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이니
배영익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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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한 가난한 이가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는다. 이 감투는 도깨비의 감투로, 이것을 쓰면 쓴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다. 감투를 쓰는 순간, 그 사람은 이제 도깨비가 되는 것이다. 가난한 이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먹을 것이나 조금 얻어보려 했지만, 그는 날이 갈수록 더 큰 욕망에 사로잡힌다. 처음에는 음식이었지만, 그 다음에는 옷을.. 금을.. 보석을... 점점 대도가 되어 간다. 그리고 어느날, 애지중지 하던 감투가 찢어지자, 아내에게 감투를 꿰메달라고 한다. 아내는 빨간천으로 감투를 꿰메고, 남편은 고친 감투를 쓰고 다시 도둑질을 하러 나선다. 하지만 빨간천이 보이면 물건이 사라진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결국 그를 잡아 감투를 벗긴다. 그의 모습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매섭게 매질을 해 그를 마을에서 쫓아낸다. 만약 설화속의 도깨비 감투가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당신은 자신의 '욕망'을 막을 수 있을까요?



"도깨비가 쓰는 감투니까, 도깨비감투인 거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도깨비가 쓰고 다녔으니까 도깨비감투겠지. 그런 뻔한 말을..."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뭐가?"
"그걸 쓰면 도깨비가 되는 거야. 다시 말해서 도깨비가 쓰는 그 도깨비감투를 쓰고 있는 동안은
도깨비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 바닷가에서 떠오른 시체가 든 가방, 지문과 치아가 없는 시체들,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는 범인을 쫓기로 한다.

귀신이 보이는 남자,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얻게 된다. 그리고 계속되는 위협, 성기담은 괴한을 쫓기로 한다.



어느 가을, 덕적도 앞바다에 난파사고 실종사 수색중, 주인없는 가방들이 떠오른다. 길쭉하고 큰 가방 안에는 기이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시체들은 염산에 지문이 지워졌고, 치아는 모두 뽑혔으며, 외상 없이 깨끗한 상태이다.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유기한다? 절대적으로 살인사건임을 나타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시체는 부패되었고 지문감식이 어려워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우연히 사건을 목격하게 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는 이 살인사건의 이면에는 독특한 '무엇'이 있음을 직감하고 독자적으로 추적에 나선다.


한편, 아내와의 이혼후 홀로 살아가는 중년의 남성 성기담은 학원을 운영하다 영업 부진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다.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의 학생인 현우만 믿고있다가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다. 현우의 아버지는 은행장으로 현우에게 잘 해주면 손쉽게 대출을 받을거라 생각한 기담. 그래서 현우가 실수로 버린 담배꽁초로 화재사건이 발생하자, 자신이 대신 경찰서에가서 피해보상액을 물어주기 까지 한 것이다. 현우는 자신이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학원에 도움을 주겠다 약속했지만, 은행대출건을 퇴짜를 맞게 되고, 현우는 기담에게 죄송하다며 화재보험료를 노리고, 스스로 학원에 불을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막다른 길에 몰린 기담은 스스로 학원에 방화를 하려 시도하다가 10년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무렵 우연처럼 친구 이정민을 다시 만나게 된다.


기담과 정민은 어릴적 친구이다. 10년전 방화사건에 기담이 연류되자 정민이 변호를 하기도 했다. 무죄판결이 났지만 아직까지 정민 앞에서는 쪼그라 드는 기분인 기담. 이런 기담에게 정민은 솔깃한 돈벌이를 제안한다. 기담은 정민을 만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요즘 학원문제 때문인지 몸이 허해서인지 자꾸 여자귀신이 보인탓에 옛 장인어른이 하는 골동품점에서 귀신을 쫓는 장승과 감투를 샀었는데... 집안에 들어와 장승을 확인한 기담을 기겁을 하게 된다.


누군가 잠긴 문을 열고 자신의 집에 들어와 천장에 장승의 목을 매단것이다. 대체 누구인가? 기담을 노리는 자의 경고인가? 기담은 계속해서 위협을 받게되고 괴한의 슴격을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우연히 손에 넣은 감투가 '머리에 쓰면 모습이 사라지는 도깨비감투'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 감투로 괴한들의 뒤를 쫓기로 하는데...



- 범죄 심리학과 설화를 미스터리에 녹여낸 독보적인 작품
과학적인 프로파일링과 비현실적 도깨비 감투 설화를 섞은 이색 한국 스릴러!


도깨비 설화는 서민들의 욕망을 채워주면서도 권선징악을 나타낸 설화이다. 모습이 사라지는 도깨비 감투를 쓴 자가, 부자들의 재물을 손쉽게 넣는 것은 가난한 서민들의 억눌러진 재물에 대한 욕망을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도깨비 감투를 쓴 자의 최후는 권선징악을 따른다. 도깨비 감투가 벗겨지고 모습이 드러나자 몰매를 맞고 쫓겨나게 되니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욕망을 표출하되, 결론은 그 욕망으로 인한 징벌이니 말이다. 여기 이 교훈적인 한국 설화를 현대적인 스릴러에 녹여낸 책이 바로 <내가 보이니>이다. 스릴러에 현대인들의 욕망을 표출하고 나름의 메세지를 전한다.


<내가 보이니>는 전직 프로파일러인 류PD와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은 기담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한명은 연쇄살인범을 쫓고, 또 한명은 자신을 위협하는 괴한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류PD는 현대적 과학적인 수사기법 프로파일링을 접목해 범인을 추리해나간다. 반면 기담은 고전적 오컬트적인 소재인 귀신, 장승, 감투 같은 소재로 둘러쌓여있으며, 설화에서나 존재해온 '도깨비감투'로 괴한을 추적해나간다. 전혀 상반된 인물, 스토리, 소재가 흥미롭게 제 갈길을 가다 종국에 하나의 살인자로 귀결된다.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 두권을 한데 묶은 느낌이랄까? 현대 프로파일링 수사물을 읽다가 민속적인 괴담 공포물을 읽다가 정신없이 독자를 현혹시킨다. 여직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사실 하나의 이야기 였다'는 전개방식은 꽤나 많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를 이용하고, 한국적 설화를 이용한 이색 스릴러는 <내가 보이니>가 최초이지 않을까?


이런 장르적, 전개적 신선함에 이은 또 다른 신선함이 있다. 바로 살인자이다. 여기서 살인자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우리가 보아온 연쇄살인범과 많은 거리를 둔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카테고리에 속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원한이나 치정, 쾌락 등 추리소설에서 많이 보여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게 아니라, 작가가 설정한 '직선의 범죄'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 멀리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단거리인 직선, 그리고 그 직선에 놓인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무차별하고 가차없는 살인을 시행한다. 일반 추리소설에서는 범인에게 개성을 주기위해 시체에 어떤 메세지를 남기거나, 독특한 도구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여기서의 살인자는 그야말로 '무법자'이다. '개성'이 아닌 '효율'주의다 보니 마구잡이로 특징없이 살인을 저지르다보니 신선하긴하지만 더 추리하기 어렵다. 이렇듯 <내가 보이니>는 많은 이유에서 읽을만 하다. '신선'을 한국의 토속적 색체로 표현한 스릴러. <내가 보이니>는 썩 새롭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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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
넬리 아르캉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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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섹스노동자란 용어 정말 기발하지 않아,

그 말 속에선 세상에 가장 오래 된 직업,가장 유서 길은 사회적 기능에 대한 존중의 예가 느껴져,

나는 사람이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섹스를 주물러 노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주 맘에 들거든.

쾌락도 일종의 노고일 수 있고, 억지로 도출해낼 수 있으며,

노력을 요함으로써 그로 인해 수당을 받을 수도 있는,

일정한 제약과 표준이 부과되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 말이야"



- 영화가 성적인 행위를 하는 여성의 '몸'에 눈길이 갔다면,

소설은 성적인 행위를 하는 여성의 '심리'에게 눈길이 간다.

'등장인물'이 아닌 '작가'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소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가 아닌 '손님'이 된다.

리얼과 철학의 만남, 실제 창녀였던 작가의 리얼리즘 가득한 직업 세계와 본인의 사유의 세계의 결합

어떤 이야기 보다 솔직하다, 하지만 솔직한게 결코 쉽지는 않다.


단순 호기심이었다. 영화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소설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뭐랄까. 이 소설에 대한 어떤 평점도 감상도 할 수 가 없다. 아마 경험해 보지 못한 문장과 전개, 인물 때문 일것이다. 이 소설은 당시 스물여섯 살이던 작가가 캐나다에서 5년간 매춘을 했던 경험을 녹여낸 자전 소설이다. 솔직히 '소설'이란 표현보다 '일기'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문장은 또렷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휘갈겨쓴 느낌이다. 쉼표에 쉼표 마침표가 나올때 까지 한 페이지를 꽉 체우고 그 흔한 여백이나 대화체도 없다. 전개는 진전없이 '되새김질'하는 듯한 그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자신의 부모에 대한 환멸, 스스로에 대한 증오, 성을 탐하는 남성들에 대한 조롱, 창녀의 삶을 살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콤플렉스 등 자기파괴적인 성향과 냉소가 반복된다. 인물은 실존 인물인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만큼 '리얼'하나 때론 리얼리즘을 철학과 엮어 복잡한 자신만의 사유의 세계를 구축한다. 고로 이 책은 솔직히 말해 '어렵다'. '창녀'라는 은밀하고 접하기 어려운 직업 때문에 단순 호기심에 시작할 수는 있으나, 막상 이야기와 구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창녀라는 직업에 대한 암울하고 우울한 이야기들과 그 직업을 선택하기 까지의 작가의 환경과 사회적 구조를 격하게 비판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한 장르는 소설이지만 재미가 목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이는 작가의 고백과 성찰을 듣는 '독자'가 아닌 '손님'에 가깝다.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에 대해 감정을 갖기 마련인데, 이 책은 작가의 독백만 줄지어 놓은 '사이코 드라마'에 가깝다 보니 작가와 대면하면서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작가 넬리 아르캉에 대해 감정을 갖게된다. 여성의 섹스를 파헤치는 급진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그녀가 스스로 선택했지만 사실 '내몰린'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 연민을 가지기도 하고, 자기파괴적인 성향과 역겨울 정도의 정신이상적인 작가의 성적 판타지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결론은 만약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자 한다면 경고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보다 솔직하다. 솔직한게 결코 쉽다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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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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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에 거짓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혹은 자신을 지키거나, 남을 배려하기 위해. 그게 검은 거짓말이든 하얀 거짓말이든 말이다. 여기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 거짓말을 속삭이면 나무는 거짓말을 퍼트리고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를 먹으면 자신이 알고 싶어 했던 비밀에 관한 진실을 알 수 있다. 참 아이러니 하다. '거짓말'을 양분으로 '진실'을 맺는 나무. 만약 이런 나무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100이면 100 거짓말을 속삭이지 않을까? 사소한 거짓말로 몰랐던 진실을 알 수 있다면, 그 유혹은 참 매혹적일 것이다. 다만, 그 사소한 거짓말이 사람의 '입'을 타고, '말'로 퍼지면, '진실'이란 가면을 쓰고, 거대하고 위험한 '사실'이 되지만 말이다.



"너희들 모두 우리 아버지를 증오했잖아.
이 지저분하고, 바보같고, 비참한 섬에 사는 모두가.
그리고 너희 중 하나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자살도 아니었다. 살인이었다. 



-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게 거짓말을 하면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비밀의 '진실'을 알려준다.

더 중요할수록, 더 널리 퍼질수록, 더 큰 비밀을...

아버지가 살해 당했다고 믿는 소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여성보다 남성의 권위가 앞서고, 고전과 과학이 함께한 시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 된 후 혼란에 휩싸였던 때이다. 페이스의 아버지 에라 스무스는 목사이자 저명한 과학자이다. 그는 날개 달린 인간의 형상을 한 네피림 화석을 발견해 과학계의 신화 같은 인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똑똑하고 영리한 페이스 역시 아버지의 일에 관심이 많고, 그를 자랑스러워하며 언젠가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날을 기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저명한 학술지에서 화석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인다. 한순간 아버지는 저명한 과학자에서 속임수를 쓴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때마침 베인섬에서 화석발굴을 위해 아버지를 초청하고, 가족은 사실상 쫓겨나듯 섬으로 도망을 간다. 처음에는 유명한 과학자인 아버지와 그의 가족을 대접하지만, 가짜 화석을 발굴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섬사람들은 그의 가족들을 멸시하고 냉대한다. 결국 에라스무스(아버지)는 발굴현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리던 어느날  에라스무스(아버지)가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그는 편지를 받은 뒤 딸 페이스에게 자신을 도와줄 일이 있다며, 한밤중 해변가의 해식동굴로 딸을 데려간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은 그 곳에 한 화분을 숨겨둔다. 그리고 다음날, 에라스무스는 절벽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마을사람들은 발굴현장에서 쫓겨난 에라스무스가 스스로 자살한 것이라 말한다. 그의 아내 머틀 역시 그의 죽음을 사고사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절벽 근처에 손수레가 발견되자 페이스는 확신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거라고. 

분명 전날 밤 아버지와 함께 손수레를 온실에 놓아두었다. 이건 분명 누군가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의 시체를 수레에 실어서 절벽까지 옮겨가 떨어트린 것이다. 페이스는 이제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연구기록과 일기장을 뒤진 끝에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관해 알게된다. 자신이 숨겨둔 화분이 바로 그 나무인 것이다. 이 나무에게 거짓말을 하면 나무는 거짓말을 퍼트리고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를 먹으면, 거짓말을 한 사람이 알고 싶어하는 '진실'을 알려준다. 페이스는 이제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게 거짓을 속삭이기 시작하는데...페이스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는 14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

중국에서 전해져온 저주받은 나무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둘러싼 '다크 판타지 소설'

페이스가 진실을 찾고, 성장하면서 시대의 억압을 벗고 여성으로 거듭나는 '페미니즘 성장 소설'

장르소설이 '재미'와 '의미' 두가지를 담아내기란 사실상 어렵다. 재미를 담는 것에 치중하다 보면 소설을 읽고 난 후,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본질인 장르적 재미를 무시하고 작가의 의중이나 작품의 의미만을 고집한다면, 지루한 고전 작품이 되어 독자에게 외면 받기 쉽상이다. 여기 양 손의 저울에 두 가지를 균형있게 저울질한 작품이 있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소재이다. 이 나무에게 거짓말을 하면 진실의 열매를 맺게해준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매혹적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왔고 늘 진실을 갈구하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소녀가 거짓말 하기 시작하고, 그 거짓말이 하나 둘 점점 크고 많아지면서 섬을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서로에게 위험이 되고 분위기는 혼탁해진다. 거짓말과 진실에 관한 교훈과 함께 어두운 분위기의 판타지적 요소를 잘 녹여낸 것이다. 페이스의 변화도 흥미롭다. 어린 소녀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내고, 존경하던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면서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은 시대에 대항하면 할수록 페미니즘 성장 소설의 형태를 띤다. 여러가지 종합적인 재미와 의미를 가진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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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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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만큼 '헌신'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흔쾌히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 그 질문에 누구보다 숭고하고 애절한 대답을 내놓는 이가 있다. <용의자 x의 헌신>에 나오는 '용의자'가 그렇다. 이번에 소개할 책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반 추리소설이 아니다. 한 남자의 순애보가 담긴 가슴 답답하고 목이 메어오는 러브 스토리이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단순 '인기작가'가 아닌 '나오키상 수상 작가'라는 명예를 안겨주기도 한 작품성이 빛나는 소설이다. 물론 추리소설로써의 매력도 대단하다. 다만 트릭을 밝혀내는 순간 터져나오는게 미스터리를 풀었다는 '경쾌함'이 아니라, 한 남자의 헌신에 대한 '가여움'에 눈물이 솟구칠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묻고싶다. '당신은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울어본 적이 있나요?' 없다면 읽어보자. 잔인한 살인과 흉악한 범죄가 가득한 '추리소설'에도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오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


 "그가 너무도 당신을 사랑하고,

그래서 자신의 인생 모두를 걸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그가 이런 일을 벌인 보람이 너무 없으니까요.

그는 이러는 걸 바라지 않겠지만,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저는 견딜 수 없습니다."


​- 백 퍼센트의 사랑, 백 퍼센트의 헌신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가장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시


사립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시가미. 한 때는 천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망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수학교사이다. 그는 거듭된 실패 속에 결국 평범한 수학교사가 되었고, 지금은 혼자 살며 작은 안에서 수학문제와 씨름하며 사는 독거남이다. 이런 평범한 그가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그것도 살인사건. 어느 날 옆집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린다. 이사 온 모녀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모녀의 살인을 눈치 챈 이시가미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그 살인사건을 덮어주기로 마음먹는다. 


이시가미가 도와주기로 한 여자는 야스코이다. 한 때는 호스티스였으나 지금은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면서 딸 미사토를 키우고 있다. 성실하게 일하며 딸을 보살피면 평탄한 인생을 살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혼한 남편 도가시가 항상 모녀를 따라 다닌다. 질이 나쁜 그는 매번 모녀를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갈취한다. 도쿄 에도가와 까지 이사왔는데, 또 다시 도가시가 찾아오고, 야스코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하자 딸 미사토는 우발적으로 꽃병을 들어 도가시의 머리를 내려친다. 그리고 야스코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 코드로 도가시의 목을 조르게 된다. 야스코는 도가시의 숨이 끊어지자, 딸이 아닌 자신이 전부 죄를 뒤집어 쓰려 한다. 야스코가 경찰에 자수 신고를 하려하는데 때마침 옆집 남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뜻 밖의 제안을 한다. 자신이 모녀의 범죄를 감춰주겠다고. 사실 옆집 남자인 이시가미는 이전부터 야스코를 깊이 사모해 왔다. 한번도 표현하지 않았기에 야스코는 모르지만. 이시가미는 사랑하는 야스코를 위해 완전범죄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사건 다음날,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중년 남자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얼굴은 뭉게져있고 손지문은 불에 태워져 있다. 신원을 철저하게 숨기려는 의도. 하지만 경찰은 그 시체가 도가시의 시체임을 밝혀내고, 도가시가 생전에 야스코의 행적을 따라다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연히 유력한 용의자가 된 전 부인 야스코. 하지만 야스코는 시체의 사망추정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담당형사 구사나기는 대학 동창 유가와에게 연락을 한다.  탐정 '갈릴레오'라 불리는 그는 데이토 대학 교수로 이미 여러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왔다. 사건을 추적하는 구사나기와 유가와. 사건을 추적하던 중 유가와는 야스코의 이웃이 이시가미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대학시절 서로의 천재성을 인정한 친구였기에 그는 이시가미가 완벽한 알리바이의 배후라는 사실을 짐작한다.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천재 수학교사 이시가미. 밝혀내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의 첨예한 두뇌싸움. 그리고 완벽한 알리바이 뒤에 숨겨진 아름답고 비극적인 '헌신'... 유가와는 이시가미의 완전범죄를 풀어낼 수 있을까?



- 정교한 트릭 뒤에 밝혀지는 완벽한 반전.

하지만 '경쾌한' 반전이 아닌 '서글픈' 반전.

당신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무너트리는 '추리소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계의 명장 중에 명장이다. 그런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빛이 나는 작품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이다. 나오키상, 본격미스터리대상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라는 기록만 봐도 그렇다. 이미 일본,한국,중국에서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성 또한 인정 받은 작품이다. 왜 이 작품은 이토록 주목을 받는걸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특허 '범인의 동기'의 중요성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쓰곤 한다. 즉 보통 추리소설에서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범인의 정체를 초반에 알려준다. 불친절하게도 아주 상세하게 말이다. 이미 정답이 나온 추리소설이 뭐가 재밌겠냐만은 이 소설은 절절한 '헌신'이 담긴 '범인의 동기'를 마지막에 트릭과 함께 선사하며 어떤 추리소설보다 감성을 마비시킨다. 추리소설의 끝을 장식하는 반전은 그 놀라움에 '경쾌함'이 느껴지지만, 이 소설은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아마 초중반에는 두 천재의 불꽃튀기는 두뇌싸움에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페이지를 뒤쫓을 것이다. 그 만큼 추리소설로써의 트릭또한 아주 정교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분명 초반에 확실한 범인을 알려줬는데도 말이다. 범인자체가 아닌 알리바이를 쫓는 추리소설이란 점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후반, 그간의 이성을 마구 뒤집을 놀라운 반전과 감성을 무너트리는 반전을 위한 용의자의 '헌신'을 알게된다면 분명 쉽게 책장을 닫지 못할것이다. 추리소설을 읽고 '여운'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이 소설은 여운 그리고 눈물을 선사하는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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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브이와 시바견 1
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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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 남주와 평범한 여주의 로맨스. 드라마나 소설이나 쓰고 또 쓴, 닳고 닳은 소재이다. 닳고 닳은 소재의 장점은 여러번 쓰인만큼 많은 여성독자의 원하는 소재이며, 그럭저럭 재미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은 신선함이나 개성이 없다보니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 같고, 그닥 기억에 남거나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어릴 적 남자 아이돌을 따라다니던 팬덤 기질이 있는 여성 독자들에게 추억과 환상을 제공하지만, 홍수 같이 쏟아져 나오는 이런 소재의 책이 빛을 보기란 사실 하늘의 별 따기이다. 하지만 여기, 제법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한 로설이 있다. 추억은 재생하되, 환상은 제공하지 않는달까? 그닥 우리가 기대한 '백마탄 왕자'같은 남자 연예인이 아니라는 점이 좋다. 개차반 같은 남주, 정직한 목석 여주, 이들이 만들어가는 티격태격 알콩달콩 쌉싸름한 연애, 그리고 로맨스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살벌한? 이야기까지. 로맨스 코미디 하드코어 스릴러? 달기만 한 연애가 아닌 쓰디쓴 쌉싸름이 있는 로설을 소개한다.

코앞까지 다가온 박연에게 겨우 입술을 달싹여 물었다.
“뭐하는 거예요...”
박연은 눈앞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곧 닿을 듯이 가까운 브이의 얼굴을 담은 눈동자가 잘게 움직였다.
술에 취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떨리라고 너 흔들어보는 중이야.”


남주​(박연): #영화배우 #탑스타 #음주운전 #개차반 #시발박연 #시바견 #직진남 #상처남 #연하남

여주(권브이): #전 태권도 국가대표 #부상 #백수 #VJ알바 #순진녀 #모태솔로 #우직녀 #정의의 태권브이

장르: #로맨스 #현대물 #납치 #감금 #모험 #나름 신데렐라 #연예인과 평범녀 #계약연애 #대국민 사기극



- 네이버북스 로맨스소설 화제작!
“허세 톱배우, 그녀에게 덜미 잡히다!”


반짝반짝 거리는 인기 탑스타가 있다. 얼굴은 조각, 몸매는 예술, 성격을 개차반? 26세 박연은 스탭들도 혀를 내둘르는 성격 더러운 국보급 미남 영화배우이다. 다정한 이미지에 얼굴 잘생기면 뭐하나? 실제 성격은 개똘아이 인데. 그래서 다들 그를 '시바견'이라 부른다. 시발, 씨바 박연이라 욕하다 '시바견'이 된 것이다. 자신은 남들이 뭐라 하던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야말로 성격 고약한 이 남자가 대형사고를 치게된다. 바로 음 주 운 전. 정신을 차려보니 가로수와 충돌하는 음주 교통 사고를 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이미지는 한순간 추락하게되고, 소속사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다큐 한편을 찍지고 제안 한다. 인도의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고 갱생을 하는 어이없지만 휴머니즘 가득한 다큐를 찍자는 것이다. 결국 반강제로 인도로 향하는 박연. 그리고 또 한명의 주인공이 인도로 향한다.


28세 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권브이. 어릴때 엄마를 잃고 운동에만 매진하며 연애한번 못해본 성실과 진념의 아이콘. 그런 브이는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16년동안 해오던 태권도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런 브이에게 의외의 제안을 하는 베프 소연. 방송국 조연출로 일하는 소연은 다큐촬영의 VJ알바자리를 브이에게 소개한다. 그리고 그 다큐가 바로 시바견 박연의 다큐이다. 그래서 우연같은 사고로 그들은 함께 인도로 떠나게 된다.

인도에 도착하자 조용히 다큐만 찍으면 될 줄 알았던 이들에게 스펙타클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이 시작된다. 박연의 소지품을 훔친 소매치기가 나타나고 소매치기를 쫓는 열혈 정의녀 브이. 이들은 결국 한국촬영팀과 떨어지게 되고, 현지인들에 의해 사기, 폭행, 감금, 납치를 당하는 신세가 되고만다. VJ 브이는 이런 상황에도 열심히 본분에 충실하고. 이들은 함께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연예인과 일반인인 그들은 한국에 돌아오자 남남이 될것은 당연한데, 헌데 브이가 찍은 영상이 대박을 치면서 박연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열애설까지 나게 된다. 상대여성은 우연히 다큐에 함께 찍힌 브이. 또한 박연은 인터뷰중 말실수를 하게되고. 소속사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아예 그둘을 사귀는 사이로 만들기로 하는데... 국보급 외모의 개차반 박연과 국보급 모태솔로 브이의 '계약연애' 대국민 사기극은 과연?



- 로맨스, 유머, 하드코어, 스릴러가 함께하는 연애 소설. 

성격 더러운 '시바견' 길들이기에 나선 정의로운 '태권 브이'

하지만 의외의 역공? 시바견은 주인에게 충실했다?


앞서 말했듯, 뻔하디 뻔한 소재인 '신데렐라 스토리' '남자 연예인과 평범 여자의 연애'는 읽을만하게 재밌지만, 새롭거나 기억에 남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태권브이와 시바견>은 대세인 뻔한 재료를 쓰되, 그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요리한다. 남자주인공은 백마탄 왕자와 거리가 먼 남자이다. 외모는 국보급이지만, 성격은 더럽고, 까탈스럽고, 찌질하고, 허세까지 겸비하셨다. 여자가 싫어하는 남자의 성격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시바견'이시다. 반면 여주는 흠잡을 때 없다. 외모는 평범하지만, 정의롭고, 성실하고, 우직하고, 당차다. 정말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정의의 사도 '태권 브이'이다. 이런 둘의 연애는 처음에는 뭐든 잘할 것만 같은 여주가 주도권을 잡을 것 같지만, 아뿔사 여주가 '모태솔로'이다. 결국 불량한 시바견의 먹이감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온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처럼 '시바견'은 스스로 주인인 '태권 브이'에게 충직한 남친이 되어간다. 어릴때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이란 감정에 서툰 어린아이 같은 내면을 가진 시바견이 점점 경계를 풀고 개과천선? 하게된다. 그리고 이런 '계약 연애'가 '실제 연애'가 되면서 알콩달콩 할줄 알았던 이들에게 하드코어 스릴러 같은 사건들이 터져서 위기를 만들어 낸다. 로맨스에서 보기힘든 납치, 감금이 초반에 나오더니, 후반에는 연예계의 어두운 뒷모습과 박연의 음주운전 사건의 진실, 살인사건 등이 마구 터져나오면서 한편의 스릴러 소설처럼 나름의 서스펜스를 몰고온다. 소재는 익숙한데, 전개가 새로운,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섞어낸 '남자 연예인과 여자 평범녀'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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