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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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가르는 양대 문학상에는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나오키상은 순문학 계열보다는

대중적인 작품에게 부여하는 문학상이라고 한다.

여름의 재단은 2015년 순문학을 위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던 일본 장편소설로, 저자가

이 작품 이후로 대중 작품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고

하면서 화제에 오른 소설 작품이라고 한다.

그 후에 저자는 <퍼스트 러브> 작품으로

나오키상 수상을 하면서, 문학상 후보에서만

머물렀던 지난 작품들도 다시금 재조명 받게 되었다.

여름의 재단은 스물아홉 나이의 젊은 여 작가가

서른 해 가 되기까지의 1년 동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알려진 저자이기는 하지만,

그 이전의 작품답게 주인공인 작가 치히로가

어릴 적 트라우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현실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상태해서 조금은

범상치 않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들이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기에는 다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무례한 듯이 거칠게 그녀에게 대하는 남성에게

알수없는 힘으로 끌리기도 하고, 서로를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하고픈 복잡한 심리적인 상황들을

특별하지 않은 듯 잔잔한 전개로 그리고 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된 일본 장편 소설이라 그런지,

갠적으로는 살짝 어려운 주제의 내용으로 읽게되었다.

여름의 재단 일본 소설의 주요 스토리 배경은,

어릴 적 주인공이 당했던 육체적 학대로 인해서,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아픔을 삭히는 외로운 삶을 그리고 있다.

다소 어둡고 일상적이지 않은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보면서, 어찌 보면 자유연애 사상으로

여러 명의 잠자리 파트너들과의 관계도 가지고 있기에

굉장히 외향적이고 제멋대로의 삶이지 않나?싶은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의 종착지를 찾지 못하고

조류에 떠내려가듯이 여기 저기 부딪쳐가면서

배회하고 있는 떠돌이 조각배 같은 그녀의 모습이었다.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장편소설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인정받았던 저자의 작품답게, 꽤 평이하지 않은

주인공의 갈등과 심리묘사에 촛점을 두고 있다.

여름의 재단 첫 장에서부터 꽤 강렬하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작가인 여주인공이

시바타라는 한 출판사의 편집장에게 포크를

들어서 가해를 하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을 한다.

다소 과격한 상황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지만,

과거의 사건들과 현재의 이야기들이 오버랩 되면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유약하기만 한 그녀의

마음속 이중적인 심리가 복잡하게 표현되고 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느릿 느릿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치히로는 다양한 배경과 전혀 다른

성격의 남자들을 만나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미래를 약속한다거나 마음을 다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진정한 사랑의 모습조차 외면하면서 살고 있는 

한 여성의 복잡한 갈등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망령 같은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

여름의 재단 제목이 다소 난해했었는데,

재단의 의미가 책을 자르는 일을 의미한다고 한다.

치히로는 조부의 부음 소식을 듣고, 본가에 돌아와서

서재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을 하나씩

재단해서 컴퓨터로 옮기는 일을 도우면서

첫 1부의 내용을 전개하고 있는데, 저자 역시 재단을 

제 살을 깎아내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힘겨운 과정을 겪고 탄생한 하나의 책을,

커다란 날을 들어서 한순간에 책 등을

잘라내버리고 한 장 한 장의 낱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손발이 잘라나가는 듯하다고 한다.

어쩌면 책을 만드는 직업의 주인공이 스스로

파괴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비유한게 아닐런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자신의

억압된 자아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모습일 수도 있고,

또는 반대로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는 완성체를

조각조각 내버리는 과거의 폭행과 칼날에 비유한

아픔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중적이지 않나 싶다!

책의 제목과 동일한 첫 1부는 여름의 재단에서,

가을의 여우비, 겨울의 침묵, 봄의 결론으로

총 1년 사계절 동안의 4부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도 많은 일본 소설 속에서 비추어지는

여성의 모습은 다분히 과격한 남성 사회 중심의

기득권에 대한 피해자로 상당 부분 그려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쓴 다른 장편 소설들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일본 사회의 격앙된 사회 배경

속에서 어린 시절 당한 육체적 학대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그려나가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책이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되면,

아날로그 책의 종이가 주는 향기와 손으로 만지면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아껴서 보는 존재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커버로 안전하게 감싸고 있는

책의 각 페이지들이 숭덩 숭덩 잘라내지고,

결국 데이터로 남는 모습은 활자가 만들어 내는

서사가, 그저 종이 다발로 소비되면서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듯했다.

서로의 존귀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일회성으로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그런

영혼 없는 사랑과도 같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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