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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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했던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

영화 속에 등장한 캐릭터 중 가장 기대가 되었던

캐릭터는 단연코 길가메시가 아닌가 싶다.

우직한 덩치와 파워 넘치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줄 곳 맡아왔던 우리 배우 마동석 씨가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캐릭터로 멋진 등장이었다.

마블 코믹스의 이터널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도 다르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의 모습이나 특징들을 차용해온 콘셉트였다.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이번에 출간된 길가메시 서사시

폭군으로 세상을 호령하던 한 인간이 고대의 신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웅 신화 내용이다.

인류 최초의 영웅 신화이자 서사시로 인류학과

문학적인 의미도 꽤 높을 수밖에 없는 작품인데,

사실 이번 마블 이터널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으로

소개되기 전까지는 서사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에서 널리 읽혔다고 하는데, 세계 최초 수메르어

서사시로 적힌 5편을 가장 완벽한 형태의 오리지널

텍스트로 복원해서 현대지성 클래식에서는 실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당시의 설형문자를 점토판에 기록을 해서

남겼기에, 지금도 여러 판형으로 다양한 버전과

언어로 쓰인 길가메시 이야기 판본이 출토되고 있다.

그래서 수 세기를 거치면서 파손되고 누락된 부분들을

다른 버전의 점토판들을 통해서 유추하기도 하고,

복원하면서 이야기를 재구성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직도 상당 부분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은

그대로 공란으로 남겨두고 계속 새롭게 출토되는

판형들로 그 빈틈을 메꾸어가고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대중에게 알려진 길가메시에 대한 번역 시 다섯 편을

이 책의 2 부에 실었다고 하는데, 우르의 제3왕조

궁정 연회에서 음유 시인들이 읊었으리라 예상되는 시들로

아카드어로 된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와는 다르게

공통된 주제가 없이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 이 책에서는, 아카드어 바빌로니아

표준 판본과 수메르어 시들을 모두 모아서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했던 거의 모든 내용을

집대성해서 원본의 구성에 맞추어서 담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설형문자 원판의 훼손된 부분도 가급적이면

빈 공란을 그대로 담겨서, 독자들도 원판을 직접

보면서 해석하는 듯한 현장감도 느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일반 대사체가 아닌 시구절 운문

형태로 쓰인 내용이기에,  전체적인 이야기의 배경이나

바로 문장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중간중간 비어있는 내용들로 인해서 완벽하지 않는

문장들에서는, 한 번에 문장을 읽어내려가거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각 챕터 서두에 간략하게 각 판본의 요약된 줄거리를

먼저 정리를 해두고 있기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한번 머릿속에 담아두고 당시의 운문을 읽어 볼 수 있었다.

그 속에 담긴 인간들의 욕정이나 대결 구도 등 지금의

우리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신화의 포장을 한

문학이지만 따로 바빌로니아 문학에 대한 이해나

고대 시기의 지리학적인 배경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뜻깊은 내용이었다.

특히나 원판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직접 전해주는 살아있는 고대 신화 이야기였다.

길가메시 서사시 본문에서도 설형문자 조각으로

남겨진 바빌로니아 문학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데,

파손되거나 누락된 부분에 [ ] 대괄호나, 이텔릭체 등으로

기본 문장과 구분한 단어를 넣으면서 원본 내용을 임의로

추측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추가 복원된 내용 임을

독자들도 바로 알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고 있다.

그리고 본문 곳곳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 내용과

당대의 시대적 배경들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담고 있기에,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바빌로니아 문학에

대한 이해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메소포타미아는 학창 시절에 세계사나 지리학 시간에

인류 최초 문명의 중심지라고만 간략하게 공부는 했었지만,

그저 막연한 인류 국가의 발생지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써 내려간 서사시 내용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 구조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사회 계층 간의 갈등과 권력에 대한 야욕,

상대를 속이고 이득을 꾀하는 권모 술수 등

지금 우리 생활 모습과 다를 바 없는험난한 인생 역정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인류 최초의 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의 대부분 신화에서는 인간계 이상의 절대 불멸의

신에 대해 우상시하고 인간은 신의 섭리에 따라

복종하는 세계관을 보여 주고 있는데 비해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는 신들에게 도전을 하고 그들 또한

인간들이 누룰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서사시 속에 등장하는 배경은 수메르 땅의 도시 국가

우루크인데, 우루크를 통치하던 군주인 길가메시는

어머니가 여신이기에 반신 반인으로 태어났지만,

신들과는 달리 영생할 수 없는 숙명을 지닌 인간이었다.

마블 이터널스에 마동석 배우님의 파워 넘치는

비주얼과도 사뭇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인간은 신들이 진흙으로

그들의 모습을 본떠서 빚어서 그들 대신 노동을

시키고자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복제 인간처럼

어머니의 산고 없이 만들어졌지만 스스로 인간이

번식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주 쉽게 인구수가 급속하게 늘어나자,

엔렐 신은 1200년 사이에 세 차례나 잠을 방해하는

인간의 소동에 화가 나서 대규모 재해를 내렸다고 한다.

제일 먼저 역병, 그다음에 가뭄,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근을 내려서 인구수를 줄이려고 했고, 결국

대홍수를 보내서 인류를 쓸어버리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아 신이 아트람하시스에게 미리 경고를 하고

아트람하시스는 특이한 방주를 먼둘어서, 그의 가족과

보물, 각종 기술자와 동물들의 대표들과 함께 생존했다.

오히려 신들의 일을 대신했던 인류의 죽음으로

신들이 궁핍해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았기에

어머니 신에게 인간들이 번식을 하는 과정 중에,

불임과, 잉태 중에 사산되는 아이들, 수녀처럼 순결을

지켜야 하는 집단의 구성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구수를 줄이기 위한 큰 변화는

그동안 신들과 마찬가지로 영생을 가졌던 인간들에게

수명의 한계를 주면서 죽음 또한 삶의 현실로 명했다는 점이다.

길가메시 서사시 신화 속 내용을 보면, 지금 우리

현대에까지 이어져온 대표 종교들의 교리 내용과

대홍수 방주 등의 사건들에 대한 모티브 원전이기도 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신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저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적인 상징의 모습과 사건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폭군으로 하늘의 황소를 때려눕혔다는 길가메시는

세상의 지혜를 깨달으면서 오히려 현인으로 변모하는

과정 또한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독특한 신화였다.

길가메시 역시 그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우루크

제1왕조의 실존 인물로 존재했으리라는 예측도

하고 있는데, 인간사에 개입하는 신들과의 소통 속에서

신격화된 군주의 모습으로 그려진 듯 보인다.

신들의 파괴적인 궁극의 힘과 인간을 거느리는 듯한

배경 설정이 되어 있지만, 다른 신화 속 내용과는 다르게

인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 있고 오히려 신들을

비하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는 미비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길가메시 서사시는 신을 위한 숭배의 신화가

아니라 인간인 길가메시의 깨달음과 죽음을 초월하는

삶의 의미를 그려내고 있는 독특한 내용인 듯싶다.

저자는 그렇기에 이 서사시는 신화 내용이 아니라,

"고대 인본주의 문건"이라고 그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인간의 한정적인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 역시

그저 신에게 의지하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업적에서 위안을 삼고 우리의 삶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생소하게 접해보았던 길가메시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영화 마블 이터널스 속 캐릭터처럼

우리 인간의 역사를 우리 스스로 써 내려가는 성장의

이야기로 무척 흥미로운 구성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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