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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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컬러 슬라이드 사진집은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알려진 그의 초기 작품 76점을 

엄선해서 담은 소장 가치 높은 컬러 화보집이다.

뉴욕의 사울 레이터 재단과 공동 제작을 해서, 원본 

슬라이드 필름의 색감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서 

고품질의 종이에 인쇄를 해서 디럭스 사이즈의 커다란 

판형과 고급 양장본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집이다.



카메라가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화가가 

그림으로 그려낸 회화가 아닌 사진 작품이 예술로 

인정을 받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걸린 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너무나 쉽게 누구나 사진을 빠르게 찍고 또 그 자리에서 

바로 방금 찍은 이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사진이 주는 작품성에 대해서 오히려 

다시금 희소성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또 그 의미가 

반감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흔히 셀카 한 장을 

찍더라도 똑같은 기기를 사용했지만 누가 찍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물이 사뭇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기에 작가의 사진은 결코 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찰나의 순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해서 만들어 내는 

사진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기에,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진집은 더욱 그 의미가 깊었다.

지금은 사진 역시 필름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많이 

사라졌지만, 초기 슬라이드 필름이 주는 색다른 느낌과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집이었다.

사진을 그냥 툭~ 툭~ 빠르게 넘겨 볼 수도 있겠지만, 

왠지 한 장 한 장 시선을 잡아끌면서 오래도록 머물게 

되었고, 그 안에 담긴 살아있는 숨결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지금까지 바쁜 도심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정신없이 들리던 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순간 멈춤 비디오 버튼을 눌러서 사각 틀 안에 

고스란히 담아 놓은 듯 너무나 생생한 사진들이었다.

1940~ 1950년대에는 흑백 사진만이 예술로 

인정을 받던 시기라고 하는데, 사울 레이터는 뉴욕에 

정착하면서 뉴욕 맨해튼 거리의 일상을 필름에 담아서 

그 만의 독특하고 과감한 구도와 색채를 표현했다고 한다.

때로는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오래된 필름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살짝 빛바랜 느낌으로 표현했다는 이미지도, 

마치 아득한 추억의 레트로 감성이 느껴져서 새로웠다.

대형 양장본 사이즈 215x 275mm의 커다란 도서이기에 

띠지도 하드커버 뒷부분에 세로로 길게 위치하고 있다.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도서 구성은, 그의 미전시 분량 

슬라이드 필름을 디지털 복원하고 인쇄한 사진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가 필름을 보관했던 소스 박스 

넘버 순으로 그가 찍었던 뉴욕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에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금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듯이 살아 숨 쉬는 거리의 모습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었는데, 필름 보관 역시 

특별한 계획 없이 고무줄로 칭칭 감아서 소스 박스 등에 무심히 

보관해 두었던 것들을 재단에서 분류하고 출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학창 시절에 

그림의 구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인물의 배치는 어떻게 

해라! 하는 식의 그런 틀에 박힌 학습으로 만들어진 딱딱한 

구성이 아니라 너무나 자유롭고 감각적인 사진들이었다.

깨진 유리창을 부각해서 찍은 사진에서는, 유리에 

반사된 거리의 모습이 어슴푸레 드러나면서 오히려 

전면에 위치한 사물과 그 뒤로 비추어지는 대상의 주제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합쳐지는 식의 묘한 매력이 넘쳤다.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필름들을 소개하는 사진을 

박스 별로 분류하면서, 각 박스 챕터별로 그의 일생과 

작품관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기에 미쳐 알지 못했던 

사울 레이터의 작품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늦은 나이에 그의 사진들이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그만큼 그의 뚜렷한 시각적인 표현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고수해왔던 점도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에서 

배경과 인물이 마치 하나로 합쳐져 있듯이, 공간의 개념이 

무색하게 하나로 연결된 독창적인 구성 작품처럼 보였다.

대부분 사진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그 외의 

배경은 날려버리거나 무시할 수 있게, 오롯이 주제만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게 일상적인 사진 촬영일 것이다.

그런데 그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지나가다가 

얼핏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모습들을 캐치하거나 

마치 벽을 넘어서 그 뒤에 숨어있는 인물까지도 수면 위로 

끌고 나오는 것처럼 풍부한 공간의 이미지가 연결이 되었다.

...(중략)...

2002년 뉴욕 유대인 박물관 강연에서 레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 예술의 역사에서 색은 언제나 

홀대당했습니다. 색을 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드로잉과 형태 같은 요소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색은 너무 자주 의심받았습니다."

_P. 67

그의 수만 장의 슬라이드 필름 속에서 엄선해서 

수록한 76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사물 레이터 더 가까이 

사진집은, 그의 초기 컬러 슬라이드를 수록한 최초의 

작품집이라는 의미도 무척 깊다. 하지만 그런 세속적인 

잣대보다도 그가 무심한 듯 셔터를 눌렀던 사진들 

한 장 한 장 모두, 사람의 숨결과 말소리가 마치 내 옆에서 

들리고 보이는 듯, 평범하지만 깊이 있는 순간의 포착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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