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발돋움
헨리 나우웬 지음, 이상미 옮김 / 두란노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권의 책을 펼치면 우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사람이 크고 빠르게 이야기 하는 사람 일수도 있고 아는 것을 일일이 말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사람일 수도 있고 수줍어하며 요점만 말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마 그것이 문체일 것이다. 헨리 나우웬의 ‘영적 발돋움’을 읽으면서 나는 낮지만 정확한 말투로 조곤조곤하게 설명하는 노학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고 나도 모르게 책을 읽는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으며 심박동이 천천히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만난 기독교인들은 말을 잘한다. 좀처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잘 표현한다. 일반 교회의 목사님들은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가까운 설교를 하시며 신도들은 본인의 내적인 기도를 모든 교인 앞에 나가서 선언하는 시작기도를 한다. 부흥회를 가본 적은 없지만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면 울면서 통성기도를 하기도 하고 두 팔을 벌려 찬송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화들이 낯설고 내가 따라 하기에는 영 어색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외향적인 기독교 느낌과는 다르다. 그것은 학창시절 억지로 눈감고 앉아있던 ‘명상의 시간’처럼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하다. 저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하다. 서양에서 말하는 ‘선(ZEN)'의 정서를 가지고 '영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영적인 삶이란 ‘가장 깊숙한 자아로’ ‘우리의 동료 인간들에게로’ 그리고 ‘하나님께로’ 향하는 발돋움이다, 라고 말한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단 한 문장도 버릴 데 없이 정갈하고 따뜻하다. 꼭꼭 씹어서 잘 소화시키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 문장이 현란한 기교가 있어서가 아니라 진심을 정확하게 집어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영문이라면 존댓말이라는 개념이 없을 텐데 존댓말로 번역되어 있다는 부분과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락인 환상에서 기도로 향하는 움직임이 내게는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기도’할 수 있는 대단한 비법을 가르쳐 주기를 기대해서였을까? ‘기도’를 통해 하나님에게 발돋움해야 하는데 내가 아직 기도가 부족해서 일까?

 

 이 책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저자의 행보가 본인의 글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생각으로 말로 글로 우리는 얼마든지 주님 곁에서 주님처럼 살고 싶어 하지만 막상 실천하는 삶을 살기는 어렵다. “우리가 그들처럼 진실하게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한” 훌륭한 안내자로서의 모습을 저자는 본인의 삶을 통해 보여 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마치 갓 구운 소박한 빵을 좋은 사람들과 나눠 먹은 기분이 들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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