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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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열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서, 각 단편을 하나의 조합처럼 

연결한 미스터리 드라마 소설인 샤일록의 아이들

<변두리 로켓>으로 이미 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케이도 준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2006년 초판 되었던 작품이었지만 이번에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 제작 확정이 되면서 재출간된 작품이다.

갠적으로 <변두리 로켓>을 먼저 접했던 터라, 그의 

작품 속에서 보이는 휴머니즘과 잔잔하면서도 

의욕 넘치는 삶의 이미지가 꽤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변두리 로켓을 읽을 때에는 중소기업 제작소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기계 부품을 만드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묘사를 했었기에, 저자가 혹시 기계공학도나 

그의 경력 역시 관련된 분야가 아닐까 했었다.

그런데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게이고 대학 졸업 후에 

대형 은행에서 일했던 저자였기에, 샤일록의 아이들 

이 작품이 오히려 더욱 이케이도 준 작가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도서 소개에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지만, 작은 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각기 다른 

배경의 열 명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기에 기본적인 배경에는 

휴먼 드라마의 전개 방식을 따라서 그려지고 있다. 

각 챕터 별로 은행 직원들의 간절한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고와 

실종 사건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하나의 큰 축을 

이어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신선한 전개 방식이었다.



샤일록의 아이들 책의 제목에 명시된 '샤일록'은 

셰익스피어 희곡인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탐욕스러운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을 차용해 왔다.

그만큼 작은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은행 지점에서 

출세와 부를 바라는 인간의 작은 욕망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에 근무한다고 하면, 최고의 

직장으로 손을 꼽고 있던 시기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일반 직장인들 퇴근 시간이 되기도 

훨씬 이른 시간에 은행 문을 걸어 잠그는 걸 보면, 

은행원은 정말 집에도 빨리 가겠구나!라고 어린 마음에 

부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굳게 닫힌 철문 뒤에서 

그렇게 부럽기만 하던 그들이 엄청나게 고달픈 

숫자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지는 미쳐 몰랐었었다.

샤일록의 아이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상고를 졸업하고 은근한 끈기로 니가하라 지점의 

부지점장까지 오른 후루카와의 시점을 그리고 있다.

대학 엘리트 코스를 마친 동료들보다 진급도 늦고 

무시당하기 일 수였던 터라,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고 

자격지심도 가득했지만 조직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겉으로는 내색하지 못하면서 속으로 출세를 위한 

욕망을 갈망하면서 참아오던 자수성가 인물이었다.

하지만 고졸 상사를 무시하는 듯한 어린 부하 직원과의 

마찰로 조금씩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사립대학 경영학부에 입학해서 영어 회화 

학원도 다니면서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 

도모노는 과로로 인해서 연수를 참석 못 하게 되고, 

결국 진급에서 미끄러지는 비정한 계급 사회의 

안타까움을 그리는 두 번째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각 단편 이야기마다 힘겹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연과 함께, 

심상치 않게 벌어진 금융 사건과 은행원의 

실종 사건까지 겹치면서 묘한 긴장감을 풍기게 된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사원부터 여자 행원, 

대출 담당 대리, 영업과 과장, 은행 부지점장 등 

일반인이 셀 수 없는 커다란 현금을 만지는 그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속으로 썩어가는 힘겨운 

계급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퍽퍽한 삶의 가정사들이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샤일록의 아이들 본문에 소개되는 각 인물들의 

행적을 쫓아가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돈의 유혹에 노출되어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게 된다.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도 같이 마지막까지 숨죽이고 과연 누가 

범인일지 궁금증은 더욱 증폭이 되어간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계속 뒤집혀가는 

사건의 진실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하기만 했다.

"은행은 맑은 날엔 우산을 씌워주지만 비가 오면 

빼앗아가는 곳이라고들 하지. 선대, 그러니까 

내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미국에서 불려와 

이 회사를 물려받고 난 뒤에 그 말이 맞구나,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모르오. 자네는 우리 회사가 

좋을 때밖에는 알지 못하지. 그렇지만 말야, 

이 자리에 오기까지 큰 시련이 몇 번이나 있었다네. 

언제였던가, 당장 내일 돈이 없으면 부도가 

날 위기에 몰렸을 때 당신들은 대출을 끊었소."

...(중략)...

_P. 67


은행 업무라는 것이 그저 돈을 맡겨주면 보관해 주고 

이자를 받는 그 정도로만 알았는데, 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직접 기업들을 방문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는 정글과도 같은 엄격한 사회였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내부 조직에서는 쓴소리에도 

참고 삭히기를 반복하며 승진의 발판을 다지고, 

외부 실적을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샐러리맨의 생활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눈앞에 손쉽게 놓여 있는 현금의 유혹은, 

힘겨운 삶에 자칫 그릇된 생각을 하게 만들기 쉬운 

벼랑 끝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게 아닌가 깊다.

...(중략)...

하지만 한 인간이 실종되는 데 모두가 납득할 만한 

특별한 이유라는 게 있을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만원 전철에서 부대끼고 직장에서 시달린다. 

그러다 보면 가족으로부터도 소외되고 

여자들한테도 인기 없는 형편없는 남자가 되어 있다. 

그런 일상이 몇 년씩 계속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싶지 않을까.

_P. 211

샤일록의 아이들 배경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은행 

지점의 몇 안 되는 직원들의 각 삶이, 어쩌면 이렇게 

버라이어티하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겉으로는 

무심히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는지~! 

가면과도 같은 군상의 모습을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를 하고 있기에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에 

빠르게 동화되어서 공감하게 만드는 매력이 넘쳤다.

짧은 열 편의 단편 스토리를 빠르게 읽어 볼 수 있듯이 

각기 완성된 결말을 보여주는 서로 다른 주인공의 

스토리를 담은 독립된 이야기였는데, 결국에는 

하나로 모이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의 기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흥미로운 구성의 이야기였다.

다시 한번 이케이도 준의 영리하고 사람 냄새나는 

흥미로운 스토리 구성력에 폭 빠져버렸다~!!!

...(중략)...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감정'과 '현실'의 갈등을 

이겨내 항상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_P.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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