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80년대 명동 최고의 중국요리집이었던 

'건담'의 화교 출신 요리사 주인공 두위광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그의 식당 식구들이 

그려내는 사람 사는 이야기인 소설 건담 싸부

한 때는 청와대 높으신 양반들이 줄 서서 찾던 

명동 최고의 유명한 청요리집이었지만, 

군사 독재 시절 고집불통 주인장의 독선으로 문을 

닫게 되었고, 다시 오픈했지만 늘 사고가 끊이지 

않는 중국집의 버라이어티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담 싸부는 드라마 <고씨 가족 갱생기> 

김자령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이야기로 

사람 사는 모습이 맛깔나게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마치 시트콤이나 주말 드라마처럼 다양한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면서 서로에게 

얽히고설킨 오해와 감정의 끈을 풀어가는 

이 작품 역시 드라마로 제작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우직하게 한 길을 가는 명장다운 주인공과 

독설과 아집을 무장하고 있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따르는 주방 동료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를 배신하고 가게 바로 앞에 

또 다른 중국요리집을 세워 놓은 한때의 수제자 등 

각 주요 인물들의 설정과 배경이 넘 재미있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도 

서문에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집 주방의 업무와 직급에 따른 

호칭, 한자어로 된 화교 용어들도 소개를 

해두었기에 낯선 중국요리 재료와 내용을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센스 있는 배려였다.

오롯이 음식에 대한 열정만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도 뜨겁게 먹어야 맛이 있다며, 

손님의 손을 짜장에 찔러 넣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 주인공과 미슐랭 화려한 별을 받으면서 

또 다른 희망에 꿈꾸는 직원들. 활활 불타오르는 

거센 불길의 주방에서 커다란 웍에서 빠르게 

조리가 되는 중국요리처럼 빠른 전개 속에서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도 잘 버무려졌다.

...(중략),,,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니까 

이러고 계신 거잖아요!!"아··· 터질게 

터진다. 지금 터진다. 활화산이 결국 

폭발한다."실력이 암만 좋으면 뭐해요? 

옛날에 잘 나갔던 거, 그거 다 뭐하냐구요! 

아무도 모르는데. 안 억울하세요? 

곡씨반점, 망할 놈에 곡씨가··· ."

_P. 110


건담 싸부 책의 제목처럼 식당의 이름이 

만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의 명칭인 줄 알았는데, 

1949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격전 속에서 

고향을 떠나 한국인 어머니와 결혼을 한 아버지가 

주인공 두위광에게 중국어 발음으로는 

'찌엔딴(健啖건담)'으로 평생 배곯지 말고 실컷 먹고 

살라는 의미로 이름을 새로 지어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중국집에서 기거하면서 중식 요리를 배워가며 

70 평생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중국 냉면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 그에게 어떠한 과거의 

역사가 있는지, 또 궁금한 비밀도 하나둘씩 펼쳐지는 

사건들 속에서 조금씩 열리는 스토리 연결이었다.



전설로 남을 만큼 유명한 청요리집이었지만, 

조금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요리 방법과 음식에 

대한 철학은 그의 고집과 함께 꺾이지 않았다. 

40년을 한결같이 아침마다 문사두부를 

공들여 만들면서 일과를 시작했고, 요리에는 

진심을 다해서 영혼을 갈아 담는 건담 싸부였다.

탕수육은 소스를 끼얹어서 나오는 요리가 

정통이라면서, 찍먹을 요구하는 손님들에게는 

악다구니를 퍼부을 정도로 정도를 벗어나는 

요리 방법을 못 견뎌 하면서, 따뜻할 때 요리를 

대접해야 한다는 신념 또한 철저해서 그의 주방 

식구들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내어주는 별은 정말로 

공짜였지만, 사실 주인공의 말처럼 세상에 

공짜는 없는 듯싶었다. 그 별이 주는 무게 속에서 

조금씩 불앞에 서는 게 힘들어지는 그의 문제 와 

세상에 알려진 그 유명세에 따르는 문제들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기에 풍전등화 같은 운명이었다.

건담 청식당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신입 20대 도본경, 그리고 역시 20대의 김나희도 

지난 과거의 스토리는 베일에 싸여 있는 체 튀김과 

후식 메뉴를 담당하고 있는 젊은 주방 식구였다.

그렇게 규모가 큰 매장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달인 명성에 걸맞을 정도로 요리에 진심이기에, 

동네 단골들과 입소문을 통해서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는 

꼭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곤 했고, 

이삿집에서는 열심히 짐을 나르다가 배달로 

받아먹는 중국요리만큼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그만큼 서민들의 추억과 같이 해온 중식당이었는데 

그 안에서 음식을 만들어오는 요리사들은 

추억을 만들어내는 마술사와도 같은 생각이 

든다. 건담 식당을 이끌고 있는 화교 역시 우리 

역사 속에서 시대상을 반영하는 특별한 인물이기에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의 전통과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도전에 방황하면서 어렵게 적응하기 위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세상을 풍미했던 유명한 청식당이 

한순간에 외부의 압력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또 내부의 어쩔 수 없는 

사건들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 흔들리는 식당의 

운명 속에서 건담 싸부는 그의 소신과 식당의 

운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롭게 그려졌다.

...(중략)...

그렇게 매일, 매요리를 되풀이하며 익힌 요리법은 

위광의 육체와 하나가 되었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대료 요리했다. 손이 저울이었고 

눈이 온도계였다. 새로운 것은 필요 없었기에 

변화도 필요치 않았다. 그는 기도하듯 재료를 

중얼거렸고 그분을 만나러 가는 수도승의 

경건함으로 가게를 향했다. 오직 요리만 생각하며 

평생 요리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_P. 25

20년 넘게 화교 요리사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는 대기업 출신의 고창모 매니저를 

비롯해서, 요리라면 잔뼈가 굵은 주원신 실장도 

비가 새는 허름한 청식당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그들의 중심축인 위광이 

맛과 향을 잃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요리를 못하는 요리사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인생의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들은 궁금하기만 했다.

건담 싸부 이야기 속에서는 우직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주인공의 모습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어렵게 노력하는 청춘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리에 눌어붙은 가장의 이야기, 

부모와 자식 간에 풀지 못한 오랜 앙금의 씨앗 등 

우리 주변의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도 담고 있었다.

중식에서 말하는 냉한 면요리는 우리와 개념이 

다르다. 한여름에도 찬물을 마다하는 중국인들에게 

차가운 면요리란 찬물에 한 번 헹궈 먹는 정도로, 

따뜻하지 않다는 말과 맥이 닿아있다. 살얼음이 

깔리고 덩어리째 얼음이 떠다니는 우리의 

냉면 요리가 그들에게는 괴식과 같을 것이다. 

그러니까 짜장면처럼 원형을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한국식으로 재탄생한 

냉면 요리가 중화냉면, 혹은 중국식 냉면이다.

_P. 57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짜장면 한 그릇 가격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중국에는 없는 중국요리의 

독특하고 새로운 변화는 우리가 세상에서 

탈피하며 이끌어온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와 화해의 의미도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주말 드라마 같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