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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자 2
장용 지음, 양성희 옮김 / 조율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 잔혹한 일제 치하,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혼돈의 시대.
항일 투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과 자신 또한 버려야만 했던 비밀첩보원들의 이야기
1930년대, 피비린내 나는 상해의 살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작품은 중화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930년대 항일시대, 중국내 정치는 국민당과 공산당으로 나뉘게 된다. 외부는 일본의 침략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목숨을 잃고, 친일정부인 왕위정부에 대항하여 국민당과 공산당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함께 일본에 대항한다. 이 소설은 각기 다른 당에 속한 이들이 서로의 신분을 감추고 위장을 하며 다른 이념이지만 같은 목표인 항일에 대한 투쟁을 하며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째 명경은 상하이 명씨 그룹 대표이며 혁명자본가이다. 겉으로는 교양있는 사업가, 속으로는 중공 지하당(공산당)에 자금을 조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둘째이자 장남인 명루는 친일정부인 왕위 정권의 고위간부이자 첩보조직 76호의 핵심인사다. 겉으로는 친일분자이자만 속은 국민당의 고위 간부로 친일정부의 첩자이다. 또한 중공 지하당의 일원이기도한 삼중간첩이다. 작전명은 독사이다. 셋째 명대는 민주당 간부인 왕천풍(독벌)을 구해준 계기로 인해 군사학교로 납치되 첩보요원이 됬다. 현재는 국민당 에이스 첩보요원. 작전명은 독전갈이다. 이 세명의 가족은 서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을 감추며 위장자로써 첩보 활동을 벌인다.
1권에서는 명대가 왕천풍(민주당 간부)을 구해준 계기로 납치되어 군사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우만려와 우정을 키우며 첩보요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2권은 본격적인 임무수행(제1무인구역, 오송구 화물선 폭파, 철광석 화물열차 탈취 등)과 정금운과의 합작작전을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병폐(민주당 정부가 왕위 친일 정부와 밀무역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좌절을하고 공산당으로 전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1권에서 세 남매에게 접근한 늑대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과 아성(명성)의 이야기, 명대의 출신에 관한 비밀과 친부의 등장, 명대가 명경에게 신분이 노출되는 위기 등 숨 가쁘게 진행된다.
특히 3가지 커다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왕천풍(독벌)이 벌이는 항일투쟁이다. 사간계획으로 명대가 속한 첩보요원팀이 전멸하게 되는데 이것이 왕천풍의 계략이였던 것이다. 조카와 제자들을 배신하고 사지로 몰아넣을 수 밖에 없었던 과정. 철저한 위장자가 되야만 했던 그 사정과 그로 인한 수많은 죽음들이 뼈아픈 역사를 회고하게 만든다. 둘째는 명루(독사)가 명대(독전갈)에게 내리는 잔인한 명령. 이때만 해도 명대는 명루의 정체를 모르고 나중에서야 크게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명령은 다름 아닌 형(명루)을 죽여야 하는 것. (겉으로는 왕위정부의 고위간부임에도 항일분자에게 공격받지 않은 명루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동생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명령한것, 또한 이 작전은 미나미다를 제거하는 작전과 연계하려는 것) 이때까지만 해도 형이 친일분자라 여겼던 명대는 ‘가족애’와 ‘조국애’에 사이에서 피말리는 갈등을 하게 된다. 셋째는 정금운과의 약혼. 혼란과 파국의 시대에도 사랑은 꽃핀다. 처음에는 다른 당에 속했고 이념이 다르며 성격도 맞지 않은 것 같은 명대와 금운이 난세 속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과정은 혼탁한 진흙에 핀 한 떨기 연꽃과도 같다.
-잘쓰여진 소설, 훌륭한 소설을 넘어선 위대한 소설 위장자
위장자에 대해 어떻게 평할 수 있을까? 감히 평할 수도 없을뿐더러 굳이 평한다면 위대한 소설이라고 밖에 말 못하겠다. 위장자와 비슷한 첩보 소설과 영화는 많다. 시대나 조직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신분을 감추는 이야기는 많다는 말이다. 색계, 밀정, 암살, 디파티드, 무간도 등. 그중에서 단연 위장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가족애, 조국애, 사랑, 우정 등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관계와 감정들을 시국과 난세에 잘 엮어서 더 애틋하고 가슴 아프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도 감정을 다루지만 한 감정에 몰두해 위장자처럼 다양한 감정을 다루진 못했고, 위장자처럼 공감되며 진한 여운을 주는 밀도 높은 감정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또한 각자 인물들이 가진 과거사나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한 타당성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명루가 가족을 이용하고 연인을 속이고 그들을 위험에 빠트리면서 작전을 계획했던 것, 왕천풍이 자신의 편을 소모품처럼 모두 몰살시켜야만 했었던 것, 여숙과 계이, 독하디 독한 왕만춘까지. 어떤 인물이든 간에 설사 악인이여도 인물 하나하나에 ‘사정’이 있고 ‘과거’가 있어 그들도 ‘인간’임을 잊지 않고 이야기함으로 시국이 만드는 안타까움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기본에 충실했다. 이 소설은 첩보소설의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에 오락성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추리요소와 스릴러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되었다. 읽는 내내 압도적인 압박감에 시달릴 정도니 말이다. 사건이나 인물의 정체가 밝혀졌을때 미쳐 돌아가는 주변인물들의 광기는 실로 소름끼치고 전율이 흐른다. 이렇듯 위장자는 위대하다. 어떤 면을 봐도 위대하다. 살면서 이런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