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에 맞지 않는] 꽤나 강렬한 제목의

미스터리 소설은, 구로사와 이즈미 저자의

데뷔작이면서 제57회 메피스토상 수상과

제2회 미래야 소설대상 1위를 받은 작품이다.

메피스토상은 미스터리, 판타지, SF 등의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신선한

소재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 작품 역시

매우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간에 맞지 않는]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기괴한 형상으로 변이되는 질병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호러나 미스터리 일본 문학과

영화 속에서 B급 감성 넘치는 징그러운 괴수나

괴물들의 등장을 참 익숙하게 보아 왔었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짐승이나

외계인 등 타인이 아니라, 멀쩡하게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상상하기도 힘든 엽기적인 모습의 형태로 변이가

일어났다는 미스터리한 설정을 담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가 흉측한

모습으로 바뀐다면, 그렇게 우리와 함께

공생할 수 없는 괴물이라고 못 박아버리고,

우리 아이가 아니라면서 멀리할 수 있을까? 

아마 책을 읽는 독자 중에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 맞지 않는]에서 변이자로

바뀌어 버리는 대상이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평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하고 있는

히키코모리 젊은 세대들이라고 한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라는 난치병으로

이름까지 명명한 불치병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젊은이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증상으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고,

그 치료법 또한 개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동안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발병한

사건이기에, 사회에서는 그들의 변이가 국가

생산 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솎아낸다는

표현마저 등장하게 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인간이 어느 날 이형으로 변해버리면

사망자로 간주하고, 사회에서도 인간으로의

권리와 보호를 박탈해버리는 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극한의 방법을 제시한다.

더구나,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가족 관계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도 점차 높은 벽이

쌓아져만 가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에,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의 전개였다.

[인간에 맞지 않는]에서 표현하고 있는

변이자의 이형은, 각 케이스 별로 일정하지 않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이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글로 읽기만 해도 참혹하고

괴기스러울 정도였는데,  특정한 형태가 아니라

인간 신체가 산산조각이 나서 재결합된 듯한

생명체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한 묘사였다.

평소 스릴러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이렇게 엽기적인

묘사가 가득한 이야기는 처음 접하면서

정말 읽기가 쉽지 않을 듯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까지 계속 묘하게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점점 고령화 되어가는 나이 든

현대 사회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정작 미래의 희망이어야 하는

일부 젊은 세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밀려가고 있는 사회 문제가

실로 심각하기에,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  심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더구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예전처럼 함께

공유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문을 걸어닫고

있기에, 세상과 단절된 우리 아이가 인간이 아닌

존재로 대우받게 되는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중략...

나도 괴로웠다. 딸이 태어난 후로는

줄곧 나 자신에 뒷전이었고, 이혼하고 나서는

일에 치여 사느라 잠시도 쉬지 못했다.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마차를 끄는 말처럼 일해왔다.

그런데도, 이만큼이나 열심히 딸을 키워왔는데도,

정작 딸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불평불만만 심해졌다.

나도 말이야, 너만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중략...

_P.75

[인간에 맞지 않는] 내용은 그저 엽기 괴기 소설이나

호러물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 직설적으로

성과 위주의 현실 속에서 나약한 우리 아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도망칠 곳 없는 덫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움츠러든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외면해버리는 현실과,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불편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다.

어쩌면,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처럼

박멸해도 되는 외형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닌가?라는 폭탄 발언을 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의 첫 장에서 바로 소개하고 있는 기괴한

변이의 내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어렵지않게 떠올리게 되었는데,

저자 구로사와 이즈미 역시 개인 인터뷰에서

<변신>을 오마주 해서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며, 거기에 맞는 사람은 누가 평가하며

어떻게 점수를 매기게 되는가 고민해 보게 된다.

특히, 부모라는 사람은 아이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억지로 사회의 틀 안에 맞추기 위해서

가혹하게 아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간에 맞지 않는]의 주요 화자는 외동아들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 미하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그녀가 다양한 경로로

만나게 되는 다른 변이자 엄마들의 시선으로

숨겨진 각자 다른 속 사정도 들어보게 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변이자들의 모습은

특정 형태를 지칭할 수 없을 정도의 괴이한

형상으로 묘사가 되고 있는데,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 심지어 곤충이나 식물 등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을 벗어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키메라처럼 자신의 아이 모습을

특정 지을 수 있는 얼굴이나 신체 일부가

함께 결합된 형태라고 하니 상상만으로도

무척 끔찍한 외형으로 그려졌다.

가족마저도 더 이상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망 선고를 내리고, 심지어 목숨을 빼앗는

당위성도 자연스럽게 인정되어 버렸다.

세상과 스스로 문을 닫아버린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들은 그들의 나약한 심성 때문인건가?

제대로 아이를 보살피고 관찰하지 못하는 부모의

방만함인가? 1등만 기억하는 사회의 냉혹한

부조리함이 만들어내는 혐오스러운 괴물일지?

그저 엽기스럽고 흉측한 괴물과의 혈투를

그리는 B급 감성 가득한 오락 소설이 아니라,

우리 현대사회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하는

꽤나 충격적인 사회비판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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