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
이정섭 지음, 최진영 그림 / 허밍버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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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소심하고 예민하게 태어난 탓에

어린 시절부터 불혹이 되는 나이가 될 때까지도

세상살이가 퍽퍽하다면서,

주위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저자 스스로를 인간 개복치로 칭하면서,

사회생활에서 꾸역 꾸역 적응해나가는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는 소소한 일상 에세이이다.

 

 

 

꽤 독특한 도서명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라는 제목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환경 오염이나 점차 사라져가는

생태계 동물들에 대한 과학 도서인가 싶었다.

자연 속에서 실제로 2억 5,000만 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3~4년 후에는 2억 4,999만 9,999 마리가 목숨을 잃는

개복치는 멸종 위기 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생존확률 0.000004% 확률의 생존율로 바다를

유유자적 헤엄치고 다니는 복어목 물고기인 개복치는,

어린 시절 그렇게 주변의 위협에 무참히 무너져 버리지만

성장하고 다 자라고 난 후에는 두꺼운 껍질에 커다란 덩치로

주변 포식자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한다.

 

무관심한 듯 그저 바다 물결에 몸을 맡기듯이

둥둥 떠다니는 특유의 개복치의 생활 모습에서,

저자 역시 남들과는 다른 태생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겉도는 본인의 모습을

개복치와도 같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투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남들과 다른 생존력으로 남게 되는 존재로,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라는

유니크한 생존자로 반어적인 의미도 담고 있는 듯하다.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의 책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요즈음 공감의 메시지나, 어떻게 하는 법, 감정을 다스리는 법, 등의

다양한 인문 교양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에세이가 많이 있지만,

스스로 남들보다 뒤처지고 어울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어떤 깨우침을 주거나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남길 수는 없을 거라고 한다.

요즘 넘쳐나는 스타일의 에세이집과는 달리, 저자의

소소했던 지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풀어놓으면서

1등만이 살아남는 험난한 세상에서, 마치 오도 가도 못하고

인생의 스케줄에 끼여서 겨우 살아가고 있는 소탈한 이야기들이다.

...중략...

미리 고백하자면 면접날,

난 우황청심환을 먹었음에도

면접이 있던 건물 화장실에 토했다.

_P.103

 

 

 

물론 태생적으로도 외향적이고, 남들과도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성격의 사람들도 많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점차 개인주의적인 사회생활과 형제자매도

한두 명으로 핵가족화가 되면서, 예전보다는 훨씬 더

사회 구성원이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의 시간이 더 많아지는 듯하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혼밥족들을 위한 식당들도 점차 많아지면서,

사회생활 속에서도 홀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더 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점점 더 우리들은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서로의 공감을 나누기보다는, 나 스스로 가두면서

후천적으로도 소심한 성격의 내 모습이 되어 가는 듯도 싶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했던 성적과 경력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 고군 분투를 하기도 하고~!

다른 지인에게 호의를 베풀었지만, 다시 그에게 돌아오는

친절과 관심이 버거워서 발길을 돌리기도 하는

소심한 트리플 A 성격과도 같은 저자의 일화들이

정말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은 듯싶다.

그 외에도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에서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돌아보면서

안타까운 감정도 들고 응원도 해주고 싶게 된다.

신문사 기자로, 또는 잡지 에디터로 발로 뛰면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성격과는 정반대의 직업을 가진 저자는,

모델들과의 촬영 장소에서도 편안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도망쳐 나오기 일 수였다는 소심함의 끝을 볼 수도 있다.

저자의 일상들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어쩌면 남들과 달라서

소심한 성격 탓에 적응 못하는 부류가 아니라,

가상의 게임과 SNS 텍스트 문자에만 익숙해져가면서

나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대화하는 법을 잃어가는

현재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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