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맨의 주요 피해자는 어린 소년들이었다.
부모의 손길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아직은 연약하고
부러지기 쉬운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범죄이기에 더욱 가슴 먹먹하기만 했다.
납치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와 어둠 속에서
삐걱거리는 주변의 사물들. 도시 괴담 같기도 한
무서운 이야기들이었지만, 잔혹한 묘사가 한 줄도
없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스토리였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과거 스토리가
묘하게 서로 오버랩 되면서, 단순한 사고나 사건이
아니라 각 인물들마다 결국 아버지와 아이가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근원적인 문제를 짚어가게 된다.
그저 우리 주변의 어둠 속에 숨어지내는 괴물이나
악인이 존재하면서 천사 같은 영혼의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 악은 과연 어디서
출발하게 되는 것인지도 곰곰이 고민해 보게 된다.
세상에 눈을 조금씩 떠가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내용으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뒤에 더욱 무서운 행동의 결과를 보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점점 복잡해지는 가정의 형태와,
부모의 이혼 등으로 무너져버린 가족이라는 울타리,
축구공처럼 떠밀리는 과정 속에서 가정 내 폭력 등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아이들이
편하게 쉴 곳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듯하다.
결국 편하게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위치를
찾지 못하고, 거친 외부와 피폐해진 내부 모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괴물은 스며들고 있지 않은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