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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진실 -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짜 트럼프를 들추다
마이클 단토니오 지음, 이은주 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다. 완벽한 대답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아무 문제도 안 생기고 아무도 신경 안쓰고 아무도 기사를 안 쓸 것이다. 내가 정직한 대답을 하면 그건 거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Donald Trump-
스프레이를 뿌려 뚜껑처럼 고정한 윤기흐르는 헤어스타일은 그의 아이텐티티다. 그는 케케묵은 말도 새로운 것처럼 들리도록 전달하는 프로다. 트럼프와 악수를 하면서 문득 궁금해진다. 손 세정제를 찾을까? 아니면 손수건? 악수를 나눈 다음 그는 책상 뒤로 가서 슬며시 자신의 값비싼 양복 천에 손을 쑥쑥 문지른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그의 얼굴이 실린 잡지 표지들을 자랑하듯 전시해 놓았고 빚 대신 받은 헤비급 권투선수 Mike Tyson의 챔피언 벨트도 바닥에 있다. 그의 사무실에서 트럼프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이렇게 얘기했다. “감히 이야기하는데 당신만큼 무대에 오래 있었고 아직도 대중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없다. 누가 또 있는가?”
트럼프가 뉴욕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초기부터 활동했던 사람들은 이제 모두 사망했거나 잊어졌다. 뉴욕시장을 지냈던 에드 코크,변호사이자 정계 실력자였던 로이 콘, 부동산 거부 리오나 헴슬러, 양키즈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세상을 떠났다. 다른 사람들, 이를테면 전 뉴욕시장 루디 줄리아니는 가끔씩 보이는 게 전부다. 반면 매일 아침 그가 받아보는 신문기사 스크랩은 트럼프가 현재 진행형 유명인사임을 말한다. 나는 이런 관심의 양과 질이 흥미롭다. 부와 명성에 있어 21세기 미국 정신의 어떤 측면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트럼프는 원래 나의 연속 인터뷰 요청을 거절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단 한 번의 인터뷰만 허락할 생각이었고 그것도 나의 리서치를 도와주는 작가 마크 다고스티노를 봐서 허락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단순한 예의이자 세일즈 기술이다. “아니, 아무래도 못 팔 것 같다. 이 물건은 나한테 너무 소중한 거라··· 하지만 당신이라면 예외로 할 수 있다.”
그는 인터뷰 중에 잠깐 쉴 때면 오바마 비판을 늘어놓곤 했다. 이런 얘기는 보통 ‘오프 더 레코드’로 했지만 그 중 몇 가지는 지면에 싣는 걸 허락했다. 그는 오바마에 대해 “너무 많은 실패를 한 탓에 사람들은 TV에서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오바마가 “심리적으로 강인하지 못하다”고 했다. “다 심리전이다,하지만 오바마는 강한 강인한 심리가 없다. 이건 앞으로도 절대 못 가질 거다. DNA에 없으니까.”
트럼프가 오바마 얘기를 할 때면 개인적인 짜증이 느껴진다. 아마도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당시 연방정부의 대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그의 제안을 백악관이 무시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행이도 오바마의 선임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이때 오고 간 대화, 그리고 트럼프가 ‘백악관에 무도 회장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한 것까지 폭로했다. 트럼프는 언론에 대해 말할 때는 훨씬 더 신랄했다. ”언론은 엄청나게 부정직하다.“라며 자진해서 특정 언론인의 이름을 얘기했다. 그 중에는 트럼프 공격수로 유명한 티모시 오브라이언과 웨인 바렛도 있었다. ”나는 언론을 믿었던 사람이다. 이 친구 바렛이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썼을 때 나는 ’와, 상황이 생각했던 거랑 다르구나. 이건 정직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라고 깨달았다. 뭐 ,훌륭한 기자들과 작가들도 많이 만났는데 진짜 불정직한 기자도 있었다. 엄청나게 부정직한 기자와 작가들 말이다.
또 작가와 기자에 대한 평가는 트럼프의 다양한 주장에 대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에 따라 다르다. 동의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 그렇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다. 가장 나쁜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거나 그가 얘기한 재산 규모 30억 달러? 5억 달러? 7억 달러?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과거 얘기를 피하고 자기 분석을 반대하며 이미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건 써도 되지만 나한테 들었다고는 하지 말아 달라”라고 말한다.그의 이러한 ‘오프 더 레코드’사용은 매스컴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할 때 곧잘 쓰는 방법이다.
‘최악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가 얘기한 대통령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였을까 아니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였을까? 사실 둘 다를 얘기했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서 오바마는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끔찍이 싫어했다.
여러해 동안 트럼프는 동성 결혼은 반대하고 게이의 군 복무는 찬성했다. 낙태 권리를 지지했다가 반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를 야기한다’는 분명한 증거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고, 어린이에게 여러 가지 백신을 동시 접종하면 자폐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트럼프는 관심을 얻기 위해 닥치는 대로 말한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최고라고 띄우고 본인의 재력이나 지능, <어프랜티스>시청률 등에 대해 얘기할 때는 사실상 “날 놀림거리로 삼아 달라”고 사정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트럼프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별나고 엉뚱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유명함을 이익으로 바꾸는 데성공헸다’는 점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준, 돈과 명성으로 볼 때 그가 성공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이젠 미국 대통령까지 되었으니.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나는 항상 싸움을 좋아했다.’
‘물리적인 싸움을 말하는 건가?’
‘모든 종류의 싸움, 물리적인 싸움을 포함해 어떤 싸움이든 다 좋아했다. 그리고 항상 운동을 아주 잘했다. 이건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점이다.’
뉴욕군사학교 훈련 담당 교관이었던 도비아스는 소년 트럼프를 거칠게 다루면서 동시에 투지를 심어주었다. 트럼프는 종종 자기가 군사학교의 산물이고 전사이며 운동선수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런 요소들을 강하게 주장하며 “지금 이 방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이 나”라고 했다. 그가 호르몬 면에서 축복 받은 사람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것이 그의 경쟁적인 성격을 설명해 준다.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하는 군사학교에 다녔던 것이 남들과 공감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난 누군가를 존경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경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라는 그의 말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나는 너무 많은 걸 봐와서 그런지 언제나 사람들의 최악의 모습을 염두에 둔다. 하지만 그건 괜찮은 습관이다.”그는 자기 인생을 투쟁 이라고 묘사한다. 여기에 덧붙여 “인생은 생존이다. 항상생존의 문제다”라고 한다.
“나는 노력을 믿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고난 능력이다.”
“이걸 어렸을 때 알았는가?”
“아니다. 어렸을 땐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때도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항상 난 언제나 능력을 갖고 있었다.”
트럼프는 골프 경기에서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는 본인의 유전적 재능 때문에 많은 것을 남들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천부적 능력을 굳게 믿는다.” 트럼프의 혈관을 흐르는 이 믿음은 아들 도널드 주니어에 의해 더욱 분명하게 설명된다. 그는 “아버지는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고 어머니도 그렇다. 어머니는 올림픽에도 출전했었다. 그러니 나는 유전적으로 보통 사람들 이상으로 타고 났다고 믿고 싶다.”라고 덧붙여 말한다.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져가는 시대에 ‘유전적 우월성’은 거대한 부를 정당화하는 데 매우 편리한 핑계다. 사회학자들은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트럼프는 이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2015년, 2016년 대선 출마를 이미 결심했다는 걸 반부적으로 암시했다. 난 트럼프를 진지한 대통령 후보자로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단지 자기 자신을 마케팅하려는 의도일 뿐이라 생각했다. 진정한 정치적 야심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공화당의 잠재 후보 약 20명 중 대담함만큼은 트럼프를 따라 올 자가 없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트럼프는 SNS에 “힐러리 클린턴은 자기 남편을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올렸다. 소란이 뒤따르자 포스팅이 삭제되었고 그의 보좌진은 트럼프가 쓴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이 말은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사실 언론과 싸워서 이기기는 힘들다. 언론은 매우 부정직하다. 하지만 내가 뒤를 쫓아볼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아주 정직한 매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다 라고 했다. 언론사의 정보 재생산을 피해 자기 메시지를 직접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온라인 상에서 자기가 직접 글을 쓴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인 것 같다. 그의 트위터 사랑은 극진해서 이런 저런 온갖 생각을 다 써서 올린다. 나이가 들었어도 소년 같은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면에선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챙겨주고 싶어진다. 한번은 그가 선행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이봐, 나도 심장Heart이 있다고 ”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허풍이 모두 농담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와의 거래에서 돈, 혹은 마음의 평화를 잃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가 심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트럼프는 공격적으로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자신이야말로 ‘미국의 이상형’이라고 말한다. 여러 연구에서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더 개인주의를 소중하게 여기며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성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사람들 간에 큰 격차가 돈, 건강 등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또한 미국인들은 유독 자기를 자랑하고 홍보하는 경향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허풍은 다른 미국인들보다 약간 더 심하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아버지에 대한 평가에 더 솔직하다. 트럼프와 아바나 사이의 막내 아들인 에릭Eric은 ‘아버지보다 더 미국적인 사람은 없다“라며 윈스턴 처칠,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아주 실용적인 면에서 천재 중의 천재“라고 말했다.내 질문에 보다 조심성있게 답한 이반카는 아버지의 행동을 ’비열함‘이 아닌 ’솔직함‘으로 해석한다.”아버지는 자기 생각을 정확히 얘기한다. 질문이 뭔지, 어떤 이야기인지 미리 듣고 답변을 준비해 놓을 필요가 없다.“도널드 주니어는 더 솔직하다. ’아버지는 사람들을 극과 극으로 갈라놓는 사람이다. 분명하다. ‘아, 트럼프 괜찮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트럼프 너무 좋아! 세계 최고야!라는 사람이나 ’세상에서 제일 싫어‘라는 사람들만 있다. 그런데 그 ’제일 싫다‘고 한 사람조차 막상 어버지가 옆을 지나가면 같이 사진 찍고 싶어 하고 악수하고 싶어 한다. 어버지가 나타나면 뭐랄까. 최면 같은 게 걸린다.”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조차 ’무조건 눈에 띄는 게 우선‘인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놀림감이 될 법도 하지만 뚜껑을 덮어놓은 듯 인공적으로 꾸민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은 어디서나 즉각 알아볼 수 있다. 그게 없다면 트럼프 타워 앞에 서 있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처음에 의도한 바는 아닐지라도 머리 꼭대기에 광고판을 세운 효과가 있다. 사실 처음에는 대머리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는 문화적으로 앞서 갔다. 트럼프가 그의 헤어스타일을 택한 이후 몇 년 만에 성형수술, 모발이식,피부관리 주사, 부자연스러운 머리 염색 등은 전사회계층의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런 허영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헤어스타일에 대해 가발이 아닌지 물으면 그는 기꺼이 ’한번 잡아당겨 보라‘고 한다. 도널드 주니어는 아버지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아침에 깨서 어떻게 해야 오늘 더 도널드 트럼프처럼 될 수 있을까?하는 게 아니다. 35년 동안 그럴 수는 없다. 몇 주라면 몰라도, 35년간 할 수는 없다‘라고 한다.
그가 특별하고 탁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어서 트럼프는 마침내 자기의 리더십 스킬을 미국과 세계에 제공하기로 결심한다. 2015년 6월16일, 트럼프 타워의 아트리움에 수백 명이 모여서 그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올리면서 트럼프는 아내 멜라니아와 함께 내려 왔다. 멜라니아는 1층까지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마네킹처럼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트럼프는 약 40분간 일본,중국,멕시코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불만에서부터 시작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그들은 우리를 어리석다고 비웃고 있다. 이제 그들은 우리를 경제적으로 이기고 있다. 더 이상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나를 믿어라. 그들이 우리 경제를 죽이고 있다.”그는 이어서 “미국은 쓰레기 매립지가 되었다”라고 덧붙인 후 잠시 말을 멈춰 박수를 유도했다. “멕시코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우리에게 보내고 그들은 그 문제들을 우리한테 가져온다. 마약을 들여오고 있고 범죄자들도 들어오고 있으며 심지어 강간범들도 있다. 물론 일부 좋은 사람도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남쪽 라틴 아메리카 전역과 중동에서도 온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무 보호 장치가 없고 아무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막아야 한다. 당장 막아야 한다.”그렇다면 트럼프의 해결책은? “남쪽 국경을 따라 거대한 장벽을 건설할 것이다. 그리고 장벽 건설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하도록 할 것이다.”
연설 중에 트럼프는 자주 기분이 나쁜 것처럼 들렸다. 그는 경제 문제에서 테러리즘으로 핵 협상으로 헬스 케어로 휙휙 넘어갔다. 본인은 어떤 대통령 직무라도 다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현 정부와의 차이는 ‘협상기술’,‘타고난 재능‘ 그리고 ’신의 가호‘라고 했다. ’나는 신이 창조한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진짜 훌륭한 리더가 필요하다. 우리는 <협상의 기술>을 쓴 리더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출마선언 다음 날 아침 <데일리뉴스>의 편집자들은 그의 사진에 빨간 코와 입술을 그려 넣고는 “어릿광대 대선 출마하다”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앞표지에 실었다. 코미디언들은 하루 종일 트럼프의 말을 이리저리 갖고 놀았다. 은퇴했던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이 다시 나타나서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톱10“을 소개했다.
트럼프의 출마선언이 코미디 소재가 되었던 반면 멕시코와 이민 관련 발언은 그 문제의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실 불법 이민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낮고 멕시코계 미국인들은 사회적 차별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폭력과 분열을 경험했다. 트럼프의 말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라틴계 지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내에서 라틴계는 최대의 단일 민족 그룹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의 거친 발언은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을 등 돌리게 할 것이었다. NBC의 경영진은 자사의 <어프랜티스>에 트럼프를 더 이상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유니비젼 스페니시-랭귀지 TV 방송사는 그의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 방송 계약을 취소했다. 설타,메이시스 백화점,퍼퓨매니아 등의 협력사들도 그와의 연대를 끊었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는 트럼프의 골프장에서 열기로 했던 토너먼트를 취소했고 ESPN 또한 트럼프 골프장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토너먼트를 취소했다.
제휴사들이 떠나가자 트럼프 브랜드의 명성이 훼손되었고 회사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수십억 재산가인 그는 손실을 감당할 수 있었다. 젭 부시, 마르코 루비오, 린지 그레이엄 등 공화당 내 경쟁자들이 그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서자 트럼프는 ‘이민 문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약해 빠졌다’며 일축했다. 많은 주류 공화당 지도자들은 라틴계 유권자들을 걱정했는데 2008년과 2012년에도 이들로부터 많은지지를 받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공화당원들의 광적인 지지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많은 정치가들, 전문가들, 기자들은 트럼프의 초반 성공을 설명하고 발언을 분석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의 심리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의 연설은 일관성이 없고 문법에도 안 맞으며 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 헛고생이었다. 예를 들어 어떻게 멕시코에 장벽 건설비용을 부담하게 할까? 사실 이것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또한 그가 낙태할 권리에 대해 ‘매우 찬성’에서 ‘매우 반대’로 생각을 바꾼 것도 중요하지 않다. 과거 공공 의료보험을 찬성하다가 지금은 오바마 케어를 반대하고 있는 것도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조상들로부터 천부적인 능력을 물려받았다는 그 자신의 믿음뿐이었다.
몇 년 전,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 ‘나르시시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컬럼비아대의 정신과 의사 피터 프리드는 “나르시시즘은 병이 아니다. 제대로 작동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적인 진화의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보다 이 성공적인 전략을 잘 표현한 사람이 또 있을까?
온라인에서 수백만 명이 열광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셀카 사진 등은 트럼프가 평생동안 돈을 벌기 위해 실천해 왔던 자기 홍보와 다를 바 없다. 차이가 하나 있다면 트럼프는 가장 먼저 그리고 훨씬 더 큰 규모로 했다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기 전에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강한 자존감Self-regard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도 예외가 아니다. “그도 엄연히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언제나 스스로를 최고라 생각하는 트럼프가 이러한 결론을 보면 매우 당황할 것이다. 하지만 당황스럽긴 우리 나머지 사람들도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