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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니
배영익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8월
평점 :

옛날 옛적에 한 가난한 이가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는다. 이 감투는 도깨비의 감투로, 이것을 쓰면 쓴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다. 감투를 쓰는 순간, 그 사람은 이제 도깨비가 되는 것이다. 가난한 이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먹을 것이나 조금 얻어보려 했지만, 그는 날이 갈수록 더 큰 욕망에 사로잡힌다. 처음에는 음식이었지만, 그 다음에는 옷을.. 금을.. 보석을... 점점 대도가 되어 간다. 그리고 어느날, 애지중지 하던 감투가 찢어지자, 아내에게 감투를 꿰메달라고 한다. 아내는 빨간천으로 감투를 꿰메고, 남편은 고친 감투를 쓰고 다시 도둑질을 하러 나선다. 하지만 빨간천이 보이면 물건이 사라진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결국 그를 잡아 감투를 벗긴다. 그의 모습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매섭게 매질을 해 그를 마을에서 쫓아낸다. 만약 설화속의 도깨비 감투가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당신은 자신의 '욕망'을 막을 수 있을까요?
"도깨비가 쓰는 감투니까, 도깨비감투인 거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도깨비가 쓰고 다녔으니까 도깨비감투겠지. 그런 뻔한 말을..."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뭐가?"
"그걸 쓰면 도깨비가 되는 거야. 다시 말해서 도깨비가 쓰는 그 도깨비감투를 쓰고 있는 동안은
도깨비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 바닷가에서 떠오른 시체가 든 가방, 지문과 치아가 없는 시체들,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는 범인을 쫓기로 한다.
귀신이 보이는 남자,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계속되는 위협, 성기담은 괴한을 쫓기로 한다.
어느 가을, 덕적도 앞바다에 난파사고 실종사 수색중, 주인없는 가방들이 떠오른다. 길쭉하고 큰 가방 안에는 기이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시체들은 염산에 지문이 지워졌고, 치아는 모두 뽑혔으며, 외상 없이 깨끗한 상태이다.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유기한다? 절대적으로 살인사건임을 나타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시체는 부패되었고 지문감식이 어려워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우연히 사건을 목격하게 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는 이 살인사건의 이면에는 독특한 '무엇'이 있음을 직감하고 독자적으로 추적에 나선다.
한편, 아내와의 이혼후 홀로 살아가는 중년의 남성 성기담은 학원을 운영하다 영업 부진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다.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의 학생인 현우만 믿고있다가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다. 현우의 아버지는 은행장으로 현우에게 잘 해주면 손쉽게 대출을 받을거라 생각한 기담. 그래서 현우가 실수로 버린 담배꽁초로 화재사건이 발생하자, 자신이 대신 경찰서에가서 피해보상액을 물어주기 까지 한 것이다. 현우는 자신이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학원에 도움을 주겠다 약속했지만, 은행대출건을 퇴짜를 맞게 되고, 현우는 기담에게 죄송하다며 화재보험료를 노리고, 스스로 학원에 불을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막다른 길에 몰린 기담은 스스로 학원에 방화를 하려 시도하다가 10년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무렵 우연처럼 옛 친구 이정민을 다시 만나게 된다.
기담과 정민은 어릴적 친구이다. 10년전 방화사건에 기담이 연류되자 정민이 변호를 하기도 했다. 무죄판결이 났지만 아직까지 정민 앞에서는 쪼그라 드는 기분인 기담. 이런 기담에게 정민은 솔깃한 돈벌이를 제안한다. 기담은 정민을 만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요즘 학원문제 때문인지 몸이 허해서인지 자꾸 여자귀신이 보인탓에 옛 장인어른이 하는 골동품점에서 귀신을 쫓는 장승과 감투를 샀었는데... 집안에 들어와 장승을 확인한 기담을 기겁을 하게 된다.
누군가 잠긴 문을 열고 자신의 집에 들어와 천장에 장승의 목을 매단것이다. 대체 누구인가? 기담을 노리는 자의 경고인가? 기담은 계속해서 위협을 받게되고 괴한의 슴격을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우연히 손에 넣은 감투가 '머리에 쓰면 모습이 사라지는 도깨비감투'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 감투로 괴한들의 뒤를 쫓기로 하는데...
- 범죄 심리학과 설화를 미스터리에 녹여낸 독보적인 작품
과학적인 프로파일링과 비현실적 도깨비 감투 설화를 섞은 이색 한국 스릴러!
도깨비 설화는 서민들의 욕망을 채워주면서도 권선징악을 나타낸 설화이다. 모습이 사라지는 도깨비 감투를 쓴 자가, 부자들의 재물을 손쉽게 넣는 것은 가난한 서민들의 억눌러진 재물에 대한 욕망을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도깨비 감투를 쓴 자의 최후는 권선징악을 따른다. 도깨비 감투가 벗겨지고 모습이 드러나자 몰매를 맞고 쫓겨나게 되니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욕망을 표출하되, 결론은 그 욕망으로 인한 징벌이니 말이다. 여기 이 교훈적인 한국 설화를 현대적인 스릴러에 녹여낸 책이 바로 <내가 보이니>이다. 스릴러에 현대인들의 욕망을 표출하고 나름의 메세지를 전한다.
<내가 보이니>는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와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은 기담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한명은 연쇄살인범을 쫓고, 또 한명은 자신을 위협하는 괴한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류PD는 현대적 과학적인 수사기법 프로파일링을 접목해 범인을 추리해나간다. 반면 기담은 고전적 오컬트적인 소재인 귀신, 장승, 감투 같은 소재로 둘러쌓여있으며, 설화에서나 존재해온 '도깨비감투'로 괴한을 추적해나간다. 전혀 상반된 인물, 스토리, 소재가 흥미롭게 제 갈길을 가다 종국에 하나의 살인자로 귀결된다.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 두권을 한데 묶은 느낌이랄까? 현대 프로파일링 수사물을 읽다가 민속적인 괴담 공포물을 읽다가 정신없이 독자를 현혹시킨다. 여직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사실 하나의 이야기 였다'는 전개방식은 꽤나 많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를 이용하고, 한국적 설화를 이용한 이색 스릴러는 <내가 보이니>가 최초이지 않을까?
이런 장르적, 전개적 신선함에 이은 또 다른 신선함이 있다. 바로 살인자이다. 여기서 살인자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우리가 보아온 연쇄살인범과 많은 거리를 둔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카테고리에 속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원한이나 치정, 쾌락 등 추리소설에서 많이 보여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게 아니라, 작가가 설정한 '직선의 범죄'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 멀리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단거리인 직선, 그리고 그 직선에 놓인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무차별하고 가차없는 살인을 시행한다. 일반 추리소설에서는 범인에게 개성을 주기위해 시체에 어떤 메세지를 남기거나, 독특한 도구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여기서의 살인자는 그야말로 '무법자'이다. '개성'이 아닌 '효율'주의다 보니 마구잡이로 특징없이 살인을 저지르다보니 신선하긴하지만 더 추리하기 어렵다. 이렇듯 <내가 보이니>는 많은 이유에서 읽을만 하다. '신선'을 한국의 토속적 색체로 표현한 스릴러. <내가 보이니>는 썩 새롭고 흥미로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