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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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단편 영화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던 독특한 감성의

영화감독 김종관의 에세이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종관 감독의 이름도 낯설고 그의 단편 영화나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역시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하루 일과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쉽지가 않지만, 가끔 큰일을 마치고 나서 한가한

골목길을 바라보거나 먼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바람 소리며 굴러다니는 깡통도

종종 새로운 색과 모습으로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듯하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라는 에세이 속에서,

어쩌면 감수성 가득한 작품 세계를 고뇌하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주변의 모습들과 사물들 하나하나 늘 평범해 보이지만,

그 숨겨진 의미도 찾아보고 저자가 살아오면서 마음에 자리 잡은

저마다의 가치도 저울질해보면서 과거의 여행을 해보게 된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는 2012년에

저자가 출간했던 <사라지고 있습니까>의 개정증보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1부에서 4부까지는 이전 책에 소개되었던

십여 년 전의 글들이라고 한다. 역시 십 년이라는 세월은

짧은 기간이 아니기에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저자 역시 살던 이문동에서 떠나 효자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었기에 그 오랜 기억 속에 남은 이야기들과 더불어서

추가로 5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의 이야기들을 더하고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이문동의 허름하지만

감성 충만했던 달동네의 모습들도 마치 옛 사진의 추억을

들추어 보듯이 흐뭇한 미소를 띠며 보게 되는 내용들이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에서는 특별한 사건 사고가

가득한 버라이어티 한 이벤트 내용은 거의 없다.

정말 무심히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공중전화 부스며,

얼토당토하지 않은 꿈속에서 보았던 여인과의 만남이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내용들을 저자의 섬세하고

감성 어린 문체로 읽다 보면 모든 사물이 새로워 보인다.

 

 

10년 전 재개발이 되지 않았던 이문동의 골목길,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면서 지냈던 어린 학창시절,

베를린과 교토 등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또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성들의 이야기들이 그날의 일기처럼

마음으로 전해지는 내용들로 다시 사춘기로 돌아간듯싶다.

정말 예전에는 한밤중에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DJ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억들마저 잃은 듯싶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에서 저자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그렇게 감성 충만한 시절이 있었을 텐데! 하면서

저자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야기 중간중간 영화 속 장면들과 영화에 대한

저자의 애정 어린 의미도 우리의 삶과 연결해보곤 한다.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사라지는 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기억뿐이다.

영화는 잊힐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이다.

_p. 105

커다란 목련 꽃이 떨어지는 모습에 반하고는, 다시금

목련 꽃이 피고 지는 모든 소중한 시간들을 간직하듯이,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도 또 다른 시간으로

저자의 눈에 간직하면서 옛 영화 속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에서 지난 옛 추억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5부에서는 새로 10년 후의 새로운

터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있지만, 저자의 과거 속

추억은 여전히 벗어나지 않고 청춘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우연히 만나 옛 영화 속 음악을 나누는 택시 기사와의 일화며,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영화의 엔딩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우리 인생에 빗대어 해석하기도 한다.

... 중략 ...

옛 동네를 걸으며 그 생생한 추억에 지워지는 기억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대부분의 공간은 사라졌고

누구도 그 기억을 위한 비석을 세워주지는 않았다.

허물어지는 언덕에 올라 사진을 찍고 글로 그 기억을 남겨볼 뿐이다.

_p.197

청량리와 춘천을 오가는 기차인 청춘 열차를 보면서

우리의 청춘도 그만큼 빨리 지나가고는 있지만,

청춘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지금의 청춘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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