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제일 좋았어? - 564일간 67개국 공감 여행 에세이
윤슬기 지음 / 대경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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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몇 년 동안 길게 장기화되면서, 하늘길은 

꽁꽁 묶이게 되었고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채웠었다.

이제 조금씩 해외여행 항공편도 조금씩 정상화가 

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멀리 떠나기 조심스럽기만 하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 여행 에세이집은, 갓 결혼한 

새내기 부부가 '지구 한 바퀴' 세계 일주를 신혼여행으로 

564일간 67개국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현지에서 느꼈던 감동을 소소하게 전달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여행이 아니라 관광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행위는 같지만, 단어의 뜻을 

곰곰이 되새김질해 보면 관광은 말 그대로 눈으로 

보고 즐기는 과정일 것이고 여행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몸으로 체득하는 일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행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패키지 단체 여행 같은 경우도, 그저 카메라만 하나 들고 

가이드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행위만 하면 되는 거라, 

이런 상품도 관광 상품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


1년 반 정도 되는 긴 시간 동안 신혼부부 둘이서 

무거운 배낭 하나 메고 직접 뛰어다니면서, 세상의 

다양성을 보고 돌아온 어디가 제일 좋았어? 에세이는 

나도 지금 당장 짐을 꾸리고 떠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평생직장이나 사회적 고정관념이 

그렇게 강하게 남아있지 않기에, 조금은 가볍게 세상 

속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젊은 마인드가 넘 부럽기만 했다.

최근에는 여행 유튜버들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따끈따끈한 현지 영상으로 소식을 전해주기에, 

스마트폰 하나로도 전 세계의 모습을 볼 수 있곤 한다.

하지만 역시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기면서 

현지에서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야말로, 나를 더욱 

성숙하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거 같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 본문에서도, 저자가 다녀온 

여행 일지를 디테일하게 소개한다거나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를 담고 있다.

그리고 SNS에 올릴만한 재미있는 사진들을 

첨부하고 있는데, 그 위에 익살스러운 일러스트 

그림을 사진 위에 덧붙여서 웹툰 보는 듯 재미있었다.

저자도 <여행과 독서>에서 인용을 해온 여행에 대한 

정의가 나 또한 가장 가슴에 와닿는 그런 문구였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정말 요즘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가고 집콕을 하고 

있기에 이렇게 책으로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는 있지만,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아쉬운 대로 

여행 에세이로 사진과 함께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해보았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 이야기 구성은, 총 57편의 

여행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주제를 6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두었다. 

그렇기에 각 주제 별로 방문했던 나라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주제에 같은 지역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다른 에피소드가 적혀있기도 하기에, 

굳이 여행 일지처럼 시간 순으로 읽지 않아도 괜찮았다.

1 추억 :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아주는 곳

2 통찰 : 차원이 다른 깨달음을 주는 곳

3 공감 :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곳

4 평안 : 영원히 머물고 싶은 곳

5 도전 : 틀에 갇힌 마음을 열어주는 곳

6 자유 :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하는 곳



배낭여행은 무언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임기 응변으로 접해야 하는 일정이 생기기도 하고, 

경비를 아끼기 위해 노숙도 하면서 때론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늘 '돈이 없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혹은 '시간이 없어서 못 간다!' 식으로 자기변명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진정한 여행은 고민 없이 

먼저 떠나야지만 비로소 시작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자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네팔 국경 오지에 갔다가 

늪에 빠져서 죽을뻔한 경험도 하고, 그가 방문했던 

이슬람 국가와 그리스 등에서 벌어졌던 여러 사건과 

사고 등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겠지만 서로 의지하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있었기에 또 힘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중략)...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라도 좋다.

삶을 인식시켜줄 사람이면 된다.

나 또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_P. 74

어디가 제일 좋았어? 에피소드마다 이렇듯 

여행지의 세세한 이야기 보다, 저자가 가슴으로 느꼈던 

작은 깨달음과도 같은 소소한 감정을 전하고 있기에 

여행은 누구나 작은 철학자가 되게 만드는 거 같다.

내가 머물고 있는 우물 안에서만 바라본 하늘과 

우물 밖을 넘어서 더 넓은 하늘을 보았을 때에는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한 인터넷 유튜버의 날 것 그대로 전하는 

인도 여행기를 너무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우리가 흔히 여행을 이야기할 때면 많은 여행가들이 

인도를 꼭 손꼽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이 함께 만나는 

갠지스강의 바라나시 지역에서 인생의 의미나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추천들을 했었다.

하지만 또 그 이면에는 너무나 심한 바가지 상술과 

이른바 눈팅을 치는 비정상적인 삐끼 행렬들과, 

비위생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현실 여행이 힘들기도 했다.

극명한 음과 양이 존재하는 곳이기에 더 많은 상념을 

하게 하고, 이 또한 삶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방문하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잘 사는 

선진국이건, 혹은 아직도 버스가 제대로 다니지 않는 

오지에서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지역을 방문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떠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기지 않나 싶다.

...(중략)...

떠나자. 떠나면 불필요한 것들이 보인다.

떠나면 가벼워진다.

_P. 106

저자가 배낭을 짊어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마지막으로 스스로 물어보는 질문인, 

'어디가 제일 좋았어?' 물음에 대한 진솔한 답을 

들어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디로 떠나고 싶을지 지금도 

지도를 펼쳐 보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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