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리라이팅 클래식 5
이혜경 지음 / 그린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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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은 교조화된 유교가 아닌 맹자의 이야기를 통해 군자의 모습을 되뇌이게 하는 책이다. 고전인 '맹자'의 현대적 주해서인 셈.

제자백가의 시대. 부국강병을 위해 개인을 희생을 당연시하고 전난을 수습하던 시대에, 인간의 품격을 기반으로 썰을 풀어낸 맹자는 당시 기준으로 보면 나름 진보적인 논리였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제 맹자는 공자왈 맹자왈의 보수주의로 느껴지지만, 지금 그를 보수주의자로 소개하는 이유는 그런 이유는 아니다.  

군자인 나는 나에게 엄격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다운 자존심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남에게 덕을 행하며 살며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한 정치적 이념을 펴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맹자가 말한 '깐깐함'이 보수주의자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요새 자꾸 깡패와 도적의 무리가 '격'을 얘기하곤 하는데, 진짜 '격'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오늘 유시민 의원이 PD수첩 무죄 소식을 접하고 올린 트위터에는 맹자가 인용돼 있다. 

   
오늘은 좋은 날!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무죄선고를 국민과 함께 축하합니다.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항소가 아니라 헌법공부입니다. 맹자의 말씀을 전합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군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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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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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이 달려있는 책이다. 홍세화의 신간 에세이인데, 한번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이상하게 무력하고 화가 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영화 크래쉬에서 나온 대사다) 보면 좋은 책이다.

 

글 중에서 두 군데를 인용해 본다.

 

1. 제도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갖게 된 생각은 주체적이지 않다. 독서와 토론, 직접 견문과 성찰은 내가 주체적으로 행하는 것이지만, 제도 교육과 미디어에서 나는 주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객체이며 대상일 뿐이다. 세상 사람들 중 책을 읽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소수다. 문제는 과거에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날엔 책을 읽지 않아도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엔 제도교육이 보편화되었고 미디어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람들의 의식세계는 빈 채로 남아 있지 않고 채워진다. 나는 유소년 시절에 할머니 할아버지 뻘 되는 분들이 "나는 무식해. 아무것도 몰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종종 들었다. 오늘날엔 그런 분을 만날 수 없다. 국가권력이 장악한 제도교육과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미디어에 의해 넘칠 정도로 채워지는 의식세계는, 특히 한국처럼 제도교육이 민주화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스스로 책을 읽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지배세력이 요구한 것으로 채우게 된다..... 지배세력에 대한 복종의 자발성에서 과거에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보다 오늘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강한 것은 그 때문이다....

 

2.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본디 '귀족이 스스로 의무를 진다'는 뜻인데, 역사는 귀족이 스스로 의무를 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귀족은 스스로 의무를 지지 않았다. 스스로 의무를 지지 않으면 지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배하기 위해 의무를 져왔을 뿐이다. 그게 역사의 진실이다. 따라서 귀족이나 사회상층이 스스로 의무를 얼마만큼 지느냐는 국민의 비판과 견제 능력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역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데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가당키나 한가.

 

나는 1판 1쇄를 출간일에 샀는데 그덕에 홍세화 선생님의 자필 사인을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썼다.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스스로 묻는 소수와 함께, 홍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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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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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 등의 내용을 만화로 각색한 책이다. 미국사라고는 하지만, 미국사 통사가 아니라 민중사의 시각에서 중요한 사건에 대한 설명이 시대 순으로 설명되어 있다.

 

'미제' 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두가지일 것이다. 메이드인유에스에이. 어렸을 적 미제는 대단했다. 내 연필은 미제야. 이러면서 뻐기는 애들도 많았고. 미제 테니스 라켓으로 애들의 부러움을 받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 미제는 미제국주의이다. 이책은 왜 미국이 그냥 미국이 아니라 미제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러나, 이제 미제도 끝이다. 미국 제품은 가격만 비싸고 왠만해선 쓰고 싶지 않으며 더이상 경찰 역할 한답시고 깡패 만들기에 힘쓸 여력도 없어 보인다. 미국의 몰락은 슈퍼파워의 퇴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반세기 내 대단한 혼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평화와 행복이 얼마나 이어질 지. 인류는 위기의 순간에 역사의 가르침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여간 시청에서 가끔 I LOVE U.S.A 모자 쓰고 데모하시는 할아바지들. 무식하다고 나댈 게 아니라 이런 책이라도 좀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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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을 가다 2 - 레바논ㆍ시리아ㆍ요르단ㆍ리비아ㆍ몰타ㆍ튀니지ㆍ이집트 편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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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읽고 나는 최정동 작가를 '로마 오다쿠'의 표본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2권을 읽고 나니 이젠 넘사벽같은 느낌이다. 휴.. 전편인 로마 제국을 가다를 재미있게 읽었고, 그 후속 작품이 나올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2권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2권의 부제는 '지중해 건너에도 로마 제국은 존재했다' 이다.  모두 세차례의 여행기록을 묶은 것으로 중동의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으로,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몰타로, 이집트로 구분된다.  이 지역은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으로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었던 로마 제국의 변방 국경들이었던 셈이다.

 

역사의 현장이 잘 보존되지 않으면 않을 수록 '아는 만큼 보이는' 식견이 필요하다. 이 지역들은 세세한 설명이 없으면 지나치기 쉬운 유적지일 것이고 그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저자는 이탈리아 반도와 남북유럽에 그치지 않는 학구열로 2권을 써냈다. 2권의 여행지는 그러나 1권처럼 '로마'라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다. 지역 자체가 로마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이 그다지 쉬운 지역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 변경지들이 역사 속에서 이슬람의 지배 등을 받으면서 로마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고, 지금도 대부분 가난한 지역인 만큼 문화재 관리가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할 지도 모르나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저자의 노력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동 여행은 여행기가 흔하지도 않고, 성지순례가 아니면 잘 가지 않는 여행지이다. 로마라는 인문학적 테마로 쓴 여행기는 흔치 않기에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몰타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집트는 동떨어진 하나의 이집트 여행기로 봐도 좋을 듯 싶다. 이곳은 로마보다는 이집트 자체의 문화 유적이 너무 많기에 그렇다.

 

모두 쉽지 않은 여행지지만, 체력이 좋을 때 이집트 여행을 한번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집트에 대한 공부를 많이 많이 한다음에 말이다. 앞으로 3권, 4권 계속 여행기를 작성하실 것 같은데 빠른 시일에 새로운 여행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주길 고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전편과 페이지 수는 비슷한데 책값이 조금 올랐다는 것이다. 물가 탓인가? 지명도 상승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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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지식기행 3
허우범 지음 / 책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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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국지의 현장에서 기록한 삼국지 심화 학습용 책이다. 삼국지의 이야기 순서에 따라 주요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고 역사와 소설의 허구를 구분하고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상당히 실제 역사와 다르다는 점을 잘 모르는 독자에겐 저자의 이야기가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조조의 재평가가 활발하고, 만화 '창청항로'를 통해 조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지라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삼국지연의가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왜곡한 지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삼국지연의를 그대로 역사로 믿고 있다. 관우는 재물신으로 숭배받고 있고, 제갈량은 최고의 존경으로 추앙받는다. 유적을 가봐도 촉에 관한 유적은 비교적 보존이 잘되어 있는 반면, 위나라라 조조에 관한 유적은 내팽겨치다시피 보존되어 있다. 예전 중국 여행에서도 느낀 바지만, 중국인들의 유적에 관한 보존 의식은 참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탁월한 식견으로 찾기 힘든 유적을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간접 체험을 생생히 전달한다.
 
촉한정통론은 한족 중심주의와 중화사상의 연장이고, 이는 왜곡된 역사이나 이미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관심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다. 지금의 동북공정도 훗날 이런 식으로 기록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가 많아지면 그 자체가 역사가 되더라는 것은 삼국지를 통해 너무 생생히 보고 있는 현실이다. 삼국지 소설 속의 허구도 필요에 따라 유적으로 많이 만들어져 있다.
 
장강 주변의 중국 여행을 한번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볼거리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삼국지 기행을 읽고 나서 조금은 느낄 것이 많아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삼국지를 한번 다시 읽고  소설의 기억이 생생할 때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황석영 정역의 만화판 15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책 중 인용은 정역판을 사용한 듯 싶어 신선한 복습의 재미를 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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