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오피스
말러리안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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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들의 취업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와는 

또 별개로 예전처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희미해지고 

있을 정도로 직장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빠르게 변모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도 우리 국내 

기업의 조직 문화와 업무 환경은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불합리한 구조가 있는 듯하다.

블러드 오피스 신작 소설은 바쁜 출근길에 치이고 

직장에서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판타지 SF 소재와 결합해서 새롭고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오피스 스토리였다.




'차가운 사무실의 생존자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블러드 오피스 국내 창작 소설은, 우리가 흔히 

정글이나 전쟁터와 같다고 묘사하는 직장에서의 삶을 

가감 없이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는 

모습으로 상상력을 더해서 그려낸 판타지 이야기이다.

특히나 위계관계나 상하 구도의 조직 생태계가 아직도 

요구되고 당연시되고 있는 직장 생활에서, 가장 버티기 

힘겨운 일은 넘치는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겨운 직장인의 고달픈 문제 중 하나라고 한다.

하급 직원의 실수를 못 참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직장 상사의 모습에서, 정말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았음직한 야생 맹수가 발발 떠는 작은 영양 한 마리를 

노리면서 숲속에서 두 눈을 번뜩이는 두려움과 연결이 

되기도 하고, 쳇바퀴 돌듯한 일상에서 내일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포식자의 횡포에 점점 사그라들기도 한다.

같은 사람이면서 그런 구조 속에서 내 자리가 나라는 

사람을 그렇게 변모시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현직 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 내용을 보니, 

아마도 그렇게 느꼈던 직장인의 삶을 상상력을 더해서 

실제 폭력이 난무하는 팬데믹 현상으로 표현한 듯싶다.

블러드 오피스 첫 서문에서는 한 직원이 옥상에서 

투신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유명 대기업 식품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끔찍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직장 내에서는 쉬쉬하면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전히 톱니바퀴는 

빠르게 굴러가고, 해당 직원들에게는 가혹한 채찍질만 

난무하는 몰인정한 사내 분위기 회사로 묘사하고 있었다.

식품회사의 이제욱 과장은 제품 원료를 검수하는 

과정 중에서 첨가물 원료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몰래 조사를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무조건 가동을 중단 시킬 수도 없는 일개 

회사원의 파리 목숨 삶 속에서 갈등을 하는 모습이었다.

블러드 오피스 1부에서는 이렇게 조금은 정상적이지 

않는 기업의 생태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일개 직원의 

죽음이나 탄원조차도 용납 안 되는 냉정한 현실 사회의 

안타까움을 그대로 반영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에 실제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직장 내 살인적인 노동 시간과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연이어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책임 당사자인 기업들의 안일하고 

불성실한 태도와 책임 전가의 모습을 보면서,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실제 직장인의 삶이라는 점이 씁쓸했다.



블러드 오피스 2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린치로 

낯선 공장에서 눈을 뜨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이 과장이 

세상에 다시 돌아왔을 때에 심각한 공기 오염과 회사 내 

간부들은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이상한 팬데믹 

현상으로 변해있는 주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부하 직원들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분풀이 

하듯이 목을 물어뜯는다던가, 흉측한 악마의 모습을 

드러내는 회장의 모습, 서로를 감시하며 흉측한 생체 

기관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내 동료의 모습 등 마치 SF 

호러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세상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갑작스러운 판타지 장르적 변화가 조금은 어색하고,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들이밀고 있는 인과관계에서 

개연성도 좀 떨어지면서 쉽게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마치 나를 괴롭히는 상사의 모습을 그렇게 

괴물의 얼굴로 치환해서 가끔은 상상해 봄직한 장면을, 

독특한 소재로 표현해 본 조금은 낯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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