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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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보면, 

유독 음식과 식당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 많은 듯싶다.


신간 소설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역시 

도쿄 도심 골목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 비스트로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구모 미모사는 여행객이 많은 

번잡한 지역의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그릴 시리우스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젊은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잎을 건드리면 오므라드는 독특한 식물의 이름을 

따와서 작명한 이름이기에, '민감함', '섬세함' 등의 

꽃말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젊은 여성이 체인점 점장을 맡아서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의 선입견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편견에 맞서기 위해서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더구나 스스로 짊어지운 책임감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 하루하루가 힘겨운 모습이었다.




처음 접한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소설의 

시작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본사의 방침으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젊은 여성 점장이 되어서 

겪는 주인공의 시련을 그리는 이야기일까 싶었다. 


빌라 1층에서 거주하던 미모사는 어느 날 밤 갑작스러운 

화재로, 오갈 데 없이 겨우 몸만 피한 그녀는 

회사의 창고로 사용하고 있던 낡은 기숙사 방 한 칸을 

관리 직원 가네다 씨의 호의로 얻어서 지낼 수 있게 된다.


 



늦은 밤 귀가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가네다 씨가 근처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었기에. 

우연히 방문한 그곳에서 예사롭지 않은 주인과 손님들과 

자연스레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일상을 나누게 된다.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불을 밝히고 있는 '키친 상야등'

홀 담당을 하고 있는 동글동글 정감 어린 쓰쓰미와 

화려한 요리 실력을 뽐내는 은둔의 고수 셰프 케이와 함께,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소소하지만 작은 일상들을 

멋들어진 프랑스 요리와 함께 공감을 전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서 홀로 늦은 밤을 밝히는 

식당의 이야기는, 유명한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 

배경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익숙한 전개였다.


하지만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배경이 되는 

<키친 상야등(常夜灯)>은 쇼와 시대 건물로 낡은 듯하지만, 

매장 내 주메뉴는 프랑스 가정 요리를 중심으로 

양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개인 식당은 아니지만 역시 음식을 다루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인 주인공 미모사의 시선으로, 

상야동 프렌치 식당의 가정식 프랑스 요리와 본인의 

반조리 체인점 음식을 대하는 모습도 비교하게 된다.

 

결국 모든 음식에는 따뜻한 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진리를 찾아가는 이중적인 관점도 색다르게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양식 요리를 내주는 레스토랑이기는 했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와 음식 조리 방식도 차이가 있기에 

전문 요리 수업을 받은 셰프가 있는 상야등 심야 식당이 

개인적으로 최종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주인공 미모사의 그릴 시리우스 레스토랑 역시,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간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에 그녀 역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도 공감이 되었다!

 



본문에는 크게 5화로 챕터가 나뉘어 있었는데, 

대표 프랑스 요리를 중심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그 아픔과 상처를 토닥여주는 

따뜻한 음식이 만들어주는 힐링이 주된 전개였다.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에너지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소중한 추억과

힘들어하는 현실 속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어쩌면 먹고사는 문제가 정말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막차마저 끊긴 야심한 시각에 불을 밝히는 상야등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누구보다도 하루를 전투적으로 

보내야 하는 군중들이었기에 그들에게 맞는 요리를 

내주면서 간단한 소개도 곁들이기에 왠지 어려운 양식이 

아니라 우리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정겨움도 느낄 수 있었다.




괜스레 폼을 차리면서 전체 요리부터 코스까지 

어렵게 주문해야 할 것만 같은 프랑스 요리가 아니라, 

다정한 온기를 건네주는 프렌치 비스트로 작은 식당의 

정겨움에 집에서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늦은 밤 하루를 마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른 아침 남보다도 먼저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또 다른 사람들 모두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미모사 역시 점장이라는 갑옷을 스스로 입히고 

주변인들과 스스로 벽을 치고 지내왔을 것이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나의 아픔을 

터놓을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없어진 듯싶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받아주는 물리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처로 위로를 더해주는 

요리를 나눌 수 있는 힐링의 식당에서 나와 함께 

다정한 온기를 나누는 우리 이웃들의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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