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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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기저기 잡음이 들려오지만 시청률은 고공 상승 중이다. 요식업계의 신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백종원이 푸드트럭에 팁을 주던 게 시작이었다. 이대 앞, 충무로 필동, 공덕 소담길 등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는 정규프로로 편성되었고, 어느덧 10% 시청률도 돌파했고 연이은 화제를 낳고 있다. 백종원이 사장님들의 2% 부족한 음식 솜씨를 귀신같이 잡아주고, 인테리어나 메뉴 구성까지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보는 내내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빌런'과 '백종원의 극한직업' 두 단어로 프로그램을 요약할 수 있다.

기본적인 요리는 커녕 위생관념 조차 없는 사장, 똥고집을 부리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메뉴를 고집하는 사장, 상권에 대한 분석 없이 그저 쉬워보여서 장사를 시작한 사장. 수많은 빌런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실소를 금치 못하지만 그들을 보며 과연 내가 웃을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과연 내가 지금 회사를 때려치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과연 그들과 차별화된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당한 입지에 적당한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 '열심히'만 일하면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컴퓨터 앞에서 엑셀이나 만지던 내가 닭을 튀긴다고 기가 막힌 맛을 이뤄낼 수 있을까? 권리금, 상권, 입지, 회전율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는 나라고 TV에서 조롱당하는 초짜 사장님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자영업을 다룬 <골목읜 전쟁>은 그런 의미에서 재밌고 유익하게 다가왔다. 창업 성공기나 노하우를 전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자본 시장을 분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가 왜 한국에서는 유독 비쌀까? 헬적화의 이유는 임대료(매출의 약 12% 수수료 형식 지급), 한국 소비자의 소비성향(좌석 선호, 회전율 낮음), 경영전략(해외 브랜드 로열티 지급)때문에 타국가와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만 카스테라 열풍도 어느순간 짜게 식은 것도 단순히 TV프로의 지적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과 과도한 경쟁의 결과인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성수동, 연남동, 망원동 등 소위 말하는 뜨는 동네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점도 신선했다.


사업의 성공 요인은 '운'의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매우 현실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노력을 한다고 5년내 생존하는 20%에 드는 것이 아니고, 작은 차이가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요리의 맛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도 입지의 장벽에 무너질 수 있고, 엄청나게 기발하고 신선한 메뉴도 갑작스런 시장 환경 변화에 망할 수 있다. 유사 프렌차이즈의 유입, 상권의 변화, 최저임금 인상 등 너무나 변수가 많기에 100% 낙관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믿는 것은 폐업의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운에 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맡기고 기도하는 게 최선일까? 아무런 일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날에도 어쨌든 월급이 나오는 회사와는 다르게 자영업은 하루하루가 실전이다. 그러므로 생각보다 미치는 영향은 보잘 것 없지만, 적어도 본인이 만들 수 있는 '노력'과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상승하는 월세, 임대료. 최저임금이나 가맹점주, 건물주의 갑질로 자영업의 실패를 말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한 공간이다. 단순히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까운 대형 마트를 강제로 쉬게 한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이 오를까? 물론 재래시장의 판매량도 오르지만, 그보다 더 많은 매출은 백화점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자본시장을 규정하고,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줄여가기 위해서라면 <골목의 전쟁>을 꼭 읽어봐야한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주변에는 몇달이 멀다하고 업종을 바꾸는 집이 있다. 대만 카스테라, 핫도그, 식빵.. 우스갯소리로 최근 자영업 트렌드가 궁금하면 그 집을 보면 된다고도 했다. 어쨌든 그 집은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먼저 자리를 선점하고, 적절한 시점에 환승을 잘하는 영리한 영업전략을 지닌 집이었다. 무심코 지나가는 골목 사이에서도 성공의 요인을 잘 살펴봐야겠다. 제1의 인생 속에서 완벽하게 다음 스텝을 설계해야지 운 좋게 성공할까 말까니 말이다.




자영업은 노력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면 5년 내 생존율은 20%가 아니라 60%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정말로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자영업의 미래를 누리고 싶다면 감각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이것만이 좀 더 희망적인 미래를 누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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