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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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신작은, 벌건 대낮에 런던의 관광 명소인 

'팔러먼트 힐 필즈'에서 한 청년이 그의 연인을 칼로 

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자살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한다.

주변에 조깅을 하는 사람도 여럿 있는 오픈된 공간에 

더구나 밸런타인데이에 벌어진 참혹한 사건이었는데, 

현장 바로 코앞에서 접했던 다섯 명의 인물을 배경으로 

끝나지 않은 위협이 이어지는 독특한 스릴러 소설이다.

한낮의 관광지에서 벌어진 살인과 자살 사건이기에 

누가 보더라도 사건의 경위는 명백하리라 

보였지만, 무언가 선명하지 않은 현장을 암시하고 

있는 5인의 목격자 도서 표지의 소개 내용이었다.

처음 목격자들의 기억에 문제가 있는 듯한 암시를 

보여주는 표지를 보았을 때에는, 유명한 고전 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란이 깊던 일본 헤이안 시대에 사무라이 한 명이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을 두고, 여러 명의 목격자들이 

서로 다른 사건의 정황을 이야기하면서 그 진실과 

거짓된 증언이 상반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그 이후 '라쇼몽 효과'라는 심리학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발전되었던 내용이기에, 이 작품 역시 

설정상으로는 상당히 유사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었다.



5인의 목격자 전개 방식은 저널리스트로 일하다가 

얼마 전 해고를 당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젠 헌터라는 중년 여인의 시점으로 시작을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의 밝은 오후에, 

댄이라는 남성이 그의 여자친구와 큰 소리로 

언쟁을 벌이면서 위협을 가하다가 그녀를 살해하고, 

스스로도 목에 칼을 그어서 자살을 하고 만다.

바로 앞에서 얼굴에 피가 튈 정도로 가까이 있던 

젠과, 가해자를 막기 위해서 몸을 던졌던 게이 남성 

제이미, 운동 중이었던 중년 여자, 헤드폰을 끼고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자 황급히 자리를 떠나버린 

10대 흑인 청년 등이 그 자리에서 모두 현장을 목격 했다.

사건 발생 후 도망친 10대 청소년을 제외하고는 

경찰의 조사로밝혀진 진상이 모두 다르지 않고 

확실하기에, 그렇게 그 사건은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젠 헌터에게 '댄이 그의 여자 친구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알 수 없는 트위터 계정의 인물이 

보내온 메시지를 받고 나서 그녀는 다시 조사를 시작한다.

베일에 싸여있는 트윗 계정의 인물은 젠을 

끊임없이 숨어서 스토킹하면서 메시지를 계속 보낸다. 

 과연 현장에서 모두가 명백히 보였던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니? 다른 숨겨진 배후가 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이야기 처음 화자였던 젠은 살 곳조차 마땅치 않기에 

대학시절부터 함께 해온 절친 벡스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스토리 전개 방식도 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서로 문답을 하듯이 

벡스의 시점으로 화자가 전환되면서 빠르게 전개가 된다.

5인의 목격자 영어 원제로는 Five Strangers로, 

살인 현장을 목격한 서로 모르는 다섯 명의 인물들은 

사건 이후 처음 접한 낯선 이방인이었을 뿐이었다.

젠은 당시의 사건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내는데 

제안을 받고, 각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과거도 하나 둘 드러나게 된다.

처음 이 소설을 접하면서 느꼈던 라쇼몽 효과의 

불편한 진실과 거짓에 대한 전개 방식은 유지했지만,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엇갈리게 주장했던 

목격자 진실 공방과는 차이가 있는 색다른 스토리였다.

다섯 명의 이방인들이 한자리에서 모두 동일한 

사건 현장을 보았던 점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젠에게 보내온 메시지에는 범인이 따로 

있다는 묘한 암시를 주고, 현장에서 사망한 가해자 역시

숨지기 직전 무언가 말을 남기기도 했다는 진술도 

추가로 취재를 하면서 밝혀냈기에 더욱 혼란이 되었다.

5인의 목격자 스토리 중후반 즈음에 이르러서는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드러나게 되는데, 더욱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두꺼운 책을 덮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진실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 

결국 또 다른 거짓으로 가려져서 눈과 마음을 

현혹하고 있었음이 하나씩 밝혀지게 된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의 비밀이 있겠지만, 

계속되는 거짓 인생은 자신조차도 어느 현실이 

사실인지조차 혼동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나를 숨기고 인연을 맺은 사람과의 만남도 

결국에는 사상누각처럼 진실되지 않았기에, 

진솔한 믿음 없이 스스로 자멸하게 되지 않을까?

5인의 목격자 추리 스릴러 장르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요즈음 SNS를 통해서 점점 나 자신을 사람들에게 

내 보이면서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그런 셀럽이 

되고자, 거짓된 자기 모습을 꾸며서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면을 쓴 듯한 자기 모습 뒤에는 오히려 

열등감 가득한 암울함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종종 불거지는 걸 

보면서 나의 치부를 굳이 들어낼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른 새로운 나의 모습을 거짓으로 

꾸며대는 뮌히하우젠 증후군 같은 거짓 인생은, 

이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듯이 결국 나에게 부메랑처럼 

독으로 돌아오는 안타까움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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