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클락 댄스 장편 소설의 제목만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어떤 특정한 춤이나 안무에 관한 이야기 인가 싶었다.

하지만 책의 본문 중반이 지나도록 춤과 연관시킬만한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마저도 주인공과는

전혀 상관없이 동네 어린아이들이 서로 모여서

새로운 '클락 댄스'를 연습하고 추고 있다는 짧은

장면 묘사가 이야기 중에 한번 등장할 뿐이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는, 아빠, 엄마, 그리고

어린 여동생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오고 있던

여주인공의 시선으로 그녀의 삶을 좇아가면서,

유약했던 여자로서의 삶을 은유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소설 클락 댄스는, 열아홉 살에 듀크 대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 대학원 과정을 밟은

앤 타일러의 신작으로,

1989년에는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수많은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는 미국 대표 여류 작가라고 한다.

클락 댄스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연도 순으로 1967년, 1977년, 1997년 이렇게

세 챕터로 분류해서, 10대 소녀, 20대 여대생,

그리고 결혼 후 어린 자녀들을 신경 쓰는 엄마로,

 

제1 부로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가족사와 그녀의 배경에 대해서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과정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은

제2 부로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2017년 21세기를

살아가는 노년의 주인공에게 닥치는 사건을 풀고 있다.

유교사상의 교육을 받았던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뿐 아니라, 사실 서구에서도 여성들에 대한

지위나 인권 등 대우 역시 지금 같지는 않았었다.

그리 오래전 시절은 아니지만 1960~ 70년대의

미국에서도 그렇게 여성들을 대하는 제한적 시선과 

관습적인 풍토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하다.

클락 댄스에서는 대놓고 페미니즘을 부추긴다거나

드러내놓고는 있지 않지만, 은연중 내비치는

당시의 모습과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내용 속에서

어렵지 않게 고정관념과 차별적인 시선을 찾아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윌라가 여섯 살배기 어린 여동생 일레인과

별 탈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듯하지만, 엄마 아빠가

잦은 다툼으로 집을 비우는 엄마를 대신에서

집안 살림을 고사리 손으로 조물딱 거리면서 알게 모르게

가슴 속에 가족의 그림이 조금씩 그늘져 가는 모습이었다.

클락 댄스 소설의 구성을 연도별로 구분해 둔 배경엔 

그녀에게 커다란 사건이 닥쳤던 시기로, 그때마다 

인생을 바꿀 커다란 변화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로 느끼게 된 가족의 소중함과

엄마의 역할을 스스로 프레임 안에 가두게 되는 듯했다.

그리고, 이어서 학창 시절 그에게 다가와 청혼을 한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다시 한번 윌라의 미래에

대한 큰 고민을 하게 되고, 이어서 그녀의 아들들이

고등학생이 된 학부모가 돼서는 또 다른 사건에 휩싸인다.

클락 댄스 스토리 배경에서, 주인공인 윌라가 겪는

큰 사건들이 이야기의 커다란 매개체가 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 법한 평범한 미국 중산층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서 마치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듯했다.

엄마 품이 그리운 어린 소녀의 가녀린 손끝에서, 그리고

나와 함께 미래를 약속하는 남자와의 결정, 자식을

바라보면서 사는 엄마가 된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의

평범한 엄마와 다를 바 없는 일생을 살고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찬찬히 되돌아보면 선택의 순간들이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오롯이 내 스스로의 의지로만

나의 삶을 방향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클락 댄스의 2부에서는 이제 장성한 아들들 모두

제 살길 찾아 떠나보내고, 노년의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그 역시도 자식들을 생각하고 남편의 하루를 맞추면서

여전히 나 자신은 어디에도 없는 그녀였다.

우연한 기회에 낯선 지역에서 그녀의 일상과는

사뭇 다른 하루하루를 새롭게 만들어 가면서,

다시금 지난 가족의 의미와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옛 어른들도 흔한 말로, '젊을 때에는 남편을

바라보고 살고, 늙어서는 자식을 바라보고 산다!'

라는 여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클락 댄스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와는 다른

개인주의 성향의 서구에서도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의미와 또 그 뒤에

가려진 여성의 삶도 어쩜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다.

소설 속 클락 댄스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둥글게 시간에 맞추어 돌아가는 시곗바늘처럼,

우리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똑같이 닮아가는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려는 도전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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