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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1999년 첫 데뷔 작품인 [랄프의 파티]로 당해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화려하게 등단한 리사 주얼.
최근까지 총 18편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전 세계에 천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하는데, 엿보는 마을 (Watching You)는
출간 후에 <뉴욕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대표 추리 스릴러 작품이다.
보통 추리물이나 심리 스릴러 작품을 읽어 볼 때에,
확실히 여류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감정 묘사가 강하게 느껴지곤 한다.
흔히 추리물이라고 하면 남성 편향적인 성향이
강하게 평가되는 부분이 많기에, 대부분 강렬한
하드보일드 식의 전개가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그렇듯이 범죄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는 보다는,
그 배경의 이야기와 피해자와 범인 간의 스토리를
감성적으로 풀어가는 내용에 몰입하게 된다.
엿보는 마을 첫 장에는 1996년 영어 선생님을
사랑한다는 한 여학생의 일기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2017년 3월 24일
가정집 주방의 살인 현장을 살펴보는
로즈 펠럼 경장의 장면으로 이어지게 된다.
20여 년의 세월 간격을 두고 과연 어떠한 비밀이
숨겨있고 연관된 건지 궁금해지는 도입이었다.
엿보는 마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조금 더 입체적인 구성으로 몰입감이 높아져서
각 인물 내면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의미심장한 사건 파일을 던져 주고 난 후에,
사건 시간 보다 앞선 1월 6일 영국 브리스톨 마을
오빠네에 얹혀살게 된 조이의 시점으로 묘한 동네
분위기와 톰 피츠윌리엄이라는 매력적인 남성의
존재를 불안한 듯 서술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조이는 어머니를 여의고 이비사에서 충동적인
결혼을 하고, 남편 앨피 버터와 함께 외과의사인
열 살 터울의 오빠 잭의 집으로 들어와 지내고 있다.
이야기 대부분은 조이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그녀의 불완전한 심적 갈등이 꽤나 공감되게
그려져 있어서, 아슬아슬한 로맨스 장르와
의문 가득한 미스터리 내용이 잘 버무려진 듯했다.
조이의 남편 앨피는 누구나 반할만한 훈남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상대와 결혼 후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그런 그에게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기에 앞으로의 전개가
아슬아슬하게 진행될 것 같은 설정이었다.
이야기의 첫 장면에서 조이의 시선을 잡아 끈
남자는, 동네 공립학교 교장인 톰 피츠윌리엄이다.
그는 조이 보다 두 배가 넘는 나이인 쉰한 살이지만,
동네 모든 여성들의 끈적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만큼 젠틀한 외모와 태도로
브리스톨에서 사랑과 명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브리스톨 공립학교의 졸업반 학생인 제나 트립과
톰 파츠윌리엄의 아들 프레디 이렇게 3명의
주요 인물 시점으로, 작은 상류층 동네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도 불편한 비밀 이야기가 하나 둘 밝혀진다.
엿보는 마을 책의 제목처럼, 이 작은 동네에는
은밀하게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감시하는
인물들이 여러 명 수상하게 그려지고 있다.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교장 아들인 프레디는,
이층 자기방 창가에서 동네 여기저기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몰래 도촬하듯이 사진을 찍고, 남몰래
흠모하는 여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고 있다.
그리고 제나의 어머니는 누군가가 본인을 스토킹
하고 있다는 음모론에 심취해 있는데, 교장이
그 배후라면서 그의 집 앞에서 몰래 엿보곤 한다.
제나는 학생들에게 과하게 친절함을 베푸는
톰의 행동 역시 불편하기만 한데, 과연 모든
여성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그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는 가면을 쓰고 이중생활을 하는
겉과 다른 악한 존재인 건지? 궁금증은 증폭되어 갔다.
엿보는 마을 이야기는 사건 이전의 시점에서
다시 현재 사건 후 경찰 조사를 받는 마을 사람들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입체적인 구성으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숨겨진 진실이 하나로
모아지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반전이 마지막까지 의문에 의문을 더하게 된다.
추리 스릴러 장르로 소개되고는 있지만, 사실
살인 사건을 제외하고는 각 인물들이 세상에
내 보이는 모습과 다른 아픔과 과거의 비밀 등
드라마적인 내용을 꽤나 감각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특히나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의미와
조각나는 가족의 형태, 십 대의 정체성과 화합 등에
대한 현실적인 사회 문제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조이는 마을의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매력적인 톰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연정의 마음을 품고 마음속에 그를 담게 된다.
눌 마을 사람을 지켜보던 그의 아들 프레디에게
불륜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들키기도 하고,
제나의 엄마 역시 교장이 과거의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동네방네 설파를 하지만 오히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집착녀로 낙인찍혀 버린다.
정말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전개된 것이며 과거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결국 하나씩 떨어진 단서들이 묘하게 연결되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는 충격적인 결말로 연결된다.
거창한 액션이나 사건의 묘사는 전혀 없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섬세한 인물 묘사가 흥미진진했다.
...(중략)...
"사람들은 죄다 그 남자가 신이라도 되는 듯
생각해요. 저는 속이 뒤집히죠.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와 아들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노란 집 창문으로 보이던 형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한 여자도 물러나며 말했다. "엮이지 마세요.
멀어지라고요. 아니면 결국 저처럼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극심한 고통에요."
_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