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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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영어 원제로는,

All we ever wanted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굿리즈 선정 올해의 소설이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에는, 그저

부유한 여성들의 가십거리를 다루는

그런 뻔한 일일연속극 같은 내용인 줄 알았다.

우리 드라마만 보더라도, 새로운 시리즈마다 

잘 사는 회장님 댁의 숨은 가족 간의

암투와 출생의 비밀 등. 돈만 바라보고

날아드는 불나방과도 같은 인간 말종이

만들어내는 막장 스토리들이 매번 쏟아진다.

이번에도 또 뻔한 스토리이네 하고 욕하면서도

왜들 그렇게 회장님, 실장님과의 로맨스나

잃어버린 자식이 나타나서 물려받는 유산에, 심장

쫄깃하면서 눈과 귀를 쫑긋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의 내용은 물론 우리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런 뻔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책 첫 장부터 등장하는 부유한 상위 계층 부인들이

모여 앉아서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쁜

가식 어린 파티 장면을 접하면서 역시 뻔한 칙릿

(Chick Lit) 스토리로 전개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 화자인 니나 역시 상위 클래스

모임에 부잣집 사모님으로 참석을 했지만,

허세 덩어리인 주변 친구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대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을 두고 있는

니나는, 역시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함께

살고 있는 부유층 거주지인 내슈빌에서

그들만의 특권 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 부유한 내슈빌의 유명 사립학교인

윈저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끔찍한 스캔들이

벌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된다.

이야기의 전체 전개는 단순히 상류층의

비밀 스토리를 파헤치는 가십거리가 아니라,

여전히 미국 사회에 팽배해있는

인종차별과 돈으로 모든 걸 이루려는 특권

상류층의 민낯과 계층 간의 갈등까지

훨씬 더 깊이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의 이야기를 시작한 화자인

니나는 평범한 부모 아래서 자랐지만,

이른바 금수저인 남편 커크를 만나서

내슈빌 상류사회에 진입하게 됐다고 한다.

니나 외에  또 다른 화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어렵게 목수 일을 하면서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톰과 그의 10대 딸인

라일라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이

번갈아 가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직접 이야기하는

입체적인 구성을 보면서, 점점 빠르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몰입이 되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자녀를

가진 부모의 입장이라면, 더욱 그들의

갈등과 고민에 적극적이게 되는 듯했다.

지난해 전국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인

'SKY캐슬'도 살포시 오버랩이 되는 내용이었다.

왜 우리는 그렇게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고 하는가? 란 문제에 대한 답은

너무나 뻔했다. 좋은 학교에 입학을 해서

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이른바

성공이라는 상류층의 꿈을 꾸게 하는 것!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게, 남을 짓밟고

일어나서 나의 성공의 깃발을 꼽는 것만은

결코 아닐 텐데,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특권층에 대한 우월감과 동경이 우선시 되면서

가장 인간다운 배움은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 이야기 전개를 보면서,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대부분의 세상에서는

어쩜 이렇게 똑같은가 무섭기도 하다.

게다가 요 근래에도 수시로 인종차별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더욱 많은 차별의 문화가 큰 문제인 듯싶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 사건의 발단은,

부모들 몰래 광란의 파티를 벌인 학생들

사이에서 한 여학생의 민망한 사진이

급속도로 SNS에 퍼지면서 시작이 된다.

남의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엄마들에게도

빠르게 사진이 전달되면서, 조용하던 내슈빌에

하나의 스캔들이 결국 그들의 번지르르한

겉모습과는 다른 위선자의 모습들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되는 발화제가 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삶의 살고 있는 최고 부유층 니나의

위태로운 결혼 생활이 위기를 맡고 있었고,

어렵게 생활을 하는 싱글대디인 톰은,

그의 딸 라일라에게 보다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를 시켜주고자 내슈빌로 오게 되었다.

딸과 함께 우수 장학생으로 미래를 위해서

사립학교로 이사를 왔지만,

사춘기 딸아이와의 엄마 없는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 이야기를 읽으면서,

돈으로 나누는 계급, 그리고 피부색과 출신으로

경계를 그어 버리는 차별까지 이 시대의

계급 문화가 팽배하게 남아있는

비단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싶다.

돈이 많거나,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서라도,

어린 자식들에게 누구누구와는

너한테 도움이 될 테니 그 친구랑 만 놀아라!

라면서 은연중에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았나?

곰곰이 돌이켜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물론 돈이 주는 생활의 여유로움이

있기에 삶이 윤택해지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과 돈만 바라보고 쫓으면서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기본 성품에 대한

가치관 형성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공과 배신,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본질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의 일면들을

모두 돌아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냥 아빠가 가끔은 나를 좀 믿어줬으면 해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아빠와는 좀 다를 수도 있겠죠.

그게 그레이스나 핀치, 누가 되었건요.

아, 맞아요. 나는 계속 실수를 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빠가 나를 믿어주실 차례에요.

그러다가 일이 꼬이면 꼬이는 거죠.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리고 내게 필요한 건,

나에 대한 아빠의 믿음이라고요."

_p.421

무엇보다도 사춘기 자녀들과의 소통과

부모로서 그들에게 바라는 기대감과 사랑의

의미도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내용이었다.

...중략...

아빠도 나처럼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변하게 하는 가장 단순하고 또한

강력한 힘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난 안다.

_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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