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신화 속 내용을 보면, 지금 우리
현대에까지 이어져온 대표 종교들의 교리 내용과
대홍수 방주 등의 사건들에 대한 모티브 원전이기도 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신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저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적인 상징의 모습과 사건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폭군으로 하늘의 황소를 때려눕혔다는 길가메시는
세상의 지혜를 깨달으면서 오히려 현인으로 변모하는
과정 또한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독특한 신화였다.
길가메시 역시 그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우루크
제1왕조의 실존 인물로 존재했으리라는 예측도
하고 있는데, 인간사에 개입하는 신들과의 소통 속에서
신격화된 군주의 모습으로 그려진 듯 보인다.
신들의 파괴적인 궁극의 힘과 인간을 거느리는 듯한
배경 설정이 되어 있지만, 다른 신화 속 내용과는 다르게
인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 있고 오히려 신들을
비하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는 미비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길가메시 서사시는 신을 위한 숭배의 신화가
아니라 인간인 길가메시의 깨달음과 죽음을 초월하는
삶의 의미를 그려내고 있는 독특한 내용인 듯싶다.
저자는 그렇기에 이 서사시는 신화 내용이 아니라,
"고대 인본주의 문건"이라고 그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인간의 한정적인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 역시
그저 신에게 의지하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업적에서 위안을 삼고 우리의 삶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생소하게 접해보았던 길가메시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영화 마블 이터널스 속 캐릭터처럼
우리 인간의 역사를 우리 스스로 써 내려가는 성장의
이야기로 무척 흥미로운 구성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