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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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은 지난 <보기왕이 온다>라는

독특한 소설로,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저자의 신작 소설이다.

<보기왕이 온다>는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뛰어난 캐릭터 심리 묘사와 입체적인 구성으로

기묘한 이야기이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색다른 느낌의 공포 호러 소설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저자는 빠르게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를 잡았으면서, 집필도

끊임없이 하면서 꽤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꽤 음산한 느낌을 주는

배경 묘사와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사람들을

홀리게 하는 기괴한 사건들이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일본 공포영화나 호러 스토리 속에서

접해왔던 귀신이나 혼령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무작정 해코지하기 위해서 불쑥불쑥

나타나서 괴롭히는 그런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시시리바의 집 호러소설은 저자의 대표작인

<보기왕이 온다>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직접적으로 눈에는 드러나지 않는

강한 영적 존재에 대한 대상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꽤 규모가 큰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정과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복합적인 장르가 결합되고 흥미롭게 진행되기에

저자인 사와무라 이치를

일본 고딕 호러의 정수라고 칭하고 있다.



일본 장르 문학의 특징을 보면, 대표 캐릭터를

중심으로 시리즈 장편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시시리바의 집]은 초기작인 <보기왕의 온다>와

연결되는 시리즈 제3탄이라고 한다.

전작에서 악령에 맞서는 시크한 영매사였던,

히가 고토코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영매사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그려볼 수 있는

히가 자매 시리즈의 프리퀄 겪인 작품이었다.

보통 시리즈 작품들 같은 경우에 대표 캐릭터는,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면서, 각 시리즈마다 새로운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저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히가 자매가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갠적으로도 전작 <보기왕이 온다>를

읽었을 때에도, 악령에 의해서 복잡 미묘하게

혼탁해지는 주인공의 공포감과

가족을 위하는 안타까움에 몰입이 되었기에,

그들을 돕기 위해 등장한 희가 자매에 대해선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은 조연으로만 생각했었다.

이 작품 역시 사건 중심으로 벌어지는 스토리

뒤에, 영매사 히가가 도움을 주기 위해

살포시 등장을 하는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주인공 히어로 중심의 뻔한

장르 문학 시리즈물이 아니라, 오롯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전개 역시 신선함을

주는 내용으로 시리즈 작품 같은 느낌도 없었다.



시시리바의 집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이 되면서, 초기에는 꽤 복잡한

인물 관계도로 조금 혼란스러웠었다.

이야기 초반에는 과거 어린 시절의 히가와

그녀의 학교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고,

또 다른 스토리는 간사이 지방에서 남편과 함께

대도시 도쿄로 이사 온 사사쿠라 가호가

겪게 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의 화자 역시 도쿄에서

외로운 신혼을 보내고 있는 가호가

겪게 되는 낯선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또 다른 스토리는 어린 시절 히가 고토코를

포함한 동네 소꿉 친구들과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가라시 데쓰야가

성인이 되면서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입체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게다가 시간 순서도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어서

스토리 전개가 꽤 임팩트 있게 전개되는데,

이야기의 후반부로 가면서 결국 서로 다른 스토리가

하나로 귀결되면서, 그간의 미스터리했던

사건들의 원인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시시리바의 집 제목처럼, 이야기의 발단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영이 깃들어있는 듯한

폐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꽤나 많은 신과

혼령에 대한 믿음과 이야기가 토속신앙과

함께 뿌리 깊게 전해져 내려오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호러소설도 독특하게

발전을 하면서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게 되고

그 장르적 특징도 탄탄해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동양 사상의 배경을 지녔기에

훨씬 더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저자 사와무라 이치는 가족의 사랑에

대해서 강한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고 있기에,

서양보다는 가족 중심의 가치관이 팽배한

우리네와도 비슷하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2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2층에 뭔가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하시구치와 놀았던 날을 떠올렸다.

복도를 기어가는 소리. 한순간 문틈으로

보았던 소녀의 모습. 불단의 사진.

하시구치가 했던 말.

병에 걸려 죽은 하시구치의 여동생 아사미.

_p. 100



시시리바의 집에서도 미지의 존재에 대한

사건과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뿌리와 기원도 오랜 전통과 믿음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어서 나름 짜임새 있는 내용이었다.

준의 발밑에도 모래 알갱이가 흩어져 있었다.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또다시 기억과

상황이 하나로 이어졌다.

거실 천장에서 들린 소리는 모래 소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 누군가가 2층에서 모래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모래를.

위에는 분명히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 무엇인가가.

_p.103

탁자 위에는 큼지막한 모래 산이 생겨 있었다.

천장에서는 천장 등이 빛을 뿌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상상을 했다.

지금 저 두 사람은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짐작이 되었다. 지금 그들 앞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서있다.

2층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던 무엇인가가.

발굽이 있는 무엇인가가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집을 이상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_p.257

요즈음 우리 세대는 이전보다는 집에 대한

맹목적인 목표가 많이 희석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인생의 안정적인 결과를 판단하는데

집이라는 존재는 정말 우리 가족과 함께 하나로

묶어서 생각할 만큼 커다란 부분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 그리고 뿌리 모두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의미도

심각하게 대물림을 해오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전통과 가업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더더욱

그렇게 뿌리에 대한 의미가 간절할 것이다.

[시시리바의 집]은 그저 단순한 공포

호러소설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독특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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