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세계문학의 천재들 5
에바 킬피 지음, 성귀수 옮김 / 들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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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 처음으로 초역이 된 북유럽 소설 타마라

무려 50년 전인 1972년에 본국에서 초판 되었고 

그 후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번역이 되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서 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핀란드 출신 작가인 에바 킬피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수많은 중편 소설을 써내면서 유명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될 만큼 명성을 얻었지만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타마라 '불가능한 사랑' 부제를 달고 있는 

북유럽 소설은,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작품이라고 소개되었기에, 처음엔 굉장히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사랑의 묘사가 나열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화자인 지식인 남성과 그와 함께 

연인인 듯 아닌 듯 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타마라 여성과의 끊임없는 性 담론과 여성의 주체성과 

자유로운 종속에 관한 토론이 주로 이어지고 있다.

첫 장을 열자마자 서로 연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였지만, 남녀의 묘사 내용이 낯설기만 했다. 

여주인공 타마라는 야한 옷차림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야기의 화자인 

남자는 그런 그녀의 발톱에 페디큐어까지 정성스레 

발라주면서 외출을 위한 치장을 도와주고 있었다.

타마라 소설의 전개는 대부분 이야기의 화자인 

한 남자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야기의 

중반까지 주인공 남자와 여자에 대한 배경 설명이 

명확하게 소개되지는 않는다.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한두 가지씩 그들을 대략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지식인에 대해서 혐오감을 가지고 있고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있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친구인 

타마라는 그러한 그와 연인처럼 침대를 같이 쓰기도 

하지만 늘 전화를 받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나간다.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나 종교 성직자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여러 남자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독특한 상황으로 그려지고 있다.

화자는 다른 남성들과 데이트를 하러 외출했다가 

돌아온 그녀에게 상대방과의 잠자리 장면이나 사랑을 

나누는 당시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물론 노골적인 性 행위 묘사 장면이 

몇 군데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녀가 정신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과 욕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70년대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여성의 인권이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던 시기이기에, 

자유로운 애정관을 가지고 있는 타마라 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아마도 핀란드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남녀 간의 사랑을 떠올릴 때에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북유럽 가치관이라고 해도, 연애나 결혼을 했을 때에는 

상대방과 나만이 오롯이 함께 해야만 할 것이다.

개방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문란해 보이는 

타마라의 연애 생활이 소설에서 소개되고는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육체적 만남 이면에는 우리를 

옥죄는 족쇄를 부수고자 하는 투쟁이 비추어진다.

...(중략)...

"당신들이 우리 여자들한테서 찾는 건 바로 어머니야.

아니, 어떻게 보면 그 순환고리를 끊길 원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 한 여자의 몸에서 났다는 숙명, 

결코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을 짊어져야 할 

그 저주의 사슬 말이야. 그걸 깨트려 버리겠다는 게 

바로 당신들이 여자를 바라볼 때 품는 욕망의 정체라구. 

자고로 모든 여자는 남자에게 하나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지. 

그렇기 때문에 여자 곁에서 남자는 악의 순환고리를 

끊고자 꿈을 꾸는 거야. 하지만 그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지. 그 점이 바로 남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인 셈이야."

_P. 99

타마라 소설의 부제가 '불가능한 사랑'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불가능한 사랑이 의미하는 바는 

표면적으로 쓰여 있는 결코 육체적이거나 관념적인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듯싶다. 

성불구인 화자도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지식인 반열에 

놓여있는 대학교수이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불나방처럼 여기저기 날아드는 타마라는 정신 병동에서 

마음이 다친 이들을 치료하는 심리 치료사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나름 엘리트 인물들이었다.

책 소개 내용처럼 저자는 여자의 해방에 대한 주장을 

강하게 비추고 있기도 하지만, 서로 이율배반적으로 

지식인이 지식인을 비판하는 화자나 나조차도 조건 없는 

사랑을 애타게 찾으며 길을 잃고 있는 타마라 역시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내용이기에, 나 자신에게 확답을 

내리기 힘든 연약한 존재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



타마라가 만나는 남자들을 '체크무늬 사내', 공산주의자', 

'자본가' 등의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고, 휴양지에서조차 

매일 함께 하는 유부남 쿠스타 모리, 매일 전화로 만족을 

시켜주는 상대, 병원 환자였던 어린 여자 미르자, 아직 

아기가 없어서 결혼 생활의 위기를 지닌 방직공 아낙네 등 

그녀 주변의 인물들조차 그녀가 벗어나고 싶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늘 마주하게 되는 인물로 표현한 듯. 

서로 다른 관념을 지닌 우리의 부족하고 불편한 사실을 

시각화해서 만들어 낸 그녀 자신의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지속적인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은 서로에게 

집착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라고 있어 보인다.

과연 불평등한 지위나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의 주체로 함께 성장하는 애정을 지닐수 있을까? 

"나는 사랑을 할 때 인류 전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치 우유를 너무 많이 먹었을 때처럼, 

사랑으로 더부룩한 그런 느낌······."

P. 211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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