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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가
<아사히 신문>에 연재하던 소설을 다듬어서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하지만, 책의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신문 연재 속 주인공과 배경은 그대로 가져 왔지만, 저자가
여러차례 수정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특히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교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교토 지역의 유명한 축제나 전통 그리고
고즈넉한 거리며 산사등 교토의 구석 구석이 반영된
토속색(?)이 굉장히 강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평이하지는
않은 묘한 캐릭터들로 교토에서 벌어지는
도심 판타지와도 같은 전개로 이어진다.
책의 내용과는 특별한 상관은 없지만, 책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캐릭터인 너구리탈을 쓴 괴인의
망토가 검은색인 줄 알았었는데, 요리 조리 불빛에
비추어 보니 반사가 되는 재질로 무지개 빛이 돌기도..
이 책의 묘한 환상특급과도 같은 인물들 구성과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소재이면서도, 무한 매력에
마법처럼 끌리는 스토리를 반영하는 듯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너구리 탈을 쓴 괴인을 교토
시내에서 '폼포코 가면'이라고 불리우는 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
<폼포코 너구리 대전>이 연상 되는 캐릭터 이름이었다.
실제로 폼포코라는 명칭은 일본에서 예로부터 사람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우리의 도깨비와도
같은 존재로, 너구리가 자기 둥그런 배를 두드리는 의성어에
비교해서 '폼포코 너구리'라고 불리어 왔다고 한다.
그렇게 너구리 탈을 쓰고 불쑥 불쑥 나타나는 너구리탈
괴인에 대한 이야기가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에서
주된 스토리의 방향을 잡고 있는 주요 캐릭터 이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폼포코 가면이 아닌, 주말에는
그저 배깔고 누워 있고만 싶어하는 게으른 청년인
'고와다'를 중심으로 갑작스레 마주하게 된 '폼포코 가면'과
주변에 다양한 캐릭터들과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이다.

괴인이라도 칭하고 있는 '폼포코 가면' 역시
대단히 위험한 인물이거나 특별한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악인이 아니라,
너무나도 평범한 인간으로 단지 너구리탈과 오래된
망토 하나를 두르고선 느닷없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데,
그의 역할도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행을 베푸는 행위일 뿐이다.
그 선의의 행동 역시, 지구를 구하거나 위험한 곳에
뛰어드는 초인이 아니라, 길을 잃은 사람의 길을 찾아
주거나 부부싸움을 말리기도 하는 정말 소소한 선행들.
하물며 '폼포코 가면'을 뒤쫓는 악의 무리들 역시
자신들에게 잡혀달라는 애원을 하는 동정표에도
반응을 하는 황당한 인물 구도는 마치 <짱구는 못말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이다.
그 외에도 '폼포코 가면' 의 뒷조사를 하는
겸업 중인 주말 파트타임 다마가와 탐정과 조수.
그리고 '히치베묘진' 너구리 신도 등장하면서
교토 시내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현실 속 풍경과 가상의 이야기가 묘하게 연결된다.
과연 너구리탈을 쓴 '폼포코 가면'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를 뒤쫓는 세력들의 배후에는 누가 존재하는지?
또 그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치이며 사건 속에
휘말리는 주인공 '고와다'와 탐정 들.
주말에는 꼼짝않고 방콕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 처럼
폼포코 가면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외침 속에는
치열하게 하루 하루 전쟁처럼 바삐 살아가는
우리 내면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의 책 서두 부분에는
실제 교토 거리 곳곳 지명과 유명 백화점 카페등이
그려진 지도와 각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교토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폼포코 너구리 뿐 아니라, 달마 오뚜기 인형 등
일본 문화 속에 베어 있는 전통적인 모습들이
이야기 속에서 허투르 쓰여져 있지 않고, 다양한
소재로 활용되고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셀제 지명과 '요이야마'란 축제 행사등 전통적인
모습에 상상력이 더해진 흥미로운 모험의 이야기 이기에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듯이 흥미진진한 교토 판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