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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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정적인 모습의 봉태규 배우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 에세이를 썼다고 하는 

소식을 몇 년 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가 새로 출간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가 

벌써 세 번째 에세이라고 하기에 더욱 기대가 커졌다.

개성 있는 마스크와 정감 어린 외모에서, 그가 

악역을 맡았었어도 그렇게 밉지 않고 찰떡같은 

연기에 참 편안한 공감을 주는 배우였다.

그렇게 참 편안한 웃음과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놓은 에세이를 

통해서 미처 몰랐던 인간 봉태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신간 에세이를 읽어 보면서, TV나 영화 

스크린에 나오는 연예인이 아니라 우리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그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봉태규 배우가 본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어서 지내온 시간 동안,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나름의 노력과 과정의 

이야기를 작은 선술집에서 술 한잔 나누면서 

솔직하고 담담하게 전달하는 듯한 이야기들이었다.





책 표지 안쪽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사인 역시 

화려하거나 꾸밈없이 소담한 글씨체가 

영락없는 봉태규 그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에세이는 크게 

세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배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다양한 모습을 담아서 풀어 놓고 있었다.

<노력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제목 아래에, 

어렸을 적에 한창 유행을 했던 홍콩 누아르 

영화 주인공 양자경의 최근 할리우드 수상이며, 

한 노동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동시대 사회 구성원의 

안타까움을 담은 내용 등 우리 주변의 사건과 

사회 이슈들을 그 만의 솔직한 감성으로 담아 놓았다.

두 번째 <곁에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에서는 

어린 시절 홀로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와 큰아버지 

가족에게 얹혀살면서 외롭게 성장해야 했던 

어려웠던 가정 환경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 

애증 등 복잡한 심정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마지막 <사랑받는 가족 구성원이 되고 싶어서> 

챕터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을 듬뿍 담아 

꿀 떨어지는 아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저자 본인도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봉태규라는 

배우는 그렇게 뛰어난 외모나 키가 크다거나 

남들과 다른 우월한 유전자의 외형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너무나 편안하고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배우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별다른 고난 없이 평범했을 것만 

같았던 그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아빠와 엄마로 

부르며 살아야 했고, 그의 집에 빨간 차압 딱지가 

붙고 이사를 가야만 했던 힘겨운 가정사에서도 지금의 

모습으로 잘 성장한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공부에 뜻이 없고 대학 입시 시험에서도 

좋지 못한 성적으로 낙담하고 있던 그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어서 영화에 출연을 하게 되고, 

주변에서 만류를 하는 작은 역할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을 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흔히 길거리 캐스팅은 누가 봐도 뛰어난 외모의 

특출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입문인 줄 알았더니, 

역시 사람들 저마다의 길이 다 따로 있는가 보다!

집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버는 돈 모두 

빚을 갚아야 했던 그에게 돈 '100만원'을 맘껏 

쓰고 싶었다며, 결국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 시절의 아픔을 

다 알 순 없겠지만 그의 애절한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낸 그의 일기장 같은 글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영화나 드라마 외에도 예능에도 간간이 출연을 

하고 있는 그가 바라보는 예능 역시, 인기를 

얻기 위해 꾸미는 모습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 나다운 나를 다시 찾아보려고 한다는 

그의 노력에도 다시 한번 박수를 쳐주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 집을 잃고 다시 뿔뿔이 흩어져 사는 

봉태규는 고모네에 사촌 둘과 함께 좁은 방에서 

얹혀살면서 눈칫밥을 먹고 살았다고 한다. 

열 살 어린 나이에 '미래의 꿈'을 적어오라는 숙제에, 

돈을 얼마만큼 벌고 싶다.라는 글을 써 냈더니 

담임선생님에게 엄청 많이 혼났다고 한다.

아마도 그 시절 너무나 정형화되었던 대통령, 

과학자 같은 그런 장래 희망이 아닌 그의 글은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고 획일화되지 않은 

그만의 실제 절실한 소망이었을 텐데 말이다.





벌이가 시원찮았던 아버지는 때로 손찌검도 

많이 하셨고 두렵기만 한 존재였었는데, 

어린 시절 남처럼 떨어져 지냈던 부자 관계라 

성인이 되어서도 서먹서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아버지 양복 주머니에서 몰래 

천원 몇 장씩 꺼내다 용돈으로 썼다고 하는데, 

성인이 된 후에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의 

양복 주머니에 여전히 들어있던 천원 지폐들.

살아생전에 벌이가 시원찮았던 아버지가 

어린 태규가 필요하면 쓸 수 있게 잘 보이는 

양복 주머니에 돈 몇 천 원을 늘 넣어두셨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을 때, 아무리 엄하고 미움 

가득한 아버지였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당신의 

또 다른 따뜻함에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중략)...

나는 엄마,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에는 양말이 너무 작았다.

'이런 날이구나... 크리스마스는....'

혼자서 아주 크게 실망을 하고 내가 맡겨진 

큰집으로 돌아갔다. 친척 형, 누나들과 뒤엉켜 

자면서 또 울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_P. 123

앞으로 살짝 돌출된 큰 입으로 호탕하게 

웃음을 짓고, 해맑은 모습의 배우 봉태규를 여러

미디어에서 보았었는데 너무 힘들었던 가정사를 

딛고 너무나 잘 커준 그가 대견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의 과거 굴레를 벗어나서,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을 다하고 사랑 가득한 튼튼한 울타리가 

되려 노력하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에 응원하게 된다.

...(중략)...

아버지는 가장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미처 몰랐다. 

그때의 나는 5살 내 아이보다도 훨씬 어리고 

모자랐던 것이다. 비록 내 아버지를 좋은 

아버지로 여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버지는 

아비로서 완벽한 이름과 향기를 지니고 있는 

존재였다. 아버지가 된 지금, 다시 생각한다.

좋은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인가?

_P.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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