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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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제는 백세 시대가 되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일흔여덟 나이와는 걸맞지 않은 톡톡 튀는

할머니의 직진 스토리를 담은 일본 소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일본 전역을 뒤흔든 아마존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동명의 NHK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이야기를,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되어 마침내 읽어볼 수 있었다.




십 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오시 하나의 할머니의 범상치 않은

패션 센스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다른 동년배들과는 달리 똑같은 노인으로 치부를

받지 않기 위해서, 젊은이들도 소화하기 어려운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외모를 가꾸기에,

스스로 퇴화하지 않고 노력하는 자임을 자부하고 있다.


긴자 거리에서 <월간 코스모스> 매거진 제작진에게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고 사진 촬영까지 하고 왔기에,

자신의 노력에 더더욱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그녀였다.


나이가 들면서 정말 시간은 그 나이의 몇 배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 우리들도 십여 년 만에

동창들을 만나면 언제 그렇게 아저씨, 아줌마 태가

그대로 묻어나는지 세월이 야속하기만 한 것 같다.


말로는 " 학창 시절이랑 똑같네~!"라고 말은 해도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소설 속 주인공 동창들은

여든이 코앞인 노년이기에, 더욱 허공에 겉도는

입에 발린 말뿐이란 건 자명한 사실 일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만큼 정말 서글픈 건 없는 것 같다.


노년의 나이가 되면서 죽음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젊은 세대들과 달리 미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나 희망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수치 해석이기에 그대로 좌절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대부분의 나약한 모습도 어쩔 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종종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이른바 왕년의 잊혔던 노년의 유명 스타들이

과한 보톡스 시술로 인해서,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해진 모습으로 방송에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남들보다는 젊고 어리게 보이고 평가받는 게

칭찬이 된 세상이 되었지만, 무리하게 외모의 변화에만

과하게 몰입하는 편집증은 더욱 문제일 듯싶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일본 소설에서 보이는

주인공 할머니는 자신만의 철저한 신념과 노력으로,

과한 시술이 아니라 꽤 매력 넘치는 자기 관리를 하는

주체성 강한 여성이기에 저절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이 신간 베스트셀러 일본 소설 이야기 배경에는,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힘든 시기도 넘기면서

작은 일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변변한 취미 없이 집에서 조용하게 종이접기를 하는

성실하고 자상한 모습의 사랑꾼으로 등장을 한다.


늘 그녀 옆에서 자상하고 다정하기만 했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고, 그녀의 세상도 무너졌다.


장례를 치르고 남편의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중

예상치 못했던 물건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42년간 숨겨왔던 남편의 비밀에 아연질색하게 된다.


그동안 남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지냈다고

여겼던 그 시간 모두가 부정당한 사건이기에,

누구라도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본문에서도

언급이 되었던 “미망인(未亡人)”이라는 한자어.


그동안 남편을 잃은 부인을 존칭하면서 부르는

말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남편은 죽었는데 아직 죽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는

열부 사상으로 아내를 비하하는 명칭이었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도

조금의 꺾임도 없이 자신을 다독이면서,

찐한 독설도 품위를 유지하면서 날릴 줄 아는

그녀의 행보가 너무 유쾌하고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통쾌한 카타르시스도 대리 공감할 수 있었다.


흔히 일본 사람들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종종 할 정도로, 남에게 비추어지는 모습과 평판에

꽤 많이 신경을 쓰는 그들의 성향을 빗대어 볼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고 점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에,

현지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더더욱 공감이 가고 현실 속 우리 모습이었다.


모처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일본 소설이면서도,

그저 뻔한 드라마 스토리가 아니라 한 번쯤은 더

나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 무엇일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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