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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평점 :
어메이징 브루클린 이야기의 발단은,
늘 술에 쪄들어서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들어하는
늙은 교회 집사인 스포츠코트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국기 게양대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젊은 청년 딤즈에게 총을 발사하면서 시작된다.
유색인종 밀집 지역인 커즈하우스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흑인들은 남의 집 가사도우미를 하거나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도 유쾌하게 서로를 위하면서
살고 있는 이웃들의 정겨움 또한 간직하고 있었다.
스포츠코트 집사는 술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알코올에 의존하고 지내고는 있지만, 정원의 꽃을
가꾸거나 마을과 교회의 작고 큰일을 도와주는
동네 반장과도 같은 오지랖 인물이었다.
그렇게 남에게 도움만 주던 그가 느닷없이 권총으로
누군가를 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기만 했다.
게다가 그는 동네에서 전문 야구 코치와 심판으로
활약을 했었는데, 그가 총을 쏜 딤즈 역시 마약상 이전에
그에게 야구를 배우고 보살핌을 받았던 최애 제자였기에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은 마을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단 하나의 황당한 사건이 마약 공급책 배후의
큰 손들에게도 검은 비즈니스 사업 흥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라틴계 등 유색인종 주민들과 백인 경찰과 이웃,
이탈리안 갱 들 정말 다양한 피부색과 이해관계가
어우러지면서, 오랜 세월 미국 사회 깊이 뿌리내린
불신과 이해관계에 대한 갈등도 점점 커지게 되었다.
1960년대 후반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뒷골목에서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던 흑인 아이는 마약 딜러 범죄자로
변해갈 수밖에 없던 어두운 시절. 인종 차별이 심각했고,
이탈리아 갱이 점차 불법적인 사업을 키워가면서
폭력배들이 영역 싸움으로 번지던 불안한 시국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한 사랑과 가슴 따뜻한 신뢰에 대한
사람 사는 모습으로 미래를 기대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흥미롭게 이어졌다~!
어메이징 브루클린 제목과 영어 원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주된 배경 속에는
커즈하우스 파이브엔즈 교회의 역사와 함께
그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총기 사건도 일어나고 마약상과 폭력 범죄들의
온상처럼 비추어지는 어두운 지역으로 묘사가
되고는 있지만,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이웃들은
너무나 유쾌하고 사건의 묘사들 역시 한낱 해프닝처럼
흥겹게 묘사하고 있는 블랙 코미디와 같은 전개였다.
사실 소설의 초반에 갑작스러운 총기 사고와
함께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을 하기에,
수많은 이웃들의 배경 정보를 따라가기에 조금은
벅찬 듯했지만, 이내 빠른 전개로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갈등을 보여주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괴팍하지만 따뜻한 마음의 노인의 사연은
무엇이며, 마치 폭탄의 뇌관처럼 위태롭기만 한
마을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면서 숨겨진 진실에
하나둘 다가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60년대 격변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스토리였기에, 아마도 당내를 살았던 현지인이라면
훨씬 더 깊은 공감을 하기에 충분한 듯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의 스포츠코트라는 별명처럼, 그의 절친인
핫소시지, 포 파이 부인 등의 애칭에서도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금도 여전한 총기 문제, 인종 간의 갈등, 마약과
갱, 경찰과 폭력 조직 간의 흡착 등 꽤나 묵직한
사회적 문제들이 60년대에는 더욱 심각했던
시대적 상황이었지만,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가벼운 묘사도 보이면서 강약의 완급이 넘 흥미로웠다.
...(중략)...
이들은 브룽크스와 브루클린의 미천하고 힘없는
자들의 터전 위세 포장도로를 깔고, 주민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주민들을 지역 권력자들의
손에 시달리게 했다. 이 권력자들은 인종 전쟁이나
유대인 박해, 1,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위해
피와 살을 희생한 이들의 삶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_P.245
처음에는 단지 술 취한 노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애 제자였던 마약상에게 총을 쏜 사건이었지만,
스포츠코트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배후 조직과
부패한 조직에 반기를 드는 은퇴를 앞둔 청렴한 경찰,
대를 이어서 뿌리를 내린 조직폭력배들이 서로 얽히면서
점점 더 복잡하게 사건은 꼬여만 가게 되었다.
다소 무거운 범죄 소설처럼 꽤 묵직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세상을 달관한 듯한
주인공과 파이브엔즈 교회를 중심으로 다시 예전의
정겨운 동네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억척스러운 이웃들이
척박한 땅에 피는 씨앗처럼 희망과 사랑을 담고 있었다.
술에 의존해서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스포츠코드는
오래전 사고로 죽은 부인 헤티를 보면서 투닥 거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독지가로부터 교회에 배달되는 고급 치즈를
서로 나누어 배급하기도 하면서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궁금증을 더해가는 어메이징 브루클린 이야기였다.
"스포츠코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지 자매가
말했다. " 늘 주변 어딘가에 있으니깐요. 가서 그를
체포하려면, 그렇게 하세요.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딤즈는 여전히 매일 정오가 되면
게양대에서 약을 팔 테니까요. 제가 보기에 딤즈는
스포츠코트를 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것 같았아요.
사실은 오히려 전보다 더 공손해졌지요. 주민들은
딤즈가 변했다고 한답니다. 노인과 아이들에게는
약을 팔지 않아요. 물론 다섯 블록만 걸어서 워치하우스에
가면 어차피 다 살 수 있으니까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자기 아이을 보내서 마약을 사 오게 하는 사람도
있어요. 상상이 되세요? 아홉 살이나 열 살짜리를
보내서 마약을 사 오게 한다는 게 말이에요.
이곳이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_p290
인종 갈등과 폭력으로 범죄가 싹이 트면서
점점 척박해져 가는 마을을 지키려는 교회 자매님들과
선량한 주민들의 애정과 노력도 곳곳에서 엿보였다.
예측하지 못했던 총기 사고와 누구의 지원인지 알 수 없는
치즈 나눔 행사, 수많은 사고와 질병으로 이미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는 스포츠코트의 이해할 수
없는 괴팍한 행동들 뒤로, 새로운 사건들이 연루되면서
숨겨진 과거의 비밀도 하나씩 풀어지는 재미가 더해졌다.
이야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작은 동네에
정말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권과 사연들이
절정에 치달으면서 빠른 전개가 이어졌다.
이야기 화자 역시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저마다의 사연에 깊이 몰입을 할 수 있었다.
다소 어두운 시절의 갈등이 깊은 이야기였지만,
코믹한 전개와 위트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사건 사고들이 유쾌한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
과거에 숨겨졌던 진실도 하나둘씩 펼쳐지면서
결국 어메이징 브루클린 스토리의 시작과
끝에는 파이브엔즈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데,
딱히 종교적인 배경이라기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청교도의 신념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초기의 설립 이념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대신에 사랑하는 마음과
신뢰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중략)...
엘레판테는 멍한 상태에서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거버너의 딸을 향한
신선한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이 설레는 중이었는데,
이번엔 스포츠코트와의 만남이
또다시 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의 화물차 사무실에서 2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유색인 교회에 다니는 검둥이 영감이 말이다. 엘레판테는
좁은 계단을 올라 뒷문을 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설 때까지도 여전히 어지러웠다.
스포츠코트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나님이 당신을 그분의 손바닥 안에 보호하시리.
_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