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파노와 흑사병 - 갈릴레오 시대, 공중위생의 역사에 관한 연구
카를로 M. 치폴라 지음, 김정하 옮김 / 정한책방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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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는 미시사 연구 방법을 통해 피렌체 대공국 (현재 이탈리아) 의 작은 자치도시 프라토의 흑사병 발생과 이를 막기 위한 보건행정 당국자의 노력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아무 의미없는 고문서, 그 중에서도 행정 문서들을 파헤쳐 당시 전염병을 대처하는 사회상을 이렇게 알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2. 한국의 경우라면, 아마 승정원 일기나 조선왕조실록 등 국가기록문서를 통해 생활사 등을 살펴보는 연구가 이와 유사할 것 같다. 당시 작은 자치도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한국의 메르스 감염 때, 감염이 의심되거나 접촉한 사람들이 보건 당국의 격리 협조나 자진신고 권유를 듣지 않음으로써 감염이 확산되었던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중세 사회에도 똑같이 일어났다. 격리 권고나 실효가 없는 행정명령을 사람들이 무시하고, 당시 사회 상류층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감염병에 대한 보건행정정책을 무시하고 거부하여, 결국 감염이 확산되는 데 일조한다. 


3. 흑사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취약한 계층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환자들 뿐만 아니라 시신 매장인 역시 저임금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이었고 이들 역시 흑사병으로 쓰러졌다. 감염병이 창궐할 때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그게 감염병 뿐이겠는가. 만성 근골격 질환 역시 일을 쉬어야 낫지만 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발생하고 잘 낫지도 않는다. '감염과 불평등' 이 있다면 '비감염성 질환과 불평등' 역시 있을 것이다. 


4. 당시 보건당국은 병원체와 매개동물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격리조치를 하는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도, 행정력을 통해 감염병을 어느 정도는 통제(물론 성공적인 통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하는 것이 가능하긴 했다. 병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지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또한 병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기 전의 경험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5. 우리나라의 메르스 상황과 비교하며 읽는다면 더욱 공감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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