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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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문단의 대표 작가이자, 매년 영미권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표 단편집 [인형의 주인]

원제는 [The Doll Master and Other Tales of Terror]

<인형의 주인>, <군인>, <총기 사고>, <적도>,

<빅마마>, <미스터리 주식회사> 이렇게 총 6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공포 소설 단편 모음집이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해설 내용에도 언급을 했 듯이,

'Terror'라는 영어 원제 단어가 무척 특이했다.

'공포'라는 단어 대신에 '테러'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각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유령이나 괴물이 등장하면서 비현실적인

깜짝 쇼를 그려내는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미국 가정의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 날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더더욱 소름 끼치는 현실 속 공포 내용이었다.

책 제목과 동일한 첫 번째 이야기인 <인형의 주인>은,

인형을 수집하는 어린 소년의 비틀어진 심리를

긴장감 있게 묘사하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무서운 괴한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평범한 아이, 혹은 사촌 오빠, 친구

또는 사랑하는 남편 등과의 친숙한 관계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불안한 상황들이 더더욱 현실감 넘치고

일상의 공포로 크게 다가오는 내용들이었다.


각 단편 소설의 내용도 중편 정도로 길이가

충분히 길어서 이야기의 호흡이 짧지 않기에,

주인공들의 상황 속에 깊이 있게 몰입을 하면서

점점 고조되는 불안감에 빠져들 수 있었다.

특별히 미스터리하거나 숨은 범인을 찾는 그런

탐정 방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로 진행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합리한 현실의 여러 상황 속에서, 나라면 과연

주인공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자제할 수 없을 수도

있는 장면들도 있었고, 미국 내 인종차별과

총기 문제 등 우리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었다.

"엄마를 포함한 어른들은 이제 미국에서 유괴는

더 이상 없고 그냥 납치만 있다는 게 참 이상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엄마에게 '유괴'와 '납치'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일 아이가 유괴되면 유괴범은 부모에게 연락해서

'몸값'을 요구하지. 그러면 아이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도 있어. 옛날에는 그런 식이었다고!

요즘은 아이가 그냥 .... 없어져버리는 거야...."

_P. 299 <빅마마 中>


인형의 주인 단편 모음집 이야기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총기 사고>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는 총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어린 주인공에게 사촌 오빠가 과연 해코지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가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성인이 되고, 또 나의 자식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을 때. 지난 과거의 흔적이

계속 꼬리를 물고 나와 아이들에게 다가온다면

그 이상의 공포는 더없이 무섭게 짓누를 것만 같았다.

특별히 잔혹하거나 무서운 장면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고, 이야기 결말도 살짝 열어 놓는 전개로

남겨두는 작품들이었지만, 그만큼 머릿속에서는

살 떨리는 공포의 순간들이 그려지면서, 정점으로

남는 미려한 문체였기에, 과연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저자의 대표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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