정들로 마지막까지 궁금증이 가득해졌다.
마지막까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이
반전이 되면서, 해결이 되었다고 믿었던 사건도
다시 수면에 올라오는 예측 불가 이야기 전개였다.
다크하고 무거운 장르적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다분히 판타지적인 이색 요소를 담고 있기에, 중간중간
긴장감이 감도는 위험한 장면들도 연결이 되었지만
전반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