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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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꽤나 강렬한 제목의 도서는, 

표지 디자인도 산산 조각이 나있는 거울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어슴푸레 비추어지는 추리 소설 같은 이미지였다.

저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발표하고 여러 수상도 하면서 

TBS 드라마로 '나츠메 형사' 시리즈가 제작되기도 했다.

사회구조적인 범죄를 다루는 소재를 많이 다루었던 

저자였기에, 이 책의 제목과 표지 역시 그런 분위기가 

보여서 처음에는 미스터리 추리 장르 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고 가장 먼저 느꼈던 생각은, 

개인적으로 책의 제목을 바꾸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일본 소설이기에 원제 역시 동명의 제목을 일본어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자라는 선입견은 

왠지 끊임없는 추격전이 연상되는 추리소설 같기만 했다.

물론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살짝 가늠이 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책의 제목을 먼저 

확인해 보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다른 방향인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읽었던 장편 소설들 중에서 

너무나 깊이 공감이 가고, 울림이 커서 꽤 여운이 

깊게 남아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이야기였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이야기는 야쿠자의 칼부림이나 

시리얼킬러의 삭막한 연쇄 살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현재도 비슷한 

사건 사고를 수시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명문대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 마가키 쇼타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에 늦은 밤 집에 돌아왔지만, 

여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 메시지를 받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어두운 빗길에 차를 몰고 나섰다가 

집 앞 횡단보도에서 결국 사람을 치고 달아나게 된다.

쇼타는 음주 운전으로 체포가 되고 결국 감옥 살이를 

하게 된다. 5년여 만에 사회로 돌아오지만 예전과는 

다른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본인의 죄의식 등이 

이어지면서 실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종종 음주 운전으로 

결코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내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게 되는데, 더더욱 어린 학생들의 죄의식 없이 

벌이는 범죄도 점점 늘어나기에 각박해져가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피해 갈 수 없는 듯싶다.

20살 미래가 창창한 명문대 학생인 주인공이, 

더구나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아버지의 

든든한 배경까지 더해져서 이른바 금수저였던 그가 

한순간의 실수(?)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런데 정말 음주 운전으로 벌어진 사고는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오히려 잠재적 살인을 

준비한 과정이기에 더 높은 형벌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에서는 이렇듯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하고 징역형을 받게 된 주인공이 사건의 

가해자였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밝기만 했던 미래의 꿈마저 

모두 송두리째 파멸시켜버리면서 본인도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어린 나이에 무섭고 두려웠기에,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 못하고 사건의 진실도 자신을 속이면서 은폐한 채 

자기 합리화를 하는 모습도 결코 낯설지는 않았다.

세상의 따돌림 속에서 죄책감도 느끼고는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미 죄에 대한 징벌을 다 받았는데 세상에 

까발려진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 더 이상 부끄러워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라는 욱하는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렇게 타고난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이 한순간의 잘못으로 

벌어진 이와 같은 사건은, 정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너무나 현실적인 구성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서 평안했던 한 가족의 구성원과의 

원치 않았던 이별을 해야 했고, 그 자신도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사건 이전의 삶처럼 지낼 수는 없는 게 현실일 것이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 스토리 구성은 이렇게 사건의 

가해자 입장에서 주로 그려지고는 있지만, 그의 행동 하나로 

주변에 도미노처럼 쓰러져 가는 관계들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정말 숨죽이고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게 되었다.

그의 여자 친구와 주변 친구들의 변화된 모습들, 

자신으로 인해서 본인 가정도 무너지고 피해자의 가족들도 

원한만 남은 채 결코 재판의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다.

나이 여든의 아내를 갑작스레 잃은 노인 후미히사는 

가해자 청년인 쇼타를 무슨 일인지 꼭 만나고 싶어 한다.

이야기의 초반에 이렇게 빠르게 사건이 일단락이 되기에 

미스터리 추리 장르처럼 범인을 찾아가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그만큼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그 후에 살아가는 

힘겨운 삶의 이야기가 너무나 뼈아프게 그려지고 있었다.

정말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과연 어디까지 책임지고 

참회를 하면서 속죄를 올려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과연 

인간으로서 일말의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악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선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죄의식의 무게는 너무나 클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정말 아차 하는 순간에 

누구나 범법자가 될 수도 있기에 너무나 많은 우리 현재 

사회의 문제와 사람의 관계, 가족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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