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선생님 노는날 그림책 24
사비나 콜로레도 지음, 세레나 마빌리아 그림, 김여진 옮김 / 노는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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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 누군가에게 선생님이었나요?
#서평단


『안녕, 나의 선생님』은 한 명의 학생도 없이 시작된 선생님의 이야기다.
가르치고 싶은 마음 하나로 지도를 펼쳐 들고 세상으로 나선 이 인물은, 정작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 여정은 점차 목적을 잃고, 대신 삶의 감각들로 채워진다.산양이 다니는 눈 덮인 산,
그물과 문어, 조개껍질이 흩어진 바닷가 마을,
학용품만 가득하고 아이는 없는 도시의 골목.
선생님은 그곳들을 지나며 풍경을 수집하고, 마음을 배우고,
세상의 조각들을 하나씩 안고 돌아온다.
기나긴 여행 끝에 마침내 한 아이를 만나게 되지만,그 순간조차 이 책은 과하게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과 사물의 배열, 정돈된 장면과 작은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모자란 세바스 마렐라의 그림은 이 책이 지닌 감정의 깊이를 정직하게 끌어올린다.

연필의 잔결이 살아 있는 풍경,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색감,
그리고 장면마다 녹아든 시간의 질감까지.
말보다 풍경이 먼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인물보다 배경이 감정을 먼저 흡수한다.
이야기를 설명하려 들지 않기에,
그림 한 장 한 장이 더 길게 머물게 된다.

『안녕, 나의 선생님』은 결국 ‘가르침’이라는 말을 다시 쓰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살아낸 시간을 꺼내어 함께 나누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은 그렇게 묻는다.
"당신은 언제, 누군가의 선생님이었나요?"
아이보다 어른에게 먼저 말을 거는 그림책.
가르치려는 마음을 품었던 모든 사람에게,
혹은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던 누군가에게,
이 책은 조용히 찾아와 손을 내민다.
“너희들이 있어 비로소 선생님이 되었다는
나의 선생님에게.”
그 마지막 문장이 이토록 오래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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