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서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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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공사에서 출간된 국내 추리소설

기억 서점 신간을 읽어 보았다.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기에, 평소 책을 다루는 서점에서

느끼던 따뜻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공포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슬슬 날이 더워지면서,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들이 조금씩 선보이고는 있는데,

그동안 스릴러와 추리소설들은 영미문학과

최근에는 북유럽 작품들 위주로 많이 접해보았기에,

국내에서 발매된 작품이라서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인 김명섭은 2020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수상도 여러 번 하면서 꽤 많은 집필을 했다고 한다.

 

기억 서점 기본 플롯은, 15년 전 살인마와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던 한 대학교수가

현장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본인만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꽤 긴 시간이 흐른 뒤에

이제는 반대로 살인자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하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 가는 주인공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설정이었다.

게다가 연쇄 살인마 뿐만 아니라, 그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주인공 역시 오래된

고서적에 엄청난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희귀한 고서적을

다루는 서점을 열면서 과거의 악령과의

마지막 한판 승부를 그리고 있는 내용이었다.

최근 TV에서도 너무나 평범하기만 해 보이던

어린 청소년, 여인들이 꽤나 어두운 악을 가슴에

숨기고 가면을 쓰고 있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영화보다도 더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던

그들의 표정에서는 전혀 반성이나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초점 없는 눈동자로 미소까지

짓는 모습을 보면 점점 더 섬뜩하기만 했었다.

이번 작품 역시 전혀 사회성 없이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도 않은 채 살인을 즐기면서

저지르는 범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는데,

그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그릇된 환경이

끔찍한 연쇄 살인마로 탈피하게 만드는

과정의 모습도 본문 속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첫 도입부에서 이른바 '사냥꾼'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범인이 살인을 하기 위한 대상을 선택하고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

특히나 너무 충격적이었던 설정은,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신청한 여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누구나 집에 돌아가기 무서운 어두운 저녁 퇴근길에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당연히 다른 사람과

동행을 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고 여길 텐데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범죄자에게 접근하기 쉬운

타깃이라고 광고를 하는 셈이라는 판단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라 상상 이상이었다.

글 본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그렇게 동행

서비스를 요청한다는 것은 집에 혼자 살고 있고

나를 마중 나와줄 사람이 없다는 반증이 되니 말이다.

게다가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네 성격상. 어느 정도 집 근처에 도착을 하면

경계심도 무뎌지면서 서비스 담당하시는 분들과

중간에 헤어지고 홀로 가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도

정말 고개가 끄떡이면서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다.

정말 우리가 안전을 위해서 준비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행동이나 안전장치들만을

믿고 조금은 안이하게 주변의 경계를

늦추게 되는 게 기본적인 인간 심리일 것이다.

 

기억 서점 소설 속에서, 살인마에게 복수를

준비하는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유명우 교수로,

TV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면서 오래된 책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인기에만 급급하고 유명세를 즐기는

인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서적을 사 모으고

방송활동으로 부와 명성을 모아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든 걸 내려놓고 자기만의 서점을

오픈하고, 그동안 값비싼 가격에 구입했던

고서적들도 세상에 내놓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또다시 이번에는 살인자의 시점에서 그 역시

꼬리가 잡히지 않게 아주 치밀하게 끊임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지만, 오래전 놓쳤던

교수를 TV로 보면서 언젠가 조우할 날을

고대하면서 자기만의 희열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우연히 살인자를 마주하고 살아남았던

유명우 교수였지만, 철저하게 자기를

감추고 있던 살인자의 얼굴이나 목소리 등

특징을 기억하고 있지 못했기에, 서로 쫓고 쫓기는

사냥의 게임의 결과 역시 미지수인 듯싶었다.

 

기억 서점 책의 제목만큼이나, 책을 다루는

서점이라는 배경이 살인 사건이 그려지는

스릴러 추리 내용과는 안 맞는 공간이었기에,

더욱 신선한 소재로 다가왔었다.

더구나 교수뿐만 아니라 희귀 고서적을 탐닉하는

연쇄 살인마라는 설정도 새롭기만 했다.

저자가 이야기 중에도 우리가 알고 있던

옛 시구절이나 책에 대한 역사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과연 과거의 살인마를 기다리기 위한 장소로

서점을 오픈했다는 주인공의 기대는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과연 얼굴도 기억 못 하는

연쇄 살인마가 누구일지 찾아내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꽤 몰입도가 높았다.

하지만 책에 쓰인 폰트 크기도 조금 큰 듯하고,

분량이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조금은 짧은

장편 소설이기에 빠른 전개와 함께 급한 감도 있었다.

누가 진짜 살인범일까? 조금씩 옥죄어 오는

긴장감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중반 이후에

너무나 빠르게 일직선 직구로 진행되는 전개에서

감정적인 고조보다는 사건을 빠르게 브리핑하듯이

전달하고 있어서 살짝 허무한 감도 있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답게 기억 서점

말미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반전도 선보이고

있었지만, 살짝 중간 생략된 듯이 넘 급하게

연결되어서 몇 페이지를 빠뜨리고 읽은 줄 알았다.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면 우리의 기억이라는

과거 사실에 대해서, 복수를 기다리는 인물.

당시에 마무리 짓지 못했던 살인자의 범행이

또 고서적이 현대에 남기고 있는 메시지와 함께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의 추리 소설이었다.

조금은 급하게 진행되었기에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내용도 그렇게 심도 있게 그려지지는

못했지만, 우리 현대인들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다양한 범죄의 이야기와 비틀어진 군상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어서 씁쓸한 우리의 민낯이었다.

,,,(중략)...

"사람은 죽지만 책은 죽지 않으니까."

"뭐라고?"

"네가 가지고 있는 책들 상당수는 사람보다

더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고. 그러니까 삶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나 나 모두에게 말이야."

_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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