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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에 거짓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혹은 자신을 지키거나, 남을 배려하기 위해. 그게 검은 거짓말이든 하얀 거짓말이든 말이다. 여기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 거짓말을 속삭이면 나무는 거짓말을 퍼트리고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를 먹으면 자신이 알고 싶어 했던 비밀에 관한 진실을 알 수 있다. 참 아이러니 하다. '거짓말'을 양분으로 '진실'을 맺는 나무. 만약 이런 나무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100이면 100 거짓말을 속삭이지 않을까? 사소한 거짓말로 몰랐던 진실을 알 수 있다면, 그 유혹은 참 매혹적일 것이다. 다만, 그 사소한 거짓말이 사람의 '입'을 타고, '말'로 퍼지면, '진실'이란 가면을 쓰고, 거대하고 위험한 '사실'이 되지만 말이다.
"너희들 모두 우리 아버지를 증오했잖아.
이 지저분하고, 바보같고, 비참한 섬에 사는 모두가.
그리고 너희 중 하나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자살도 아니었다. 살인이었다.
-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게 거짓말을 하면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비밀의 '진실'을 알려준다.
더 중요할수록, 더 널리 퍼질수록, 더 큰 비밀을...
아버지가 살해 당했다고 믿는 소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여성보다 남성의 권위가 앞서고, 고전과 과학이 함께한 시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 된 후 혼란에 휩싸였던 때이다. 페이스의 아버지 에라 스무스는 목사이자 저명한 과학자이다. 그는 날개 달린 인간의 형상을 한 네피림 화석을 발견해 과학계의 신화 같은 인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똑똑하고 영리한 페이스 역시 아버지의 일에 관심이 많고, 그를 자랑스러워하며 언젠가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날을 기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저명한 학술지에서 화석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인다. 한순간 아버지는 저명한 과학자에서 속임수를 쓴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때마침 베인섬에서 화석발굴을 위해 아버지를 초청하고, 가족은 사실상 쫓겨나듯 섬으로 도망을 간다. 처음에는 유명한 과학자인 아버지와 그의 가족을 대접하지만, 가짜 화석을 발굴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섬사람들은 그의 가족들을 멸시하고 냉대한다. 결국 에라스무스(아버지)는 발굴현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리던 어느날 에라스무스(아버지)가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그는 편지를 받은 뒤 딸 페이스에게 자신을 도와줄 일이 있다며, 한밤중 해변가의 해식동굴로 딸을 데려간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은 그 곳에 한 화분을 숨겨둔다. 그리고 다음날, 에라스무스는 절벽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마을사람들은 발굴현장에서 쫓겨난 에라스무스가 스스로 자살한 것이라 말한다. 그의 아내 머틀 역시 그의 죽음을 사고사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절벽 근처에 손수레가 발견되자 페이스는 확신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거라고.
분명 전날 밤 아버지와 함께 손수레를 온실에 놓아두었다. 이건 분명 누군가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의 시체를 수레에 실어서 절벽까지 옮겨가 떨어트린 것이다. 페이스는 이제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연구기록과 일기장을 뒤진 끝에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관해 알게된다. 자신이 숨겨둔 화분이 바로 그 나무인 것이다. 이 나무에게 거짓말을 하면 나무는 거짓말을 퍼트리고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를 먹으면, 거짓말을 한 사람이 알고 싶어하는 '진실'을 알려준다. 페이스는 이제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게 거짓을 속삭이기 시작하는데...페이스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는 14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
중국에서 전해져온 저주받은 나무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둘러싼 '다크 판타지 소설'
페이스가 진실을 찾고, 성장하면서 시대의 억압을 벗고 여성으로 거듭나는 '페미니즘 성장 소설'
장르소설이 '재미'와 '의미' 두가지를 담아내기란 사실상 어렵다. 재미를 담는 것에 치중하다 보면 소설을 읽고 난 후,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본질인 장르적 재미를 무시하고 작가의 의중이나 작품의 의미만을 고집한다면, 지루한 고전 작품이 되어 독자에게 외면 받기 쉽상이다. 여기 양 손의 저울에 두 가지를 균형있게 저울질한 작품이 있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소재이다. 이 나무에게 거짓말을 하면 진실의 열매를 맺게해준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매혹적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왔고 늘 진실을 갈구하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소녀가 거짓말 하기 시작하고, 그 거짓말이 하나 둘 점점 크고 많아지면서 섬을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서로에게 위험이 되고 분위기는 혼탁해진다. 거짓말과 진실에 관한 교훈과 함께 어두운 분위기의 판타지적 요소를 잘 녹여낸 것이다. 페이스의 변화도 흥미롭다. 어린 소녀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내고, 존경하던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면서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은 시대에 대항하면 할수록 페미니즘 성장 소설의 형태를 띤다. 여러가지 종합적인 재미와 의미를 가진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