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올까 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설령 밥을 먹는다 하더라도 실내에
나쁜 냄새를 풍길까 봐 불편하게 쪼그리고 앉아서
간단한 삼각김밥으로 때워야 한다는 내용을 볼 때엔,
정말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카페 사장님은 드라마처럼
우아한 홈드레스 입고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낼 것만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살짝 부끄러워졌다.
피자 봉투에 달려있는 영수증이 딸랑거린다.
33,900원. 배달 최소 주문액을 맞추느라
콜라도 시켰는데, 1.5L 중 2/3 이상이 남아있다.
무릎을 구부려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다.
다 먹지도 못할 피자를 사만 원 가까이 주고 시킨
내가 밉고, 그놈의 배달비가 모길래 혼자 먹을 거면서
라지 사이즈를 시킨 내가 밉고, 영양분도 하나 없는
이런 빵 따위를 맛있게 먹던 내가 밉고, 체면
안 차리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던 내가 밉고,
돈 벌겠다고 카페에 내내 서 있다가
밤 열시가 돼서야 첫 끼를 먹고 있는 내가 밉고,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챙기는 내가 밉다.
_P.031
비참한 하루를 탓하며 울컥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가 별말 못 하고 끊어버린 저자의 쓰라린
속내가 마치 내 마음처럼 아리기도 했다~!
이제는 나름 4년차 카페 사장님이 되면서
다양한 북 카페 행사와 이벤트도 주체하면서
제법 그럴싸한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 일인 마냥 뿌듯하고 응원하게 된다.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섰어 서두에
저자가 밝히고 있는 글에 대한 소개 글을 보면,
저자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한 번쯤 꿈을 안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 훨씬 많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중략)...
이 책은 변화의 기록이다. 애매한 나의 변화,
애매한 인간이 운영한 카페의 변화,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시선의 변화다.
애매모호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 그리고 선택과
후회를 일삼던 지난날을 벗어나는 탈태의 기록이다.
'애매하다'라는 단어의 정의가
더 이상 '아니'고, '못하다'는 게 아니라
'뭐긴 뭐더라'라는 개념 재정의의 기록이다.
_P.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