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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2 - 직장 생활은 정답이 없다 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2
INJI 지음 / 좋은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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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에서는 회사 생활에서의 일생을 담았다고 할 수 있는 HR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회사에 입사해서의 신입사원으로서의 스펙과 자세에 대해, 그리고 채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면접과 회사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승진, 그리고 그 승진의 고배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저도 회사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참으로 많은 직원들과 면담을 해보았습니다. 그 중 많은 면담이 퇴사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 또한 글쓴이처럼 퇴사를 무턱대고 막는 편은 아니었어요.

다만, 오랜 면담의 경험치는 그들의 퇴사가 진지한 고민의 끝에 내려진 결정인지, 충동적인 빈말인지를 분간할 수 있게 해주었죠. 그래서 항상 이야기하는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준비가 되었거든 나가라, 더 좋은 곳이고 더 좋은 처우와 더 나은 미래가 보인다면 미련없이 떠나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회사를 이용해서 그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말이예요.

회사 임원들이 알면 놀라 자빠질 소리일지 모르지만, 책 안의 내용처럼 우리는 결국 직장인이니, 퇴사 때만큼은 충분히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또 하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하는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자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무태도가 바뀌는게 아닌, 자세나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말투, 모든게 권위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부여한 직급이 인생의 직급이 된 것마냥 태도가 바뀌죠. 그 직급은 회사 안에서 그리고 업무 안에서만 해당되는 것이니 다른 때에는 잠시 넣어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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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1 - 직장 생활은 정답이 없다 위로보다 월급이 소중한 직장 생활 1
INJI 지음 / 좋은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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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제목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읽기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책들은 어떻게하면 직장 생활에서 성공할 것인가 하는 우리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교정을 요구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우선 가장 현실적인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찌보면,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저의 상황과도 비슷해서 더욱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저 역시도 정확히 햇수로는 20년 만으로 19년을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고, 물론 첫직장은 아니지만 (전 회사에서 3년 6개월의 직장생활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다닐만큼 다닌 회사에서, 인정받을만큼 인정받고 있는 회사이지만 결국에 월급쟁이로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팩폭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들이 꽤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우리에게 회사에서 성취하는 기쁨과, 인정받는 존재로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직장은 생계를 위해 다니는 게 대부분의 직장인이죠.
그러한 직장인에게 결국 회사에서 공허히 이야기하는 성취과, 존재와, 성장역량을 평가하여 나타내는 지표는 월급이고, 연봉이고 보너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적정한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해, 잘하고 있어 의 격려는 그리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습니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직책이 생기고 그러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하라 한다면 결국에 결정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직급자는 계속적으로 결정과 결단을 내리는 업무의 연속이고, 사실 그 결정의 결과가 어떠할지 종종 예측할 수 없을 때는 그 답답함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이러한 내 모습이 부족한 상사의 모습으로 비춰지지는 않을지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어려워지고, 논의하기가 힘들어지죠.
주어지는 책임에 비해 권한은 턱없이 없죠.
그럼에도 그 없는 권한을 쥐어짜서 팀원들을 격려하고 칭찬하고 비전을 이야기합니다.
참, 대한민국의 상사들.... 힘들게 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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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서성이다, 나에게 왔다
서미영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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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와의 이별을 경험합니다.

이별이라는 과정은 반복이된다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아파하면서, 쓸쓸해하면서, 그리고 담담해하면서 느껴온 과정들은 큰 감정의 표현없이 담아낸 시집입니다.

곧 봄입니다.

마음이 말랑해지는 계절, 좋은 시 한편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갖는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봄

초록의 생명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인사한다



봄이다



너만큼 기다렸던
시간이다



너처럼 설레는
계절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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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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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치열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접한 이민진 작가의 소설입니다.

이번주는 두번에나 택시를 타고 귀가할 정도로 정신없이 한주를 보냈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두껍고도 무거운 이 책을 손에서 놓치 않고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민진 작가의 코리아 디아스포라 삼부작의 출발점이기도 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미국인인 그래서 어느쪽에도 속하지만, 또 어느 한곳에서도 오롯이 인정받을 수 없는 그들의 고된 인생의 모습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더욱 아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생에서는 더 적게 말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승리하는 것 같았다. 케이시는 상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토막상식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었다. 승리자는 욕구가 적은 사람일까, 아니면 패자보다 더 큰 욕망을 지닌 사람일까?

P.148

명문대학교인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케이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번번히 좋은 일자리, 안정적인 취업처에서는 고배를 마시고 마는데요. 대단한 학벌, 거기에 어마어마한 학점까지 케이시가 미국인이었다면 겪지 않을 좌절을 그녀의 부모님은 인정하지 못합니다. 나의 희생으로 그러한 교육의 혜택까지 받았으니, 당연히 제대로 취직하라고, 그러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그녀를 패배자 취급합니다.

1세대 이민자에게는 그들 나름대도, 2세대 이민자에게는 또 그들 나름대로 삶이 고됩니다.

터는 도적떼 두목처럼 오른팔을 천장으로 들어 올렸다. "이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죠."

그녀는 그의 극적인 동작이 흥미로워서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여기 해외자산 부서는, 그러니까 일본과 아시아와 유럽 영업을 담당하는, 당신이 면접보고 있는 이 부서 말입니다."

케이시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 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윌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

윌터는 멘토처럼 말했다

P.162~P.163

이 책의 제목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라 지어진 이유인데요.

이 부분이 바로 소설의 모든 이야기를 아우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남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라는 것, 그의 신념이 비현실적이라는 것, 케이시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피부색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백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건한 미국식 낙관주의로 무장한 제이는 케이시가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恨) 많은 한국인이었다. 제이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가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케이시에게 부모님의 슬픔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내뱉은 말을 돌이켜보니, 케이시는 제이와 함께하지 않응 미래가 두려웠다. 그가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제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상실의 고통으로 그를 붙잡아준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같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나약하게 느껴졌다.

P.264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괘념치 않았던 미국인 남자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결심을 하게되는 동기 또한 한국인인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보지 않은 네가 내가 당한 이 고통을 이해해줄까? 이걸 단순한 피해의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시이지만, 어느새 그녀도 나의 다름을 상대가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이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료, 사빈이 그녀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다고 했던 일자리를 고른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티나처럼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왜 천천히 내 길을 찾으면 안되지? 왜 실패하면 안 되지?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라고들 하지 않나. 나 자신을 찾고, 내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케이시가 반박했다.

"아니, 틀렸어. 넌 너 자신을 해치고 있어. 내가 몇 번을 말했니."

사빈은 손을 뻗어 케이시의 손을 감쌌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야. 실수를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야. 알겠지?"

p.289

케이시는 주변의 사람들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이 너무 배려가 없다고 말이죠.

천천히 나의 길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해주지 않는지, 나의 실패를 부질없는 짓으로 싸잡아내리는지......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겪는 진로에 대한 과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이 야속합니다. 내가 가진 거 하나 없는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과 실패의 과정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이죠.

하지만 주변 어른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 실패의 과정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로 가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골치 아픈 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도피처의 과정이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건 경험과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해치는 행동이라고 말입니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은

처음 글을 열어가는 서사가 참 긴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아직 실제로 #파친코 에 대한 서평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에서 2007년에 출간된 소설이다보니 읽다보면 문체나 글의 스타일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 더 처음에는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중반이 넙어가면서부터는 아주 빠르게 속도가 붙는 소설입니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작가의 경험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라 묘사가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그들의 거친 삶이 이해됩니다.

전세계의 케이시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인생에서는 더 적게 말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승리하는 것 같았다. 케이시는 상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토막상식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었다. 승리자는 욕구가 적은 사람일까, 아니면 패자보다 더 큰 욕망을 지닌 사람일까? - P148

윌터는 도적떼 두목처럼 오른팔을 천장으로 들어 올렸다. "이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죠."

그녀는 그의 극적인 동작이 흥미로워서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여기 해외자산 부서는, 그러니까 일본과 아시아와 유럽 영업을 담당하는, 당신이 면접보고 있는 이 부서 말입니다."

케이시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 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윌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 P162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남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라는 것, 그의 신념이 비현실적이라는 것, 케이시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피부색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백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건한 미국식 낙관주의로 무장한 제이는 케이시가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恨) 많은 한국인이었다. 제이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가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케이시에게 부모님의 슬픔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내뱉은 말을 돌이켜보니, 케이시는 제이와 함께하지 않응 미래가 두려웠다. 그가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제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상실의 고통으로 그를 붙잡아준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같았다. - P264

케이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료, 사빈이 그녀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다고 했던 일자리를 고른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티나처럼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왜 천천히 내 길을 찾으면 안되지? 왜 실패하면 안 되지?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라고들 하지 않나. 나 자신을 찾고, 내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케이시가 반박했다.

"아니, 틀렸어. 넌 너 자신을 해치고 있어. 내가 몇 번을 말했니."

사빈은 손을 뻗어 케이시의 손을 감쌌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야. 실수를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야. 알겠지?"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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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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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접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글 안에서 느껴지던 갑갑한 한여름 열대야의 밤처럼 축축하게 젖어드는 듯한 그 압박감이 소름을 오소소 돋게 만들고

그 보다도 더 캄캄하기만 한 세령마을의 모습이 마치 다녀온 곳인것 처럼 그려졌었죠.

이 소설 이후 정유정 작가의 책은 저에게 있어서는 믿고보는 안전빵의 글입니다.

신간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에 #알라딘 에 예약구매를 걸어두고 출간되기만을 내내 기다리고 있던 터에 작가님이 #유퀴즈 에 나와 그동안 써왔던 글과에서 느껴지는 모습과는 달리 엉뚱함과 유쾌함의 매력까지 어필하였으니,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갑니다.

그래서 도착한 책을 바로 펼치고 싶은 욕구를 참고참아가며, 먼저 읽고 있던 책을 마무리하고 책장을 펼칩니다.

역시나는 역시나, 우선 펼치는 순간 책의 몰입감이 어마어마합니다.

신유나는 지유라는 딸을 키우고 재혼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유 접견을 피했던 신유나와 만났던 전 남편이 실종이 되고 이 실종의 과정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됩니다.

 

"행복하게 사는 거."

행복을 원치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는 자신도 같은 것을 원하다고 말했다. 행복하려고 결혼하자는 거라 덧붙였다. 그녀는 물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 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불시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올 줄은 몰랐다. 사실을 말하자면 행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 적이 없었다. 고민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는 머뭇대다 대답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하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동의할 수 없는 개념이었으나,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p.112 ~ p.113 1부. 그녀의 오리들

어려서부터 언니에 대한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던 신유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무엇인가를 더하고 합쳐, 고난을 극복하며 좋아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것들, 어려운 것들, 껄끄러운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면서 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무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책을 다 읽은 후 덮는 순간 알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남기게 하는 이 책에서 신유나의 피해자인척 하는 태도는 "결국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너희들이야."라고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켜버립니다.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이라는 피해의식은 가해자가 아닌 사람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하는 행위를 정당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삶의 매 순간에 몰입하는 여자였다. 그 바람에 감정적 향상성이 유지되지 않았다. '이리 와'와 '저리 가' 사이를 무시로 오갔다. '이리 와' 시간에는 천사였고, '저리 가' 시간에는 미친 여자였다.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고, 트집 잡히지 않도록 처신하면 왜 자신에게 거리를 두느냐고 화를 내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기어코 극단까지 갔다. 자해를 하거나 가해를 하거나, 헤어질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그때마다 유나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p.354 ~ p.355 3부. 완전한 행복

주인공 신유나라는 사람의 감정은 스위치 하나로 딸깍딸까 조절이 되는 것처럼 무시로 오갑니다.

그러데 그 감정의 틈이 발생하는 원인조차 본인의 의지가 아니고, 본인이 원인이 아니고, 결국 너 때문입니다. 그런 무차별의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그 피해자의 삶에서 정상적인 사고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본인에게는 감성적으로 대하길 바라지만, 타인에게는 감정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의 고통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 고통을 만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인 본인의 행동따위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를 이렇게 만든것은 너 때문이야, 그래서 그로인해 야기된 모든 문제의 원인은 너 때문이야로 잘못된 행동에대한 책임전가를 하면서 본인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합니다. 본인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나를 해하거나, 남을 해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습니다.

학 시절, 담임이 '직각의 순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어떤 세계를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해내는 섬광 같은 순간이라고. 지금이 바롤 그 순간이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무의식의 막이 한손에 찢겨 나갔다. '설마'라는 저항의 벽이 한 방에 부서졌다. 갇혀 있던 상상이 급류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런 걸 상상할 수 있는 자신의 머리통이, 정말이지 끔찍스러웠다.

가서 확인해. 다시 자아의 목소리가 명령을 내렸다.

자물쇠가 잠겨 있던 2층 방에 뭐가 있는지, 두 눈으로 보라고, 자물쇠든, 문이든 때려 부수고 들어가란 말이야. 있다면 그 상상은 망상이겠지만, 없다면......

p.366 3부. 완전한 행복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알지만 믿고 싶지 않은 순간이면 그 고통은 더욱 커집니다.

"혹시"가 "역시"가 되는 순간.

"설마"가 사람잡는 순간......

벌어져서는 안될 일들이 벌어져 버렸고, 나는 그 순간을 알아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시 정유정", 정유정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7년의 밤>에서 느꼈던 그러한 감정들이 다시 오롯이 느껴집니다.

끝까지 법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소설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범인이 누군지 첫 챕터를 읽고나서 알게됩니다. 이미 범인은 알지만, 제발 그렇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본인의 삶을 망치지 말라고, 이제는 그만 멈춰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본인의 삶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삶이 어그러지는 모습이 하나하나 그려집니다. 특히나 지유의 아픔이 따갑게 다가와서 정신차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사이코패스 는 그런 감정을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한다고 하니 말그대로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맙니다.

 

 

"행복하게 사는 거."

행복을 원치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는 자신도 같은 것을 원하다고 말했다. 행복하려고 결혼하자는 거라 덧붙였다. 그녀는 물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 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불시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올 줄은 몰랐다. 사실을 말하자면 행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 적이 없었다. 고민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는 머뭇대다 대답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하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동의할 수 없는 개념이었으나,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 P112

유나는 삶의 매 순간에 몰입하는 여자였다. 그 바람에 감정적 향상성이 유지되지 않았다. ‘이리 와‘와 ‘저리 가‘ 사이를 무시로 오갔다. ‘이리 와‘ 시간에는 천사였고, ‘저리 가‘ 시간에는 미친 여자였다.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고, 트집 잡히지 않도록 처신하면 왜 자신에게 거리를 두느냐고 화를 내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기어코 극단까지 갔다. 자해를 하거나 가해를 하거나, 헤어질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그때마다 유나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 P354

중학 시절, 담임이 ‘직각의 순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어떤 세계를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해내는 섬광 같은 순간이라고. 지금이 바롤 그 순간이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무의식의 막이 한손에 찢겨 나갔다. ‘설마‘라는 저항의 벽이 한 방에 부서졌다. 갇혀 있던 상상이 급류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런 걸 상상할 수 있는 자신의 머리통이, 정말이지 끔찍스러웠다.

가서 확인해. 다시 자아의 목소리가 명령을 내렸다.

자물쇠가 잠겨 있던 2층 방에 뭐가 있는지, 두 눈으로 보라고, 자물쇠든, 문이든 때려 부수고 들어가란 말이야. 있다면 그 상상은 망상이겠지만, 없다면......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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